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車, '차이나 쇼크'에 허우적…최악 '사드 보복' 때보다 판매 20%↓

입력 2019-07-02 17:16   수정 2019-07-03 01:33

올 들어 1~5월 판매량 34만여대
작년 같은기간 보다 9만대 급감
中 사업 추가 구조조정 관측도



[ 장창민 기자 ] 현대·기아자동차가 ‘차이나 쇼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5월 판매량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한창이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줄었다. 두 회사가 각각 중국 1공장 문을 닫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비상벨’ 소리는 되레 커지는 모양새다. 현대차그룹이 추가적인 중국 사업 구조조정을 검토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의 올 1~5월 판매량은 34만3383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43만8364대)보다 21.7% 쪼그라들었다. 사드 보복 이전인 2016년 같은 기간 판매량(74만여 대)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버스와 트럭 등 상용차를 생산하는 쓰촨현대는 법인 설립(2012년) 이후 최악의 실적을 내고 있다. 올 1~5월 중국 현지에서 1677대를 팔았다. 작년 같은 기간(5100대) 대비 3분의 1토막 수준이다. 중국 건설 경기 침체로 상용차 수요가 줄어든 데다 값싼 토종 브랜드 트럭에 밀리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중국 시장에서 부진한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사드 보복’의 여진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5년부터 중국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붐이 일었지만 현지에서 통할 만한 모델을 제때 내놓지 못한 점도 판매량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판매 중인 몇몇 SUV 모델 역시 중국 토종 업체들이 내놓은 모델보다 30~40% 비싸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토종 브랜드의 추격도 거세다. 2015년만 해도 시장점유율 2% 수준에 그쳤던 지리자동차는 최근 중국 시장 ‘빅3’로 올라섰다. 중국 토종 브랜드의 점유율은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다. 2013년엔 15% 수준이었지만 올해 25%대로 올라섰다. 업계 관계자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내세워온 현대·기아차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중국 경기 둔화 추세와 맞물려 당분간 판매량을 회복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이유로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판매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가 고정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감산 규모를 확대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고위관계자는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중국에 진출한 140여 곳의 국내 부품업체(1차 협력사 기준)도 빈사지경에 내몰리고 있다.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판매량이 줄곧 줄어든 데 이어 현대·기아차가 현지 1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다. 중국 현지에 공장을 둔 부품사들의 연쇄 구조조정이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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