5억명 운명 결정할 유럽의회 선거…5대 관전포인트 'FIVES'

입력 2019-05-19 18:16  

글로벌 리포트
갈림길에 선 EU, 23~26일 유럽의회 권력교체



[ 정인설 기자 ] 오는 23~26일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단일 투표로는 인도 총선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약 5억 명의 유권자가 참여하는 데다 이번 선거 표심에 따라 중대 기로에 있는 유럽연합(EU)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한 영국이 막판에 참여하면서 선거판이 더 커졌다. 그 어느 때보다 반(反)난민과 반유럽을 내세운 극우정당의 약진이 예상돼 사상 처음 유럽 통합에 반대하는 정파가 EU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향우’ 바람 속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의 5대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1) 극우정당 EU 접수하나

유럽의회 의원들은 본인이 속한 국가에서 비례대표로 선출된 뒤 다른 EU 회원국의 비슷한 정파끼리 짝짓기를 통해 교섭단체를 구성한다. 7개국 이상의 회원국에서 25명이 넘는 의원이 참여하면 교섭단체가 된다.

그동안 반EU를 기치로 내건 극우정당은 교섭단체 구성은 꿈도 꾸지 못했다. 유럽 통합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EU 회의론’이 설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를 겪으며 반EU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극우정당들이 2014년 선거에서 처음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했다. 영국독립당(UKIP) 주도로 설립한 유럽자유민주라는 그룹이다.

이번 선거에선 극우정당들이 유럽의회 다수당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마린 르펜이 대표로 있는 프랑스의 극우정당인 국민연합은 프랑스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탈리아와 헝가리, 슬로베니아 등에서 극우정당이 참여한 정권이 수립됐다. 네덜란드와 스웨덴에선 극우정당이 각각 제2당과 제3당 자리를 꿰찼다. 스페인에서는 지난달 극우정당이 1975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의회에 진출했다. 로이터통신은 “경제적 위기와 함께 이슬람국가(IS)의 테러로 이슬람 공포가 만연한 상황에서 국경을 넘는 이민자들 때문에 국가 안보가 위협받는다는 막연한 불안이 극우정당의 약진을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 EU 주도권은 누구에게

극우정당에 맞서는 기존 중도 그룹의 힘은 예전만 못하다. 현재 유럽의회 제1당과 제2당인 중도우파 유럽국민당(EPP) 그룹과 중도좌파 사회당(S&D) 그룹의 의석 수는 계속 줄고 있다. 친EU 그룹인 두 정당은 2009년 선거에서 61% 점유율을 기록했다. 2014년엔 54%로 가까스로 과반을 지켰다. 하지만 의원 751명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두 그룹의 점유율은 42%로 과반이 무너질 것으로 유럽외교협회는 예상했다.

이에 비해 반EU 진영은 상승 가도다. 유럽외교협회는 극우 그룹으로 분류되는 유럽민족자유(ENF)와 ‘자유와 직접민주주의의 유럽(EFDD)’ 등이 이번 선거에서 의석 수를 두 배 가까이 불려 총 170석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극우정당을 합하면 점유율이 20% 선으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극우정당들이 무소속까지 끌어들이면 전체 의석의 35%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요국 지도자들의 물밑 경쟁도 치열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의회 제1당인 EPP를 지원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제3당인 유럽자유민주동맹(ALDE)에 합류했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는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등 11개국 극우정당과 힘을 합쳐 극우·포퓰리즘 그룹을 결성했다.

(3) 난민 정책 방향은

유럽의회 선거는 난민 문제와 직결된다. 이번 투표가 2014년 시리아 내전 이후 수많은 난민이 유입된 뒤 처음 치러지는 것이어서 선거 결과가 향후 EU의 난민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이번 선거는 오는 7월 임기가 만료되는 유럽의회 의장뿐 아니라 EU 행정부 역할을 하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10월 말 임기) 선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유럽의회 의장은 의원들의 투표로 선출되며 집행위원장은 그동안 유럽의회 내 제1당 대표가 맡아왔다.

장 클로드 융커 현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그동안 EU 행정부 수반은 중도 그룹 몫이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극우정당이 차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U 의회를 장악하는 정파는 ‘EU 대통령’으로 불리는 유럽정상회의 상임위원장과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인선에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도날트 투스크 위원장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임기는 각각 11월과 10월이다.

(4) ‘노딜 브렉시트’ 우려 재점화하나

브렉시트도 이번 선거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영국 브렉시트당이 유럽의회 투표 의향을 묻는 영국 여론조사(유고브 실시)에서 35% 안팎의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2016년 브렉시트 찬성 캠페인을 주도한 나이절 패라지 전 UKIP 대표가 브렉시트당을 창당한 지 한 달 만의 일이다. 반면 제1야당인 노동당은 3위, 집권 보수당은 5위로 내려앉았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보수당 정부가 브렉시트를 두 차례 연기하면서 보수당 지지자 62%가 유럽의회 선거에서 브렉시트당으로 돌아섰다”며 “우유부단한 브렉시트 정책 때문에 노동당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브렉시트당이 승리하고 보수당과 노동당이 추락하면 브렉시트 향방은 다시 요동칠 공산이 크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 대한 조기 사퇴 압박이 커지고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확산될 수 있다.

(5) 투표율 50% 넘을까

이번 선거가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기존 정치 권력에 대한 반감이 우향우 바람과 맞물리면서 투표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브렉시트 협상 중인 영국과 재정문제로 EU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탈리아 등에서 투표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유럽의회 선거 투표율은 1979년 첫 투표에서 62.0%를 기록한 뒤 줄곧 하향세였다. 1999년(49.5%) 50% 선이 무너졌고 2009년엔 사상 최저인 43%대로 떨어졌다. 2014년(43.1%) 하락세에서 벗어났지만 반등폭이 크지 않았다.

런던=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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