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ㅣ'롱리브더킹'은 이재명 영화? 강윤성 감독이 정치색 논란에 대처하는 자세

입력 2019-06-22 08:41   수정 2019-06-22 09:10

영화 '롱 리브 더 킹:목포 영웅' 강윤성 감독 인터뷰




영화 '롱 리브 더 킹:목포 영웅'(이하 '롱 리브 더 킹')은 코미디와 멜로, 액션과 성장기를 담은 오락 영화다. 잘나가던 조직폭력배 보스가 철거 현장에서 만난 인권변호사에게 첫 눈에 반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다가 국회의원까지 된다는 스토리다. 그 속에 '선'과 '악'이있지만, 좌와 우 이념의 대립은 없다. 하지만 영화가 공개되기 전까지 정치색을 의심하는 눈초리 때문에 속앓이를 해야 했다.



개봉 첫 날 만난 강윤성 감독은 전작 '범죄도시'를 통해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강 감독은 "'범죄도시'와 완벽하게 달랐기 때문에 이 영화를 하게 됐다"면서 "정치색이 아닌 이야기 자체의 풍성한 재료에 반했다"고 털어놓았다.



"정치적인 부분에 대해서…"

원작 웹툰 '롱 리브 더 킹'과 영화 '롱 리브 더 킹'의 기본 뼈대는 비슷하지만 결은 다르다. 웹툰에서는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김어준 등 실제 인물을 연상시키는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크레인 농성, 세월호 참사 등도 소재로 등장했다. 2015년부터 연재를 시작해 누적조회수 1억뷰를 달성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추천사를 받기도 했다.

강윤성 감독은 "제가 받은 시나리오 초고엔 한국 정치판을 바라보는 진보와 보수의 대립, 현실 정치의 반영이 거의 없었다"며 "그 지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각색을 13번 정도 했어요. 그 과정에서 한국 정치의 대치 상황을 가져오기보단 부패한 정치인과 새 일꾼이라는 큰 개념으로 접근했어요. 지금의 관객, 국민들이 원하는 건 정직하게 약속을 지키는 젊은 장세출같은 사람이 아닐까 싶었죠."

원작에서와 마찬가지로 목표라는 지역을 살리면서도 빨간색의 정치인이 거듭 당선되고, 정당 이름을 우리민주당이라고 지은 것도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기 위한 장치였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 갖고 있는 지역색,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일부러 그랬어요. 또 목포라는 지역을 특정해서 우리 지역을 작은 영웅을 사실적으로 그려야 겠다고 생각했죠. 막연한 영웅보다는 현실적이고 특색이 있는 영웅이 되길 바랐어요. 그래서 촬영도 60% 이상 목포에서 찍었죠."

"'롱 리브 더 킹'은 멜로 영화"

강윤성 감독은 '롱 리브 더 킹'이 오락영화라고 강조했다. 김동률의 노래에 맞춰 노래방 화면을 연상케 하는 뮤직비디오로 엔딩 크레딧을 꾸민 것도 "마지막까지 즐겁게 나갔으면 했다"는 바람에서였다.

오락이라는 큰 틀 안에 멜로와 코미디, 액션과 휴머니즘, 여기에 한 남자의 성장기까지 다채롭게 담겼다. 강윤성 감독 중 이 중에 중심은 "멜로"라고 밝혔다.

"휴먼이 주가 되는 멜로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일반적인 멜로는 양측을 번갈아 포커스를 맞추는데, 여긴 장세출의 성장기에도 초점을 맞춰야 해서 그의 이야기에 집중했죠."

"김래원의 새로운 인생 캐릭터"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상남자' 매력이 풀풀 풍기는 장세출은 강윤성 감독이 생각하는 '멋진 상남자'의 집합체였다. 교통사고가 나도 "파스 바르면 낫는다"고 하고, 악당에게 쫓기던 여주인공에게 "괜찮아요?"가 아닌 "늦어서 미안해요"라고 하는 것 역시 강윤성 감독이 평소에 "멋있다"고 생각했던 부분이었다고.

"학교 다닐 때 그런 애들 있잖아요. 좀 다쳐도 '괜찮아' 하며서 아무렇지 않아 하는 애들.(웃음) 장세출이 반하는 장면도 참 많이 고민했는데, 비현실적이기도 하고, 만화적이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성에게 반하는 건 1초면 충분하잖아요. 저 역시 제 아내에게 첫 눈에 반했거든요."



"늘 다른 걸 하고 싶어요"

'롱 리브 더 킹'은 '범죄도시' 감독이 연출했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말랑말랑하다. 카메오로 출연하는 배우들과 진선규의 활약을 봐야 '범죄도시'와의 연관성을 유추할 수 있을 정도다.

"원래 제가 좋아하는 건 스릴러에요. 누와르 이런 장르도 좋아하고요. 그런데 감독으로서는 다양한 장르를 추구하죠. '롱 리브 더 킹'도 그래서 하게 됐어요. 관객분들은 전작에 기대 볼 수 있지만, 다르게 봐주셨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머니즘'이라는 코드는 일맥상통한다. 영화에서 뿐 아니라 강윤성 감독이 지휘하는 촬영 현장은 자유로운 토론과 의견이 오가는 곳으로 유명하다. 초반엔 "대사를 다 외워갔는데 다 바뀐다"던 김래원도 '기승전 강윤성 감독 찬양'을 할 만큼 배우들과 함께 소통하는 연출자다.

"아무리 열심히 시나리오를 써도 감독이 모든 캐릭터를 다 안다고 보지 않아요. 현장에서 공기를 배우가 느끼고, 함께 촬영에 임하면서 디테일한 심경을 파악하는 거죠. 시나리오와 콘티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롱 리브 더 킹'도 3번의 시나리오 수정과 2번의 콘티 수정이 있었어요. 현장에서 느껴지는 감정, 그 부분들이 더 중요했고, 그 다음날까지 영향을 줄 수 있어 신이 생겼다가 없어졌다가 하는 일들이 반복됐죠."

이 과정을 통해 '롱 리브 더 킹' 초반의 낚시 장면은 현장에서 추가됐고, 김래원이 몇 달 동안 몸을 만들며 준비했던 상반신 노출 장면은 빠졌다. 그럼에도 배우와 감독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제가 입버릇처럼 얘기 하는게 영화가 잘돼서 배우들이 잘되는게 행복한 거 같아요. 김래원 씨, 원진아 씨, 진선규 씨 등 함께 작업했던 배우들과 즐겁게 만들었어요. 워낙 배운 것들도 많고요.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이 배우들과 또 함께하고 싶네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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