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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활용할 수 없는 의료 빅데이터, 규모만 키워서 뭐하나

입력 2019-05-22 17:47  

정부가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을 내놨다. 그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향후 10년간 100만 명 규모의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와 병원에서 쌓이고 있는 환자의 임상 정보 등을 활용하기 위한 병원 단위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우리나라는 건보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공공기관에 축적된 양질의 의료 빅데이터가 6조 건이 넘을 정도로 잠재력이 매우 큰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은 활용 가능한 건강데이터 비중 등 데이터 보유 경쟁력에서는 미국보다 훨씬 앞서있다. 그러나 데이터 접근성 경쟁력으로 보면 미국보다 한참 뒤떨어진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보건의료제공자·영리사업자의 비식별 데이터 접근성에서 미국은 100%인 반면 한국은 0%로 사실상 차단된 상태나 다름없다. 대학 및 비영리 연구자의 비식별 데이터 접근성에서도 한국은 미국에 뒤떨어진다는 평가다. 정부가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달라진 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빅데이터 플랫폼으로 눈을 돌린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빅데이터 규모가 아니라 개방을 통한 실질적인 접근성 확보일 것이다. 접근성을 높이려면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는 개인정보 보호, 생명윤리 등과 관련한 규제를 풀어야 하는데 정작 이 대목에서는 별다른 진척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포식에서 “규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게 합리화해 나가겠지만 국민의 건강과 생명, 나아가 생명윤리는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했다.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을 다분히 의식한 말로 들린다.

주목해야 할 건 국민의 건강과 생명, 윤리를 강조하는 선진국일수록 바이오헬스 혁신에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건복지부는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을 고속도로 건설에 비유했지만, 이용하는 차들이 별로 없다면 소용이 없다. 민간이 창의성을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규제를 함께 혁신하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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