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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농담 한 송이 - 허수경(1964~2018)

입력 2019-06-02 17:31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한 사람의 가장 서러운 곳으로 가서
농담 한 송이 따서 가져오고 싶다
그 아린 한 송이처럼 비리다가
끝끝내 서럽고 싶다
나비처럼 날아가다가
사라져도 좋을 만큼
살고 싶다

시집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문학과지성사) 中

농담은 봄에 날리는 꽃가루처럼 간지럽고도 괴롭다. 간지러우며 괴롭다니! 실없는 소리 같지만 그것이 인생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꽃가루를 옮기는 나비가 없었다면 꽃을 심지 않은 곳에서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볼 수 없듯! 농담은 ‘살고 싶다’는 진지함이 묻어 있는 것. 꽃가루를 묻혀 날아가는 나비의 몸짓은 살고자 하는 꽃의 농담이 틀림없다. 농담은 그토록 내밀한 것이다.

이서하 < 시인(2016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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