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 싶은 울산 '비밀의 정원'…1년에 열흘만 열리는 제주 원시림

입력 2019-06-09 15:27  

여행의 향기

숨은 여행지 6選

쉿, 소문내지 말고 오세요



[ 최병일 기자 ] 여름 휴가는 가고 싶은데 뻔한 여행지가 싫다면 새롭게 개방하는 신규 관광지와 한정된 기간에만 개방하는 숨은 관광지에 주목해 보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4월 3일부터 5월 1일까지 국민을 대상으로 ‘숨은 관광지’ 추천 이벤트를 통해 1236개 관광지를 접수했으며, 여행작가, 기자 등 관광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위원회를 통해 6개 관광지를 엄선했다. 2019년 신규 개방하는 숨은 관광지는 △서울시 서울식물원과 식민지 역사박물관 △경기 연천군 연천고랑포구역사공원 △전북 전주시 팔복예술공장 △대구시 대구예술발전소와 수창청춘맨숀이며, 한정 개방 관광지는 7월 19일~8월 25일 개방하는 울산시 회야댐생태습지, 7월 20~29일 열흘만 개방하는 제주시 거문오름 용암길이다.

자연과 역사를 즐기는 서울식물원과 식민지역사박물관

지난 5월 1일 정식 개원한 서울식물원은 도시 한가운데 들어선 거대한 자연으로, 국내 최초 야외 식물공원을 표방한다. 서울식물원을 대표하는 식물문화센터(온실)는 열대와 지중해 지방에 있는 세계 12개 도시의 식물을 입체적으로 관람하는 공간이다. 아마존에서 처음 발견된 아마존빅토리아수련,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바브나무 등 평소 보기 힘든 식물이 가득하다. 우리나라 자생식물을 만나는 주제정원(야외)도 볼거리. 식물문화센터 1층에는 카페, 씨앗도서관 등 다양한 부대시설도 있다. 지난해 8월 29일 문을 연 식민지역사박물관은 국내 최초 일제강점기 전문 박물관이다. 을사늑약에 가담한 권중현이 받은 한국 병합 기념 메달과 증서, 순종 황제의 칙유와 테라우치 통감의 유고 등을 전시한다. 이 자료를 따라가다 보면 일제 침탈의 역사와 그에 부역한 친일파의 죄상, 항일 투쟁의 역사, 35년 식민지의 흔적이 후세에 미친 영향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영화배우 정우성이 다녀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임진강 포구 옛모습 연천고랑포구역사공원

‘분단 이전에 임진강 포구는 어땠을까?’ 연천 고랑포는 임진강을 통해 물자 교류의 중심 역할을 한 번성한 포구였다. 6·25전쟁과 분단을 거치며 쇠락해 나루터의 흔적조차 남지 않았지만, 옛터에 온기를 불어넣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임진강 포구의 과거를 엿볼 수 있는 연천고랑포구역사공원은 지난 5월 10일 문을 열었다. 연천군 장남면에 자리한 공원은 고랑포 일대의 역사를 재현한 공간이다. 개성과 서울을 잇는 교통 요지였던 고랑포구는 1930년대에 백화점 분점과 우시장 등이 들어서 북적였다. 1층 전시관에서 고랑포의 옛 모습을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체험으로 흥미롭게 보여준다. ‘삶의 찰나’ 공간에는 1930년대 고랑포구와 화신백화점 분점, 여관, 생선 가게 등 저잣거리를 재현했다. ‘역사와 문화의 찰나’ 공간은 고구려 호로고루 전투부터 6·25전쟁까지 고랑포의 역사와 안보, 지리 상황을 영상과 VR로 꾸몄다. ‘오감의 찰나’ 공간은 주상절리, 임진강 물길 등을 형상화한 놀이터다. 공원 앞마당에는 6·25전쟁 당시 연천 전투에 참가한 군마 ‘레클리스’ 동상이 있어 과거를 곱씹게 한다.

