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피하는 방법'…때이른 폭염에 양산·썬스틱 '불티'

입력 2019-05-29 10:55   수정 2019-05-29 16:38

4월부터 이어진 고온 현상 5월 되면서 더욱 기승
과거 중년 여성의 전유물이었던 양산 찾는 남성 증가
썬크림 인기 시들 썬스틱 이용 증가…편의성 좋기 때문




# 경기도 광주에 사는 직장인 남성 강 모(29)씨는 주말에 집 근처로 외출할 때 꼭 양산을 챙긴다. 처음에는 주변 시선이 부담스러웠지만 두피가 뜨거워져 손상되는 것을 생각하면 감수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그는 "피부 보호는 썬스틱으로 하면 되지만 두피는 양산을 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게 없다"며 지속적으로 양산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도 성남 판교로 출퇴근 하는 직장인 여성 최 모(37)씨는 판교역에서 회사까지 걸어가는 15분 동안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썬스틱을 사용한다. 그는 "썬크림을 바르면 얼굴이 하얗게 뜬 것처럼 보여 민망할 때가 많았는데 썬스틱은 아무런 표시가 나지 않아 만족스럽다"고 했다.

4월부터 이어진 때이른 이상 고온 현상이 이번주 초반까지 계속되면서 양산과 썬케어(썬스틱, 썬크림)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피부 미용을 넘어 피부 보호로 구매 동기가 변화하면서 소비자들이 환경 위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온라인쇼핑몰 티몬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번 달 26일까지 약 두 달간 양산과 썬스틱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334%, 15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우산으로도 사용이 가능한 우양산의 매출 증가율은 376%로 양산을 추월했다. 지난해까지 썬케어 제품의 대명사로 불렸던 썬크림은 판매량이 10% 증가하는데 그쳐 썬스틱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메프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이 업체에서 이달(1~27일) 썬크림과 썬스틱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19%, 64%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티몬 관계자는 "4월부터 최고 온도가 30도 이상 오르내리는 등 더운 날씨로 에어컨 판매와 함께 썬케어 제품 수요가 대폭 늘었다"며 "더운 날씨가 늘어난 이유도 있지만 오존주의보가 이들 제품 판매량에 더욱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첫 오존주의보는 지난 4일 발령됐다. 제주도를 비롯한 전국 각 지역에서도 5월 첫째 주부터 오존주의보가 기승을 부렸다. 이는 지난해(5월 26일)보다 약 20일 이상 빠른 기록으로 썬케어 제품 판매가 증가하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한다.

문제는 오존주의보 발령 횟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지난 3년간 오존주의보 발령 횟수는 2016년 241회, 2017년 276회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489회로 치솟아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올여름 기온은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예보가 나왔지만 오존주의보 발령 일수는 3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썬케어 제품 소비는 당분간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기존 대형 뷰티업체의 썬케어 제품은 물론 어린이 등 약자 맞춤형 썬케어 제품들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 '웰라쥬'의 '리얼 히알루로닉 캡슐 썬 젤'은 강력한 자외선 차단 기능을 가진 젤 타입의 썬케어 제품으로 열에 의한 피부 자극 진정효과가 뛰어나 최근 입소문을 타고 있다.

또한 자연주의 브랜드 '쏭레브는 지난 7일 어린이 맞춤형 썬케어 제품인 '쏭레브 크레용 미니썬스틱'을 출시했으며 영유아스킨케어 브랜드 '아토몽드'에서도 어린이들의 피부보호를 위한 '더마 썬스틱'을 선보여 큰 반응을 얻고 있다.

패밀리케어 브랜드 '몽디에스'는 여름휴가철에 어울리는 어린이용 '순한 무기자차 유아선스틱'을, 메디컬 에스테틱 전문 브랜드 DMCK는 자외선 차단뿐 아니라 피부 진정을 동시에 겸비한 '클린 아크 썬스틱'을 내놓고 피부 약자를 공략하고 있다.

양산 업체들은 오존주의보 발령에 발맞춰 팝업스토어 형태로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양산과 우양산을 생산하는 '위크데이'와 'W.P.C'는 전국 주요 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해 매출 증가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미세먼지에 이어 오존주의보가 외부 활동을 제약하는 요소로 떠오르면서 양산이나 썬스틱과 같은 제품들이 마치 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리던 것처럼 판매되고 있다"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썬크림이나 양산 사용은 멋과 미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올해는 두피나 피부 보호 목적으로 양상이 변했다"고 분석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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