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음식에 열광하는 한국…"불황 속 강한 맛 찾는다"

입력 2019-06-21 12:08  

매운 맛 단 맛에 집중하는 '불황형 심리학'이라는 평가
일본 여행객 수요 대만, 중국 등으로 퍼진 것도 요인




마라탕, 흑당 버블티, 대왕 연어초밥에 이어 홍루이젠 샌드위치까지 중화권 음식의 한국 진출 속도가 높아지고 있다. 매운 맛과 단맛에 집중하는 '불황 심리학'과 함께 저가 항공권의 확산으로 중국, 대만 등 중화권 음식에 소비자들이 친숙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샌드위치 브랜드 홍루이젠은 지난달 기준으로 국내에 300여개의 매장을 오픈하고 성업 중이다. 홍루이젠은 1947년 대만 창화현 북두진에서 창립한 대만 국민 샌드위치 브랜드로 70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3월 국내에 정식 프랜차이즈로 입점한 이후 인기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홍루이젠 샌드위치는 달콤한 맛과 깔끔한 포장으로 테이크아웃이 용이해 젊은 세대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가격도 저렴하다는 평가다. 치즈와 계란으로 된 '치즈샌드위치'는 1700원, 햄과 계란이 들어간 '오리지널햄샌드위치'는 1800원, 햄, 치즈, 계란이 들어간 '햄치즈샌드위치'는 1900원으로 구성됐다.

홍루이젠 관계자는 "바쁜 출퇴근길이나, 회의 중에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간식으로 부담이 없어 젊은 직장인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며 "요즘에는 맛도 중요하지만 가볍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핑거푸드로서 손색이 없다"고 자평했다.

홍루이젠이 인기를 끌자 메이젠, 홍베이팡 등 비슷한 업체들이 연이어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벌써 국내에 들어온 대만 샌드위치 브랜드만 10개. 메뉴 구성이 단순해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만큼 예비 창업자들의 관심이 높은 것도 성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중화권 음식 열풍은 올해 초 마라탕이 스타트를 끊었다. 마라 프랜차이즈는 2010년 서울 대림동에서 시작한 프랜차이즈 '라화쿵부'가 대표적으로 현재 전국에 50여 개 가맹점을 보유 중이다. '피슈마라홍탕', '하오판다', '하이디라오'도 서울 명동을 시작으로 강남, 홍대, 건대, 대학로, 영등포 매장 등에서 성업 중이다.

마라탕의 인기는 가정간편식의 성장과 결을 같이 한다. 편의점 브랜드 CU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8일 업계 최초로 선보인 마라탕면은 지난달까지 출시 첫 달 대비 91.9%의 높은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누적 판매량 15만개를 돌파했다. 별다른 마케팅이나 광고 없이도 CU의 냉장면 카테고리 스테디셀러인 우동 제품보다 50%나 높은 매출을 보였다.

마라 음식의 인기는 온라인에서 더욱 뜨겁다. 21일 이커머스 업체 위메프에 따르면 지난해 마라탕 매출은 2017년 대비 90배 늘었다. 마라샹궈와 마라 소스도 각각 145배, 29배 증가했다.

CU를 운영 중인 BGF리테일 관계자는 "마라 요리의 판매량 증가는 낯선 먹거리에 대한 거부감보다 호기심을 갖는 적극적인 소비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우리 입맛에 맞춘 퓨전 레시피보다 현지 특유의 맛과 향을 살린 먹거리가 유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에서 건너온 프랜차이즈 '타이거 슈가'도 인기다. 강남역점 등 각 매장 앞에는 매일 흑당 버블티를 맛보기 위해 늘어선 줄로 장사진을 이룬다.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 첫 매장을 연 이 업체는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국내 진출 3개월 만에 강남, 용산, 명동, 대학로, 부산 등 지점을 6개로 늘렸다. 특히 흑당 버블티 원조라는 이야기가 돌면서 SNS에서 큰 인기다.

타이거 슈가가 큰 인기를 끌자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흑당 열풍에 가세해 관련 제품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버블티 프랜차이즈 공차는 대만 정통 레시피를 이용한 '브라운슈가 쥬얼리 밀크티', '브라운슈가 치즈폼 스무디' 신메뉴 2종을 지난 3월 출시했다. 흑당 열풍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4월 중순부터 지난달 26일까지 이 두 제품만 무려 130만잔을 판매했다. 또한 커피빈, 빽다방, 드롭탑, 파스쿠찌, 이디야커피 등 흑당 관련 제품이 봇물을 이룬다.

이 밖에도 강남에 문을 연 연어 초밥 전문점 '삼미식당'은 대만 여행 필수코스로 등극했다. 이곳을 방문한 여행객들이 인스타그램 등 SNS에 '대왕 연어 초밥' 인증샷을 올리는 것은 유명한 일이다. 타이베이 시내에 본점을 둔 딤섬 전문점 '딘타이펑'도 강남 등 국내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항공사들이 늘어나면서 대만 왕복 비행기 티켓 값이 수년 전에 비해 크게 떨어졌고 방사능, 정치적 문제 등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여행객 수요가 대만으로 몰리면서 대만 음식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은 101만9122명에 달했다. 2010년에만 해도 21만6901명에 불과했는데 8년새 5배 가까이 늘어난 것. 대만 당국이 발표한 자료로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대만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중국과 일본에 이어 세번째로 많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마라탕은 아주 맵고 흑당 버블티와 샌드위치는 아주 달다"며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매운맛과 강한 단맛 사에 빠져드는 불황의 심리학이 대만 음식 열풍의 이유"라고 분석했다.

서울대학교 푸드비즈니스랩 소장을 맡고 있는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최근 몇 년 사이에 TV에 여행프로그램을 통해 중화권 음식들이 연이어 소개되면서 소비자들이 크게 흥미를 가지게 됐다"며 "앞으로 뉴차이니즈 음식 열풍이 불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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