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6년전 조성된 재기지원펀드, 기업 살리는 마중물 노릇 '톡톡'

입력 2019-06-24 14:43  

≪이 기사는 06월17일(04:2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13년 한국성장금융이 출범하며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돕기 위해 조성된 재기지원펀드의 출자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총 3개 펀드가 조성됐고, 이 중 먼저 선정된 2개 펀드는 이미 대부분 회수까지 끝나 조만간 청산할 전망이다.

재기지원펀드는 2013년 산업은행 등이 총 1조8500억원을 출자해 조성된 성장사다리펀드의 자(子) 펀드다. 2013년 12월 1차로 나우아이비(IB)캐피탈과 에스지프라이빗에쿼티(SG PE)-케이스톤파트너스 두 곳이 선정돼 각각 250억원을 출자받았다. 두 운용사는 각각 여기에 추가 자금을 모집해 총 500억원, 630억원 규모로 운용했다. 2015년 1월에는 유진자산운용-에버베스트가 운용사로 선정되어 350억원을 받았다. 유진-에버베스트는 여기에 1050억원의 외부 자금을 더해 총 1400억원 규모로 운용 중이다. 성장금융이 2018년 운용사를 선정한 기업구조혁신펀드는 재기지원펀드의 후신이다.

재기지원펀드에서 출자를 받기 위해서는 전체 자금의 50% 이상을 회생절차 및 워크아웃에 들어간 사후적 구조조정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나머지 자금은 자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펀드들은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대부분 재무적으로 어려운 기업의 사전적 구조조정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SG-케이스톤, 재영솔루텍 등서 ‘대박’

SG PE와 케이스톤파트너스가 630억원 규모로 조성한 ‘재기지원 기업재무안정펀드’는 펀드 청산에 가장 근접해 있다. 총 7개 기업(사후적 구조조정 기업 3곳 포함)에 투자했다가 6개는 회수까지 완료했고, 1곳(에이에스에이전주)만 42억원 규모 회수를 앞두고 있다. 올해 중 청산이 유력하다.

주요 투자대상업체는 코스모그룹, 재영솔루텍, 우창공업, 인성글로벌 등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투자처는 코스모그룹이다. 옷이나 종이를 밝게 하는 백색안료 이산화티타늄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코스모화학을 거느리고 있다. 그러나 중국업체와의 경쟁 등으로 주력사업에서 손실을 보고 있었고 건설 등에서도 부실이 발생했다.

SG-케이스톤은 2015년 재기지원펀드 자금 150억에 별도 프로젝트펀드까지 포함해 총 770억원을 마련했고, 코스모화학(330억원)과 기타 계열사를 합쳐 만든 코스모앤컴퍼니(440억원)의 우선주 및 보통주에 투자했다. 경영권을 접수한 후 온산공장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거쳤고, 이산화티타늄 시세가 오르면서 회사는 2017년부터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올초 기존 대주주인 허경수 회장에 경영권을 되팔고 나머지는 시장에 매각해서 회수를 마쳤다. 코스모화학에 대한 투자 내부수익률(IRR)은 32.6%에 이르렀다. 코스모앤컴퍼니도 9.4%로 준수했다.

사후적 구조조정 업체인 재영솔루텍은 휴대폰 카메라에 들어가는 자동포커스(AF) 모듈을 생산하는 업체다. 환율 관련 파생상품인 키코(KIKO)에 투자했다가 670억원 손실을 입고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대기업 거래가 자꾸 끊기고, 신규 투자유치도 여의치 않아졌다. SG-케이스톤은 2015년 8월 이 회사가 발행한 CB 120억원을 사주는 식으로 1차 투자를 해줬다. 워크아웃 종결을 위한 조치였다.

이후 재영솔루텍은 베트남 하노이에 생산공장을 설립했고, SG-케이스톤은 2017년 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추가로 상환전환우선주(RCPS) 60억원, CB 60억원을 투자했다. 두 차례의 투자는 재영솔루텍에게 단비와 같았다. 2018년 회사는 매출 1286억원에 영업이익 31억원을 올려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SG-케이스톤도 IRR 49.4%(1차 투자), 53.0%(2차 투자)의 ‘대박’을 냈다.

이승호 SG PE 본부장은 “외환위기 후부터 기업 구조조정에 투자해 온 다양한 경험이 바탕이 되어 비교적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기업구조혁신펀드 등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나우IB, 우양에이치씨 등 IPO 추진

나우IB가 만든 ‘나우턴어라운드성장사다리펀드 1호’의 경우 500억원 약정금액 중 300억원 가량을 회수했다. 전체 11건 투자한 가운데 대부분(8건)이 사후적 구조조정 대상이었다. 대표적인 투자 대상은 회생절차에 들어가 있던 플랜트 설비 기업 우양에이치씨다. 2016년 DIP 파이낸싱을 제공한 데 이어 재기지원펀드와 별도로 프로젝트펀드를 설립해 1200억원에 회사 경영권을 인수했다.

