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과 맛있는 만남]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 국내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 키워

입력 2019-06-21 17:48   수정 2019-06-22 12:08

'제2 박현주' 꿈꾸며 7년 전 창업

모든 직원이 100% 지분 보유
과감한 인재 투자로 여의도 '새바람'



[ 최만수/강영연 기자 ]
자산운용시장에선 헤지펀드가 대세다. 그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운용사가 라임자산운용이다. 1년 만에 자산 규모가 3조원 넘게 불어났다. 주식 시장은 불황이라는데 돈이 쏟아져 들어온다. 올해 수익률 15% 이상인 펀드가 수두룩하다. 새 상품이 나오면 가입하려는 고객이 지점마다 줄을 설 정도라는 게 프라이빗뱅커(PB)들의 전언이다.

라임자산운용을 이끄는 원종준 대표는 만 40세(1979년생)다. 30대 초반이었던 2012년 라임투자자문을 세워 7년 만에 국내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로 키웠다. 여의도 증권가의 세대교체를 상징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 대표를 서울 종로 파워플랜트에서 만났다.

파워플랜트는 라임자산운용과 인연이 깊은 레스토랑이다. 지금은 서울에 네 곳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힙플레이스(최신 유행 공간)’로 떠올랐지만 창업 초기만 해도 투자금이 부족했다. 라임은 파워플랜트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2016년 매출채권을 유동화한 상품을 개발했다. 1년 반 만에 약 10%의 수익을 올린 뒤 자금을 회수했다. 파워플랜트는 라임의 투자금을 바탕으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라임에는 이런 이색적인 구조화 상품이 많다. 원 대표는 파워플랜트가 자신의 도움으로 성장한 식당인 만큼 애정이 남다르다. 이곳 대표 메뉴인 ‘애니 버거’를 한 입 베어 문 뒤 얘기를 꺼냈다.

군대에서 편지로 주식투자

연세대 경영학과 98학번인 원 대표는 대학 2학년 때인 1999년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정보기술(IT) 거품이 절정에 달하던 때였다. 말 그대로 사는 종목마다 올랐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사업을 하는 아버지에게 1억원을 받아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다음해 IT버블이 꺼지면서 ‘쪽박’을 찼다.

원 대표는 원금을 거의 다 잃고 도망치듯 군에 입대했다. 하지만 주식투자를 제대로 해보자는 오기가 생겼다. 카투사에 복무하면서 신문에 나온 주식시세표를 샅샅이 뒤지며 투자 대상을 정한 뒤 동생에게 편지로 매수·매도 주문을 넣었다. 아버지는 투자금이 어떻게 됐는지 한 번도 묻지 않았다. 원 대표는 “아버지는 처음부터 아들이 주식으로 돈을 벌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으셨을 것”이라며 “아들의 자존심을 염려해 주식 얘기를 전혀 꺼내지 않으셨다”고 했다. 그는 “당시 경험을 통해 인내심을 갖고 사람을 끝까지 신뢰하는 경영자의 자세를 배웠다”며 “돈보다 더 소중한 경험”이라고 덧붙였다.

주문한 수제맥주와 따뜻한 ‘오리지널 플래터’가 나왔다. 맥주에 과일향이 감돌았다. 소고기를 한 점 집어든 그는 “당시에는 먹을 돈도 아껴 주식에 투자했다”며 웃었다. 제대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주식공부를 시작해 증권투자상담사 등 관련 자격증을 여러 개 땄다. 연세 재무연구학회(YFL) 회장도 맡았다. 원 대표는 “학회에서 주식뿐 아니라 파생상품 채권 부동산 대체투자 등을 공부하면서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며 “현재 라임운용이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운용사로 성장하는 데 밑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엔 자연스럽게 펀드매니저의 길로 들어섰다. 2005년 우리은행에 입사했지만 그는 일반 행원이 아니라 증권운용부 매니저였다. 그때부터 창업을 꿈꿨다. 원 대표는 “당시 국내 운용시장은 미래에셋이 휩쓸고 있었다”며 “박현주 회장님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운용사를 차려야겠다는 꿈을 꾸게 됐다”고 했다.


“운용은 사람 관리가 가장 중요”

그는 펀드매니저로 승부를 걸기 위해 2008년 우리은행을 나와 트러스톤자산운용으로 옮겼다. 이후 브레인자산운용을 거치며 실력을 키운 다음 서른세 살이던 2012년 창업했다. 원 대표는 펀드매니저 시절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스스로도 ‘스타 매니저’가 아니었다고 고백한다. 업계 라이벌인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가 재야에서 명성을 떨쳤던 ‘선수’ 출신인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라임운용에는 내로라하는 인재가 몰려들었다. 대체투자 전문가인 이종필 부사장(전 HSBC증권 상무)이 2015년 라임에 합류했다. 외국계 증권사의 스타 플레이어가 당시 별 볼일 없는 작은 자문사에 입사한 것은 업계에 화제가 됐다. 원 대표는 “이 부사장 역시 창업에 대한 꿈이 있었지만 지분이나 성과 배분을 받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설득해 합류했다”고 설명했다. 작년 5월에는 NH아문디자산운용의 간판 매니저였던 홍정모 전 주식운용2본부 팀장을 삼고초려 끝에 영입했다.

