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관리앱' 中에 수출했지만…한국선 규제 탓 '반쪽 서비스'

입력 2019-05-20 17:43  

위기탈출! 바이오가 희망이다
(2) 설자리 없는 혁신 헬스케어

非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첫 기준
'헬스케어 가이드라인' 또 논란



[ 이지현 기자 ] 지난해 5월 인공지능(AI)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뷰노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첫 의료 AI인 뷰노메드 본에이지 시판허가를 받았다. 1년이 지났지만 이 기기를 이용해 환자에게 받은 추가 진료비는 없다. 의사들이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치료효과가 획기적으로 좋아진다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헬스케어 서비스를 가로막는 제약이 많은 나라로 꼽힌다. 환자의 혈당·혈압을 모니터링하며 음식·영양처방을 하다가 수치가 나빠지면 경고하는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해도 이를 의료서비스와 연계할 수 없다. 꽉 막힌 보건의료 규제가 혁신기술 개발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혼란만 키운 헬스케어 가이드라인

보건복지부는 20일 의료기관 밖에서 할 수 있는 비의료 건강관리 서비스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동안 국내 헬스케어 업체들은 의료법 기준이 모호해 사업 가능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토로해왔다. 이날 복지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이 경계를 긋는 국내 첫 번째 기준이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서비스가 지나치게 제한적인 데다 그 범위마저 모호해 환자들이 혜택을 받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국내에서 의사 개인의 판단이 포함된 헬스케어 서비스를 진료실 밖에서 하는 것은 모두 불법이다. 의사가 모바일 앱 등을 활용해 먼 거리에 있는 환자의 혈당·혈압 수치를 주기적으로 체크(원격 모니터링)하다가 혈당수치를 낮추라고 조언하거나 인슐린 권고 범위를 알리는 것은 여전히 불법이다. 당뇨 고혈압 환자를 치료한 뒤 진료실에서 바로 운동이나 영양 처방을 해도 별도 비용을 받을 수 없다. 당뇨나 고혈압 치료의 연장선이라고 판단해서다.

인터넷 등에 증상을 올린 환자에게 의사가 특정 질환이라고 알려주는 것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의학적 전문지식이 필요하거나 환자 상태에 따라 진단 처방 등이 필요한 서비스는 모두 병원에서 의료인이 해야 하는 서비스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만 검색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정보를 알려주는 수준만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네거티브 방식의 가이드라인을 기대했지만 사업할 때마다 복지부에 유권해석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환자 특화 서비스는 불법

서울대병원과 헬스커넥트가 함께 개발한 당뇨병 환자 관리 앱 헬스온G의 정식 버전은 여전히 국내에선 사용할 수 없다. 이 앱은 환자 상태에 따라 맞춤형 인슐린 수치를 알려주는 게 핵심이다. 식약처의 의료기기 허가를 받고 해외 학회에서 환자 치료 성과가 좋다고 논문도 냈다. 중국과 중동에 수출까지 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의료법에 막혀 기능을 모두 쓰지 못한다. 인슐린 투여량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기능을 뺀 라이트 버전만 내놨다. 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앱을 통해 관리받는 서비스를 더 필요로 하는 환자는 인슐린을 투여하는 환자”라며 “식이조절과 운동법 안내만으로는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했다.

헬스케어 서비스를 개발해도 비용을 받기는 어렵다. 단순히 영양 관리를 해주고 운동법을 알려주는 서비스에 비용을 지급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이 때문에 헬스케어 업계에선 시장에서 수익을 내려면 병원 진료와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병원 진료와 연계한 서비스는 불법인 데다, 의료행위가 아닌 헬스케어 서비스만으로는 건강보험 진료비를 받을 수 없다.

의료 인공지능 개발해도 진료비 0원

의료 AI도 마찬가지다. 식약처에서 뷰노의 AI를 의료기기로 허가한 뒤 루닛, JLK인스펙션 등의 업체가 추가로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중 환자에게 진료비를 받을 수 있는 제품은 없다.

국내 대학 병원을 중심으로 의료 AI 연구는 늘어나는 추세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알고리즘을 활용해 부비동염 진단을 보조하는 AI를 개발했다. 서울대병원은 폐 엑스레이 사진을 분석해 폐암 진단을 보조하는 기기를 개발했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AI가 환자의 뇌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을 분석해 응급도를 측정한 뒤 위급한 순서대로 판독 순서를 바꾸는 연구도 하고 있다. 구진모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의사를 보조하는 방식으로 활용하면 인력이 부족한 병원 등에서 AI를 1차 스크리닝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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