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모의 데스크 시각] 2020년 최저임금 동결을 기대한다

입력 2019-06-02 17:44  

장진모 경제부장


[ 장진모 기자 ] ‘한 끼에 1만원도 엄두를 못 내는데 1인당 15만원이라니….”

최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만찬회동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총선을 10개월여 앞두고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여권 핵심 인사와 국가 최고정보기관 수장의 회동은 누가 봐도 이상했다. 그런데 기사 댓글에는 총선 개입 의혹에 관한 것보다 양 원장이 현금으로 냈다는 밥값에 화를 낸 사람이 더 많았다. 능력이 있다면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건 자유다. 웬만한 호텔 뷔페도 10만원 이상이다.

하지만 국민이 왜 정치적 의혹보다 밥값에 더 분노했는지를 곱씹어봐야 한다. 국민의 살림살이, 특히 서민경제가 팍팍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1분위)에 속하는 228만 가구의 올해 1분기 월평균 소득은 125만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 줄었다.

15만원짜리 식사에 쏠린 비판

1분위 소득은 2017년 4분기만 해도 전년 동기 대비 10.2% 증가했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16.4% 인상된 2018년 1분기부터 다섯 분기 연속 줄어들고 있다.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간 소득격차는 현 정부 들어 더 확대됐다. 누가 가난한 사람들을 더 가난하게 만들었나.

2년간 30% 가까이 급등한 최저임금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는 치솟는 인건비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저숙련 취약층 근로자는 노동시장에서 밀려났다. 서민과 약자의 소득을 올려주고 분배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선의에서 출발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이들을 ‘지옥’으로 인도한 꼴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여당에서 잇따라 반성문을 쓰고 있지만 이미 오른 최저임금을 되돌리는 건 불가능하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경제를 살려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면 고용시장에서 퇴출된 저소득층을 최대한 끌어들일 수 있다. 그 연장선으로 여권 핵심부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론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정부에 과연 그런 의지가 있느냐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낼 카풀(승차공유), 제3 인터넷은행, 원격의료 등은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에 하나둘 좌초됐다. 무소불위 권력집단이 된 민주노총은 벌써 “1만원 공약을 준수하라”며 총파업에 나설 태세다. 이들의 불법 폭력행위를 방관해온 정부가 과연 ‘촛불 청구서’를 무시하고 정면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립서비스에 그쳐서는 안 돼

지난달 31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결과는 앞으로 정부 정책이 어디에 주안을 둬야 할지를 보여줬다.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했지만 위원 7명의 ‘만장일치’가 깨지고 1명(조동철 위원)이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내려 투자와 소비를 진작시켜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다른 금통위원은 “금리를 내린다고 기업 투자가 살아나겠느냐”고 반문했다. “대기업이 몸을 움츠리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했다.

경영계는 정부의 반기업·친노동 정책이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호소해왔다. 문 대통령도 최근 이런 인식을 수긍하는 듯한 언급을 내놨다. 지난달 22일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정부는 민간이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충분히 뒷받침할 것”이라고 했다. 기업인들의 귀를 솔깃하게 한 대통령의 발언이 ‘립서비스’로 그쳐서는 안 된다. 강력한 실행이 뒷받침되고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그 출발점은 내년 최저임금 동결이다.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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