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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 '들러리' 만드는 美·北 직거래, 북핵 용인으로 가선 안 된다

입력 2019-07-05 17:51  

북한이 “앞으로의 핵 관련 논의에서는 한국을 빼자”고 미국에 요구했다는 소식이다. 3차 판문점 미·북 정상회담 준비차 접촉한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에게 양국 간 직거래를 제안한 것이다. “양자 담판으로 비핵화 협상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싶어한다”는 게 비건 대표의 해석이다.

갑작스런 북한의 제안은 ‘운전자’와 ‘중재자’를 자처해온 한국을 배제하겠다는 것이어서 여러 복잡한 생각을 부른다. ‘하노이 노딜’로 교착 상태였던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는 중요한 시점에서 어떻게 해석해도 한국에 유리한 그림은 그려지지 않는다. 한반도 비핵화의 핵심 당사자인 한국이 협상에서 빠진다는 사실 자체가 비상식적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구도로는 안 된다’고 보고 미국과 한국을 분리시켜 각개격파하려는 북한의 시도일 것이다. 까다로운 한국은 미국을 통해 제어(통미봉남·通美封南)하고, 다분히 즉흥적인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으로 협상을 마무리해 보겠다는 의도가 감지된다.

‘한국 배제’ 요구와 함께 ‘북핵 동결론’까지 터져나오는 점이 불안감을 더한다. 미국 언론에서는 최근 “새로운 협상에서 미국이 북핵동결에 만족할 수도 있다”(뉴욕타임스)는 식의 보도가 나오고 있다. 미 국무부는 즉각 “논의해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고, 대북제재는 변함없다”고 강조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내년 11월 대통령선거에서 재선하기 위해 외교 치적이 절실한 트럼프가 어정쩡한 관리와 봉합을 선택할 수 있어서다. 김정은은 일본 아베 총리와의 만남도 시사했다. 새판짜기가 급박한 데 비해 문재인 대통령은 변화를 좇지 못하는 경직된 모습이다. 판문점 미·북 회담을 두고 ‘적대관계 종식’이니 ‘평화시대 시작’이니 하는 거창한 수사를 동원했다. 북핵이 단 한 발도 폐기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앞서 나간 발언이다.

이런 구도라면 북핵 협상에서 한국의 역할은 점점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들러리를 서면서 회담결과를 귀동냥하는 처지로 전락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미국과 한국의 이해관계는 엄연히 다르다.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지난 주말 만남을 앞두고 “최근 발사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을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아니면 괜찮다는 아찔한 메시지로도 들린다. 미·북 직거래가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의 관철이 아닌, 다른 해법을 모색하려는 것이라면 결코 용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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