써니! 공장이 예술이야, 전주 팔복예술공장

팔복예술공장은 옛 건물을 재생한 예술 창작소이자 문화 플랫폼이다. 원래 카세트테이프를 만드는 공장이었는데, 25년 동안 방치되다가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산업 단지 및 폐산업 시설 문화재생 사업’에 선정돼 기지개를 켰다. 그 후 2년 가까운 준비 기간을 거쳐 2018년 3월 A·B·C동 가운데 A동 중심으로 개관했다. 팔복예술공장 A동은 2층 건물이다. 1층에는 입주 작가의 스튜디오와 카페가 있다. 카페 ‘써니’는 영화나 노래 제목이 떠오르지만, 옛 공장 ‘썬전자’와 노동자 소식지 ‘햇살’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를 증언하듯 카페에는 당시 여공(女工)을 닮은 작품 ‘써니’가 있다. 대형 인형으로 방문자에게 인기다. 전시는 주로 2층 전시장과 옥상에서 한다. 오가는 통로에서 공장 시절 흔적이나 기억이 담긴 작품을 찾아보면 재미난다. A동 2층은 컨테이너 브리지로 B동 입구와 연결된다. 그 아래를 받치는 컨테이너는 만화책방과 그림방이다.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기에 알맞다. 전시장을 걷다 보면 자꾸 콧노래가 나온다. 아마도 이곳이 처음부터 예술을 담는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었고, 결국 예술을 생산하는 창작소로 돌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폐허에서 예술 공간으로 대구예술발전소와 수창청춘맨숀

오랫동안 폐허로 남은 건물이나 공간은 기억에서 멀어지고, 자연스럽게 거리감이 생긴다. 하지만 건물과 공간에 역사와 새로움, 활기를 불어넣으면 가까이 두고 볼 사랑스러운 공간으로 탄생한다. 대구 수창동에는 과거 전매청의 흔적인 연초제조창 별관 창고와 사택이 있다. 두 곳이 리노베이션을 거쳐 대구예술발전소와 수창청춘맨숀으로 다시 태어났다. 연초제조창 별관 창고로 쓰인 대구예술발전소에서는 입주 작가들이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고, 시민과 문화 공유를 꿈꾼다. 1~2층에 마련된 전시 공간과 건물 곳곳에 예술 작품이 있다. ‘문 플라워(Moon Flower)’ 앞에서 인생 사진도 찍어보자. 연초제조창 사택으로 쓰인 수창청춘맨숀은 청년 작가들의 톡톡 튀는 예술 감각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사택의 방과 거실, 화장실 등이 전시 공간이자 공연장이다. 다양한 전시와 공연이 열리며 창의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나만 알고 싶은 ‘비밀의 정원’ 울산 회야댐생태습지

회야댐생태습지는 노방산(258.9m)이 마주 보이는 통천마을 앞 강변에 있다. 습지를 끼고 돌아가는 강줄기가 안동 하회마을 못지않게 멋진 곳이다. 회야댐이 들어서기 전에 통천마을 주민 700여 명은 이 땅에 농사를 지었다. 기름진 땅은 1982년 회야댐이 건설되면서 잡초가 무성해졌다. 통천마을 일대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주민이 인근 옥동과 무거동으로 이주했기 때문이다. 주인 잃은 논과 밭에 새 생명이 싹튼 건 2003년 이곳에 친환경 정화 시설을 만들기로 결정하면서다.


6년 뒤 주인 잃고 헛헛하던 땅이 연과 갈대, 부들이 가득한 습지로 다시 태어났다. 1년에 딱 한 달, 연꽃이 만발하는 시기에 여행자의 방문을 허락하는 회야댐생태습지는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의 정원 같은 곳이다. 2012년부터 시작된 회야댐생태습지 탐방은 지난해까지 7회를 이어오는 동안 탐방 인원을 채우지 못한 날이 하루도 없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올해는 탐방 기간을 1주일 늘렸다. 회야댐생태습지 탐방은 통천초소 안 만남의광장에서 생태습지까지 왕복 4㎞ 코스다.

1년에 열흘만 열리는 제주 거문오름 ‘용암길’

오름 여행은 화산섬 제주를 오롯이 느끼는 방법이다. 360여 개 오름 중에서 거문오름은 특별하다. 천연기념물 444호로 지정·보호될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거문오름에서도 용암이 흐른 길을 따라 이어진 ‘용암길’은 1년 중 거문오름국제트레킹이 진행되는 기간에만 공개된다. 사람 발길이 닫지 않은 원시림에서 신비로운 거문오름을 탐방하는 절호의 기회다. 용암길에는 붕괴 도랑과 용암 함몰구 등 독특한 지형이 발달했으며, 식나무와 붓순나무 등 희귀 식물이 군락을 이룬다.

숯가마 터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만든 갱도진지 등 역사 유적도 볼 수 있다. 용암길을 걷고 나면 타임머신을 타고 수만 년 전으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든다. 올해엔 제12회 거문오름국제트레킹이 진행되는 7월 20~28일에 개방된다. 누구나 예약 없이 오전 8시~오후 1시 출입증을 받아 탐방할 수 있으며(무료), 트레킹 후에는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에 들러 제주 자연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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