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원 "구조조정은 생존 위한 선제조치…車부품업계 하반기에 최대 고비 맞을 것"

입력 2019-07-03 17:41   수정 2019-07-04 01:22

[ 장창민/도병욱 기자 ] “선제 구조조정은 판매 부진의 늪에 빠진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입니다.”

연간 매출 5조원대 자동차 부품회사인 만도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사진)의 토로다. 만도의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직후인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서다. 그는 “올 하반기 한국 자동차 부품업계가 최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터뷰 내내 정 회장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그는 “인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가 가슴이 얼마나 미어질지 상상이 가느냐”고 되물었다. “격변하는 자동차 시장에서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만도는 지난 2일 임원을 20% 이상 줄이고, 관리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 내용의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같은 고강도 구조조정은 한라그룹이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만도를 사모펀드인 선세이지에 넘겼다가 우여곡절 끝에 2008년 되찾은 뒤 10여 년 만에 처음이다.

"최대 시장인 중국서 답 안나와…당분간 내실 다지며 버티겠다"

자동차 부품회사인 만도는 경기 침체 여파로 주력 제품인 브레이크와 서스펜션, 스티어링휠 수요가 급격히 줄면서 고전하고 있다. 2016년 5조8663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5조6648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050억원에서 1974억원으로 35%나 쪼그라들었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은 32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5.9% 급감했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사진)이 ‘칼’을 뽑아 ‘뼈와 살’을 도려내기 시작한 이유다.

정 회장은 더 버틸 재간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중국에서 현대·기아자동차뿐만 아니라 지리자동차 등 토종업체로 납품처를 다변화했는데도 매출 감소세를 피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소비심리가 완전히 얼어붙어 사람들이 차를 사지 않는 지경이 됐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미국 자동차 시장은 연간 1700만 대 수준으로 정체돼 있어 중국 등 신흥국에서 성장을 해야 하는데,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사업계획이 틀어지면서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을 맞았다”고 답답해했다. 이어 “선제적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생존마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 전망 자체가 어둡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최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본사 경영진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좀처럼 판매 부진이 해소되긴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내연기관 기반 차량의 판매 부진과 함께 아직 수익이 안 나는 전기자동차 판매가 늘고 있는 점도 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올 하반기 기로에 서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정 회장은 “올 하반기엔 예측이 쉽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며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매출 5조원대인 만도가 이 정도면, 중소 부품사들은 더 심각할 것”이라며 “우리(만도)처럼 비교적 큰 회사는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중국 투자 비중이 큰 중소업체들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회장은 ‘백지(白紙)’ 위에 서겠다고 했다. 그는 “당분간 내실을 다지며 생존을 위한 버티기에 들어갈 것”이라며 “백지를 놓고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자기 반성부터 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남겼다.

정 회장은 지난해 초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도 줄곧 ‘위기 의식’을 강조했다. 그는 당시 “불과 몇 년 뒤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다”고 털어놨다.

정 회장은 ‘재계의 부도옹(不倒翁·오뚝이)’으로 불린 고(故) 정인영 한라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조카다. 자동차 부품사인 만도와 건설사인 (주)한라 등 50여 개 계열사를 이끌고 있다.

장창민/도병욱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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