하홍철 나우IB 상무는 “우양에이치씨는 원래 연매출 2000억원, 시가총액 2000억원 규모 상장사였는데 회생절차를 진행하며 상장이 폐지됐다”며 “회생절차에 들어갔어도 고객사의 신뢰를 여전히 받고 있었고 비슷한 시기 쓰러진 경쟁사가 많아 경기가 다시 좋아지면 턴어라운드 될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지난 1분기엔 영업이익도 40억원 냈다. 그는 “2~3년 후에는 재상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나우IB의 또 다른 투자처는 글로벌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의류 생산업체 국동이다. 이 회사는 재무상황이 나빠져 중소기업 대상 워크아웃인 ‘중소기업패스트트랙’에 들어간 후로 수주는 계속 되었지만 기존 금융기관들이 거래를 꺼리면서 생산시설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가 막혀 있는 처지였다. 2014년 10월, 2016년 6월 두차례에 걸쳐 나우IB 주도로 각각 100억원과 200억원 규모 전환사채 투자를 받은 후 회사는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세울 수 있었다. 2016년 6월말부터 정상기업으로 활동하고 있다. 나우IB 등의 2014년 국동 CB 투자는 약 50%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구두회사 엘칸토도 나우IB의 핵심 투자처다. 외환위기 전 화의, 이후 회생절차에 들어가는 등 여러 번 위기를 넘긴 엘칸토는 2011년 이랜드그룹에 인수되었으나 이랜드그룹의 재무구조가 어려워지면서 다시 매물로 나온 상태였다. 2017년 8월 나우IB의 펀드가 11%, 케이프자산운용과 SK증권이 공동으로 89% 지분을 샀다.

하 상무는 “이랜드그룹이 자사 아울렛에 납품하도록 채널을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인도나 중국에서 제품을 사다 공급만 하면 되기 때문에 잘 될 수 밖에 없었다”며 “국내 제화업체 중 유일하게 성장하는 회사로서 투자 후 지금껏 매출 15% 이상, 영업이익 20% 이상이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제화시장 규모 대비 시장점유율이 낮기 때문에 추가 성장여력이 있다며 내년 중 상장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유진-에버베스트, 82% 투자 완료

‘유진자산운용-에버베스트 기업재무안정 턴어라운드펀드’는 2015년부터 투자를 했기 때문에 아직 투자기업을 찾는 단계다. 총 1400억원 규모로 조성된 자금 가운데 6월초 기준 약정액의 82% 가량이 투자가 완료됐으며 아직 회수가 된 건은 없다. 총 12건의 투자 가운데 8건이 사후적 구조조정 기업 대상 투자였다.

대표적인 투자 대상은 2017년에 투자했던 자동차 부품회사 한주금속이다. 중소기업패스트트랙에 들어가 있던 이 회사에, 유진-에버베스트는 2차례에 걸쳐 120억원을 투자했다. 2017년에는 CB로 70억원, RCPS 30억원을 넣었고 2018년에 RCPS 20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알루미늄 다이캐스팅 등을 통한 자동차 경량화 핵심 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인 만큼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형준 유진자산운용 본부장은 “주주 중에 일본 도요타의 자회사 중앙전기가 포함돼 있는 등 글로벌 생산 구조 내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유진-에버베스트는 또 중저가 화장품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스킨푸드가 회생절차에 들어가 있는 동안 50억원의 DIP파이낸싱을 제공하기도 했다. 구본용 에버베스트 대표는 “회사의 브랜드 네임이 좋고 중국 내 판매 허가권도 많이 가지고 있는데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원재료를 사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DIP파이낸싱을 통해 영업을 지속하도록 도울 수 있었다”고 전했다. 스킨푸드는 최근 파인트리파트너스에 1770억원에 매각됐다.

지난달 말에는 영업사원들에게 지급한 ‘빨간 그랜저’로 유명한 화진화장품 CB에 투자를 결정했다. 투자 규모는 약 100억원대로 알려졌다.

◆정상기업으로 복귀 ‘디딤돌’

3개 펀드의 운영 상황을 보면, 조성 요건 때문에 사후적 구조조정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사전적 구조조정 기업을 잘 찾아서 적기에 자금을 공급해 주는 것도 이들의 성공비결 중 하나였다.

투자 방식 중에서는 CB나 RCPS 등을 포함한 에쿼티 방식 투자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투자회사가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경우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SG-케이스톤과 유진-에버베스트의 경우 전체의 75%, 나우IB는 65%가 에쿼티 성격의 투자였다.

대출은 주로 회생기업에게 DIP 파이낸싱을 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기존 금융권은 워크아웃이나 회생기업에 대한 대출의 경우 대출 상당액의 전부나 일부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아무리 관계가 좋고 재기하리라는 전망이 있어도 거래를 하는 데 따르는 비용이 너무 크다. 이 공백을 메우는 주요한 역할을 재기지원펀드가 해준 셈이다.

나우IB의 하 상무는 “기자재 업체들은 수주를 따냈을 때 공사 이행을 이행하겠다는 약속으로 보증금을 10% 정도 지급해야 하는데,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기존 금융기관과의 거래가 거의 끊기기 때문에 보증서 발급이 안 되고 이 때문에 회사가 재기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민간에서 이런 부분에 투자를 할 수 있고, 그것이 안정적으로 이익을 올린다는 경험이 시장에 공유되고 있다”고 의의를 부여했다.

구본용 에버베스트 대표는 “재기지원펀드를 통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 가운데 적절한 도움을 주면 살아날 수 있는 기업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다”며 “후속 성격인 기업구조혁신펀드가 마중물 역할을 더 하기 위해서는 성장금융의 기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은/황정환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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