라임은 소유구조 및 기업문화에서 운용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사람과 시스템에 대해 오래 고민한 결과다. 라임은 원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이 100% 지분을 갖고 있다. 원 대표의 지분이 25%가량이고 나머지가 직원들의 몫이다. 경영진과 직원 모두가 한 배를 탄 셈이다. 원 대표는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성과에 맞는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 라임운용에서 퇴사한 직원은 한 명도 없다. 이직이 일상인 운용업계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원 대표는 “공모펀드업계에서 인재가 빠져나가는 것은 보상시스템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운용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재 영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 대표는 전문가인 각 본부장에게 대부분 권한을 위임한다. 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할 때는 투자심의위원회를 열기도 하지만 적당한 규모는 본부에서 실행하고 책임진다. 그만큼 투자판단에서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회사 규모가 커지다 보니 경영자와 매니저 역할을 병행하는 것에 한계를 느꼈다”며 “회사 내 다양한 갈등을 해결하고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 운용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공모펀드 운용사로 전환

고기가 다 떨어질 때쯤 레드와인과 향긋한 과일로 만든 ‘샹그리아’가 나왔다. 원 대표는 상큼한 샹그리아로 입가심을 한 뒤 라임의 상품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라임운용은 요즘 주변의 시기와 질투도 많이 받는다. 라임은 메자닌(전환사채처럼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지닌 자산), 기업 매출채권 등 대체상품 투자에 강한 운용사로 유명하다. 그러다 보니 본업인 주식에 소홀한 운용사라는 편견이 따라다닌다. 원 대표는 “요즘 투자자는 주식시장의 등락과 상관없이 꾸준히 수익을 내는 상품을 원한다”며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하지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수단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이 원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수익을 내는 상품을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주식투자 성적이 부진한 것도 아니다. 주식 롱쇼트 전략(고평가된 주식은 매도하고,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하는 전략)을 활용하는 ‘라임 모히토 전문투자형 사모증권투자신탁2호’의 올해 수익률은 14.98%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4.42%)을 10%포인트 이상 앞선다. 홍정모 주식운용본부장(CIO) 영입 이후 수익률이 대폭 개선됐다.

라임자산운용은 올해 공모펀드 운용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에 공모펀드 운용사 전환 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연 7~8%의 수익을 내는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를 출시해 공모펀드 시장과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겠다는 목표다. 원 대표는 “공모펀드 시장이 침체된 가장 큰 이유는 수익이 나지 않는 주식형펀드만 내놓기 때문”이라며 “지금과 같은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주식만으로 돈을 버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투자수단을 활용해 공모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원 대표는 요즘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신흥국 주식시장보다 부동산시장에 더 관심이 많다고 했다. 원 대표는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신흥국 주식시장은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에 생각보다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그보다 부동산 등 다른 곳에서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식당을 나선 시간은 밤 10시가 훌쩍 넘었다. 그는 사무실로 다시 들어간다고 했다. 원 대표는 “신이 인간에게 평등하게 준 건 시간뿐”이라며 “부족한 능력은 추가적인 노력을 통해 따라잡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젊었을 때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좇다가는 인생의 워라밸을 놓칠 수 있다. 꼰대 소리를 들어도 어쩔 수 없다”며 웃었다.

■ 라임자산운용은…

라임자산운용은 원종준 대표가 2012년 설립한 투자자문사로 출발했다. 2015년 ‘한국형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운용사로 전환하면서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올랐다. 헤지펀드는 저평가된 주식을 사고 고평가된 주식을 파는 ‘롱쇼트’ 등 다양한 전략으로 증시 움직임과 상관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고액자산가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지난 4월 운용자산 5조원을 넘어서는 등 국내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로 자리매김했다.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 부동산, 기업 인수합병(M&A), 영화 투자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조만간 공모펀드 운용 면허를 취득해 기존 라임 펀드에 투자하는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도 선보일 예정이다.

■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 약력

△1979년 경남 거제 출생
△1997년 통영고 졸업
△2005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우리은행 입행
△2008년 트러스톤자산운용
△2009년 브레인자산운용
△2012년 라임자산운용 최고경영자


원종준 대표의 단골집 파워플랜트

두툼한 패티·풍부한 육즙 '애니 버거' 유명

서울 종로3길 디타워 3층에 있는 파워플랜트는 경리단길, 가로수길 등에 있는 맛집을 한자리에 모은 편집숍 형태의 식당이다. 타파치(스페인 음식), 드롭더미트(파스타, 스테이크 등 양식), 잭슨피자(피자), 애니&길버트버거(햄버거), 코레아노스(타코 등 멕시코 음식) 등 5개 식당과 수제맥주바가 입점해 있다.

수제버거 맛집으로 유명한 애니&길버트버거는 특히 인기가 많다는 평가다. 대표 메뉴인 ‘애니버거’(1만500원)는 100% 순소고기로 만든 두툼한 패티와 진한 치즈가 특징이다. 한 입에 베어 물기 어려울 정도로 두껍고 육즙이 풍부해 버거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올리브, 옥수수 등에 스테이크와 치킨을 곁들인 드롭더미트의 ‘콥샐러드’(1만5900원)는 한 끼 식사로 손색없을 만큼 푸짐하다. 코레아노스의 ‘오리지널 플래터’(4만6000원)는 치킨퀘사디아, 치킨샐러드 등 대표 메뉴가 모두 포함돼 2~3명이 함께 먹기 좋다. 수제맥주바에서는 20종 이상의 맥주를 판매한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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