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질환, 가족력 있으면 14배 위험…4주 이상 설사 지속땐 대장 내시경 해야

입력 2019-05-24 17:13  

이창균 경희대병원 교수

크론병 등 희귀 난치성 질환
2030 젊은 여성환자 급증세
서구화된 식습관이 주범



[ 이지현 기자 ] 매년 5월 19일은 세계 염증성 장질환의 날이다.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염증성 장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이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배려하자는 취지로 제정됐다. 염증성 장질환이 있으면 대변을 잘 참지 못한다. 환자를 배려해 화장실을 양보하자는 캠페인이 열리는 이유다. 이창균 경희대병원 염증성 장질환센터 교수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은 장내 세균을 포함한 인체 외부 자극에 몸이 과도한 면역반응을 보이면서 만성 염증이 발생하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라고 했다. 그는 “대장 내시경은 50대 이후 대장암 검진을 위해 하는 검사로 생각해 젊은 층은 꼭 필요한 사람도 지나치기 쉽다”며 “나이와 성별을 떠나 설사나 복통이 4주 이상 지속되거나 혈변이 보일 때는 주저 없이 전문의의 진단을 받고 대장내시경 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등을 말한다. 두 질환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질환이다. 궤양성 대장염이 크론병보다 더 많다. 궤양성 대장염이 있으면 점액 섞인 혈변과 설사 증상이 여러 번 반복된다. 갑자기 대변이 마려워 참지 못하는 대변 절박감, 대변을 본 뒤에도 개운하지 않은 잔변감, 복통 증상을 주로 호소한다. 염증이 계속돼 대장암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크론병은 입부터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어디든 생길 수 있는 만성 질환이다. 크론병이 있으면 복통, 설사, 전신 나른함, 항문 통증, 하혈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질환이 좀 더 진행되면 빈혈이 심해지고 영양실조로 이어지기도 한다. 장염과 증상이 비슷해 질환 초반 치료시기를 놓치는 환자도 많다.

궤양성 대장염이 생기는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대만 해도 국내에 염증성 장질환은 드문 병이었다. 북미와 북유럽에 환자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국내는 물론 아시아권에서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국내 궤양성 대장염 환자 유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69.3명이다. 크론병은 10만 명당 36.7명이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30대의 비교적 젊은 환자가 많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많다.

국내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2.0% 정도는 가족력이 있다. 직계가족 중 궤양성 대장염 환자가 있다는 의미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가족은 궤양성 대장염이 생길 위험이 14.2배 정도 높다. 가족 중 환자가 있다면 질환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한국 등 아시아권 국가에서 궤양성 대장염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로는 서구화된 식생활이 꼽힌다. 아시아인들은 오랫동안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식사를 했다. 장 속 미생물도 이런 식습관에 맞춰져 있다. 무균 상태인 태아는 태어날 때 엄마로부터 받은 미생물을 기반으로 장 속 미생물 생태계가 갖춰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고기나 기름진 음식을 흡수하면서 장 속 미생물의 조화가 깨지고 이 때문에 장을 공격하는 염증반응이 생긴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궤양성 대장염은 증상에 따라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생물학적 제제 등 다양한 약물 치료를 한다. 수술도 하지만 완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많은 이유다. 이 교수는 “평생 지속되는 질병이지만 조기 진단받아 치료하면 대부분 환자가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는 “암과 같은 불치병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적절히 치료하고 관리하는 만성질환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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