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폭락에도 돼지고기 안 팔린다…"아프리카돼지열병 불안심리 확산 탓"

입력 2019-07-02 11:16   수정 2019-07-02 11:17

아프리카돼지열병 영향으로 전 세계 돼지고기 가격 폭등
국내는 여름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African swine fever) 여파로 전 세계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국내 돼지고기 가격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일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한돈자조금)에 따르면 돼지고기 가격은 통상 최고 수준을 형성하는 여름 성수기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사상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어 농가 손실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돼지고기 평균 산지가격은 kg당 42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 하락했다. 6월 가격으로는 2008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며 사상 최대 폭락이었던 지난 2013년보다도 낮다.

소매가격도 마찬가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의하면 6월 돼지고기 삼겹살 100g당 평균 가격은 1936원으로, 평년 평균치인 2195원을 크게 밑돌았다. 이 같은 국내 상황은 다른 국가의 상황과 대비되는 것이어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바이러스성 출혈 돼지 전염병으로, 주로 감염된 돼지의 분비물 등에 의해 직접 전파된다. 돼지과(Suidae)에 속하는 동물에만 감염되며 치사율이 거의 100%에 이르기 때문에 한번 발병하면 양돈 산업에 큰 피해를 끼친다.

특히 국가간 전파 동물 질병 중의 하나로 돼 있고 그 속도가 매우 빨라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현재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중국, 베트남을 넘어 북한까지 번졌고 멧돼지 등을 통해 남한으로 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베트남은 이미 280만 마리, 중국은 110만 마리 이상이 폐사, 살처분됐다. 중국은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 국가인 탓에 지난 5월 돼지고기 수입량을 18만7459t까지 늘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급증한 것이다. 때문에 전 세계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한 상황이다.

국내 돼지고기 시장은 수입산이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최고 성수기인 여름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오히려 떨어졌다.

국내 돼지고기 가격이 폭락한 이유는 재고량이 넘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돼지고기 재고량은 총 5만8058t에 달했다. 이는 2017년 대비 70% 이상 많은 수치다.

게다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한 소비자 심리가 위축된 게 농가에 뼈아팠다는 지적이다. 대형마트 정육코너 담당 관계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유행하면서 소비자들이 막연히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확실히 전에 비해 돼지고기보다는 생닭이나 수입산 소고기를 찾는 비율이 늘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외식 대표 메뉴인 돼지고기의 소비 부진이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돈자조금 관계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영향과 극심한 소비부진으로 연초부터 시작된 가격 하락이 올 한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여 한돈농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유입을 철저히 막아 국내에서 유통 중인 돼지고기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30일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 정밀검사(혈액 검사)를 전국 모든 돼지농장으로 확대해 실시하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내에 직접적으로 끼친 영향보다 소비자들에게 심리적으로 영향을 준 부분이 더 크다"며 "회식 문화가 줄면서 돼지고기 수요가 줄었는데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 더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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