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사기당하고도 배상 못받는 피해자들

입력 2019-07-01 18:03  

노유정 지식사회부 기자 yjroh@hankyung.com


[ 노유정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 지난달 29일 서울시청 앞. ‘트럼프 환영’과 ‘반대’를 외치는 각종 집회가 열리고 있는 광장 한쪽에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사기 범죄수익을 즉각 환수하라”고 외쳐댔다. 금융사기로 피해를 입은 ‘전국불법금융피해자연합회’ 회원들이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A씨는 기자를 붙잡고 하소연했다. 그는 “해외 유명 자산운용사에 돈을 넣고, 원금 보장은 물론 연 10~12% 수익률을 장담한 데다 TV 방송에 출연한 재무상담사들도 추천해 투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첫 2년간 실제로 10% 이상 수익이 났길래 A씨는 전 재산 5억원을 털어 넣었다고 했다. 하지만 3년째부터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동안 들어온 수익은 다른 투자자 돈으로 돌려막기 한 것이었다. 검찰 추산 피해자만 약 1000명, 피해금액 460억원에 달하는 에이블인베스트먼트코리아 사기 사건이다. 대표와 일당은 구속됐지만 A씨는 투자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이날 집회에는 ‘제2의 조희팔 사건’으로 불리는 IDS홀딩스 사건,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사건 피해자들도 있었다. 이들 역시 A씨처럼 범죄자는 구속됐지만 투자금은 되찾지 못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범죄수익 추징 대상금은 26조9389억원. 하지만 환수율은 고작 0.41%다.

환수율이 낮은 것은 제도적 요인 때문이다. 국내에선 사기를 당한 사람이 피해를 회복하려면 사적으로 민사소송을 통해 배상받아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범인이 재산을 숨기면 찾기도 어렵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사기범죄 수익금을 형사재판 후 피해자에게 돌려주도록 하는 ‘부패재산몰수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1년째 계류 중이다. 국내에서 사기 범죄는 매일 662건(2017년 기준) 발생한다. A씨 같은 피해자는 하루에 수천 명 나온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이 트럼프 대통령 방한 찬반 목소리에 묻혀버린 것처럼, 이들의 피해를 보듬어주려는 사회적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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