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도 사람도 돈도 떠나는 나라가 돼가고 있다

입력 2019-07-07 17:42  

지난해 내국인의 해외 부동산 투자를 위한 송금액이 전년 대비 2.5배 급증했다는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보고서는 ‘탈(脫)한국’ 현상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개인 간 이전, 유학자금 등이 해외 송금의 주류였지만 최근에는 해외 부동산 투자 송금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미국(금액기준 70.0%)이 압도적이지만 부동산 값이 낮은 베트남(9.1%), 말레이시아(7.2%) 등 동남아 국가에도 1억~2억원대 송금이 부쩍 늘었다(한경 7월 6일자 A10면).

기업 해외투자가 사상 최대이고 해외이주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돈도 사람을 따라 한국을 떠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국내 거주자의 해외 부동산 취득액은 6억2500만달러(약 7300억원)로 2년 새 두 배로 늘었다. 서울에서 뉴욕 맨해튼의 최고급 아파트 분양설명회가 열리는 게 낯선 풍경이 아니다. 베트남 호찌민의 고급주택 구매자의 22%가 한국인일 정도다. 부유층은 물론 중산층까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해외 이주자는 지난해 6257명으로 전년의 4배가 넘는다. 일본에 취업한 한국인이 2만 명을 넘었고, 미국의 고급인재 취업이민 비자(EB-1, EB-2)로 떠나는 ‘최고급 두뇌’가 매년 15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기업의 ‘코리아 엑소더스’는 더 심각하다. 지난해 기업의 해외투자가 478억달러로 1980년 통계작성 이래 최대였고, 올 1분기에도 141억달러로 분기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 온갖 규제, 고비용 구조, 과중한 상속세, 전투적 노조 등에 질린 기업들이 내쫓기듯 탈출하는 상황이다.

돈은 이윤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르고, 기업도 사람도 국적을 선택할 수 있는 지구촌 시대다. 반(反)기업·반부자 정서가 팽배하고, 징벌적 상속세를 경제정의로 여기고, 고령화와 저성장이 가속화하는 나라에서 미래까지 안갯속이니, 탈한국 현상은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왜 기업도, 사람도, 돈도 떠나는지 냉정히 돌아보고 고칠 것은 고쳐야만 한다. 이런 게 국가 위기가 아니면 무엇이 위기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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