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빌 게이츠의 후회

입력 2019-06-24 18:35   수정 2019-07-11 11:04

[ 김선태 기자 ] 2007년 애플 아이폰이 세상에 나왔을 때 많은 이들이 혁신성에 박수를 쳤다. 반면 iOS(아이폰 운영체제)를 처음 접한 사용자들 중 상당수는 적잖은 당혹감도 느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컴퓨터 OS(운영체제) 윈도에 익숙했던 이들에게 iOS는 상당히 생소했던 데다 음악이나 앱 관리를 위해 별도로 설치해야 했던 아이튠즈라는 소프트웨어도 사용법이 꽤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은 스마트폰도 작은 컴퓨터인 만큼 조만간 윈도를 OS로 택한 폰이 나올 것이고, 이것이 곧 스마트폰의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현재 모바일 OS 시장 점유율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86%, iOS 14% 전후인 데 비해 윈도는 0.1%에 그친다. 오픈 소스의 무료 OS라는 안드로이드의 장점이 삼성을 비롯한 많은 스마트폰 제조사들을 끌어들인 결과다.

MS는 2010년 첫 스마트폰용 OS를 내놓았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4년 핀란드의 휴대폰 회사 노키아를 인수하면서 모바일 시장에서 재도약을 노렸지만 이 역시 삼성과 애플 등의 상승세에 밀려 고전의 연속이었다. MS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올초 MS의 서포트 페이지에는 오는 12월 10일을 끝으로 더 이상 윈도10 모바일 OS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떴다. 지원 종료는 모바일 OS 버전 단종을 뜻한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된 신세가 되자 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뒤늦은 후회를 했다는 소식이다. 그는 지난주 한 행사에서 “소프트웨어 세계, 특히 플랫폼 시장은 승자독식 시장”이라며 “MS가 안드로이드처럼 되지 못하도록 한 것이 나의 최대 실수”라고 인정했다고 한다. 구글은 2005년 5000만달러에 안드로이드를 인수했다. 지금은 약 4000억달러로 추산되는 ‘대물’을 놓친 것을 크게 아쉬워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배부른 자의 엄살’이라는 지적도 있다. MS는 안드로이드에 사용된 일부 자사 기술 특허료로 연간 20억달러가량을 챙기고 있다. 사실 안드로이드를 놓친 걸 내심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쪽은 삼성이다. 구글이 인수하기 2주 전, 안드로이드 측이 삼성에 인수를 타진했지만 거래는 성사되지 못했다. 만약 삼성이 인수했더라면 안드로이드는, 그리고 삼성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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