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앤디 워홀·아인슈타인도 정신병 앓았다

입력 2019-07-04 17:13   수정 2019-07-05 01:26

앤디 워홀은 저장강박증이었다


[ 은정진 기자 ] 세계적인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은 어떤 것도 쉽게 버리지 못했다. 해묵은 엽서와 진료비 청구서, 수프 캔, 썩은 피자꽁다리들을 수백 개 상자에 채웠다. 워홀은 1975년 출간한 저서 《앤디 워홀의 철학》에서 “나 자신은 원치 않은 물건이라도 그걸 버리는 건 내 양심이 용납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수집가라기보다 ‘저장강박증’ 환자에 가까웠다. 수집품을 병적으로 모으면서도 수집가처럼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여주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워홀은 한 인터뷰에서 “종이와 상자들. 나는 무언가를 집에 가져오면 아무 데나 놔두고 다시는 집어 들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 저널리스트 클로디아 캘브가 쓴 《앤디 워홀은 저장강박증이었다》는 워홀을 비롯해 경계성 인격장애자인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 강박 장애에서 헤어나지 못한 영화 제작자 하워드 휴스, 우울장애를 앓았던 정치인 에이브러햄 링컨, 불안장애로 마음고생을 한 진화론자 찰스 다윈, 아스퍼거증후군으로 힘들어한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 열두 명의 정신세계를 탐사한다.

이들은 각 분야에서 세상을 변화시키고 역사에 이름을 새겼지만 우울증, 불안증, 강박증, 약물중독, 도박 중독, 자기애성 인격장애 등 정신질환과 연관된 행동을 보였다. 휴스는 문을 열 때마다 손잡이를 화장지로 감싸 쥐었고, 다윈은 대중 앞에서 말하는 것에 불안을 느껴 24시간 동안 토하기도 했다.

저자는 그들의 업적이 그런 병적 성향과 관계가 있는지 21세기 심리학과 정신의학의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다. 오늘의 의사들은 조지 거슈윈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갖고 있었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가 치료제인 리탈린을 복용했다면 ‘랩소디 인 블루’라는 명곡이 나왔을까. 저자는 “천재성을 가진 세계적인 유명인들에게도 독특한 특이점들이 존재했다”며 “지금에 와선 정신장애로 불리는 약점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그들의 정신 상태가 뛰어난 업적과 위대한 결과들을 만드는 데 영향을 미쳤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김석희 옮김, 모멘토, 393쪽, 1만5000원)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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