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기자 ]
한국인이 좋아하는 가마솥밥의 비밀을 알아내려고 매운 장작불 앞에서 한 달간 밥을 지으며 온도를 쟀다. 맛있다고 소문난 전국의 쌀밥집을 찾아다녔다. 최적의 밥맛을 찾기 위해 여태까지 지은 밥만 13만인분에 달한다. 쿠첸의 밥맛연구소에서 일하는 이미영 파트장(사진) 얘기다. 그는 국내 대표적인 ‘밥 소믈리에’다.밥 소믈리에란 쌀이 밥이 되는 모든 과정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영양학 등 지식을 갖춘 전문가를 말한다. 세계 유일의 관련 공익사단법인 일본취반협회가 주관하는 자격증이다. 1년에 한 번 치르는 자격증 취득시험은 정미기술을 비롯해 쌀, 취반(炊飯: 밥 짓는 일) 등의 필기와 관능평가 과정, 실기시험으로 구성된다. 국내엔 70여 명의 밥 소믈리에가 식품업계와 급식회사, 유통업체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 파트장은 식품공학을 전공한 뒤 LG전자 주방가전연구소를 거쳐 2009년 쿠첸에 합류해 밥솥 개발을 맡고 있다. 지난해 3월 일본에 가서 밥 소믈리에 자격증을 땄다. 그는 “일본어를 전혀 못 하지만 몇 달간 공부해 일어로 치러지는 소믈리에 시험을 통과했다”고 말했다. 쿠첸은 올 1월 전문적인 밥 연구를 위해 밥솥업계 최초로 밥맛연구소를 출범했다. 이 파트장을 포함한 밥 소믈리에 세 명 등 연구원 50여 명이 일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식생활 문화가 변하고 소형 가구가 늘어나면서 예전처럼 집에서 밥을 한 솥 가득 하는 분위기는 사라졌다. 대신 한 끼라도 ‘제대로 된 밥’을 찾는 사람이 증가하는 추세다. 과거 차진 밥만 선호하던 기호도 바뀌고 있다. 이 파트장은 “밥의 고슬하고 포슬한 식감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돌솥밥, 가마솥밥 등의 새로운 기능을 개발했다”며 “노년층을 위한 밥을 연구하는 등 생애 주기에 따른 맞춤형 밥맛도 연구 대상”이라고 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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