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갱신요구권 없는 상가 세입자라도 소유주는 권리금 회수 기회 보장해야

입력 2019-07-09 16:34  

(18) 권리금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근래 가장 크게 변한 법이다. 이 법은 2003년 1월 1일 처음 시행됐다. 역사는 짧지만 끝없는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2013년 이후로는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고액 임차인까지 보호 대상으로 하는 규정이 생겼다. 2015년엔 권리금이 법제화됐다. 작년에는 계약갱신요구권이 10년으로 연장되는 굵직한 법 개정이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많은 변화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을 꼽자면 2015년 도입된 권리금이다. 권리금이란 상가건물의 임차인이 후속임차인으로부터 그동안 일군 영업상 가치의 대가로 받는 금전을 말한다.

본래 임차인 간 법률 관계로 치부돼 임대인과는 관련 없는 문제로 간주돼 왔다. 이 때문에 법에 규정된 임대인의 권리금 의무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해 분쟁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져 중요한 법률 이슈로 떠오르게 됐다.

그렇다면 권리금에 대한 임대인의 의무는 과연 어떤 내용일까. 법에 따르면 임대인은 임차인이 후속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한다. 이를 위반한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임대인이 권리금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후속임차인과의 계약 체결에 대한 협조를 통해 간접적 의무를 부담하는 형태다.

이 같은 임대인의 의무가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다. 계속되는 차임 연체나 무단 전대 등으로 임차인 스스로 신뢰를 깬 경우 임대인은 권리금 보호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임차인이 주선하는 후속임차인과 반드시 계약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후속임차인이 임대료를 지급할 자력이 없거나 임대차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또는 임대인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제시하는 계약 사항에 대해 합의되지 않는 경우 등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임대인은 계약을 거절할 수 있다.

반대로 임대인이 후속임차인과의 계약을 전면 거절하거나 시세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의 임대료를 요구하는 등 과도한 계약 조건을 내세운다면 권리금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건물 철거 등을 이유로 후속 임대차계약을 거절하는 경우 기존 계약 당시에 철거나 재건축 등의 내용을 임차인에게 고지하지 않았다면 권리금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임차인이 한 장소에서 오랫동안 영업했을 때 임대인이 권리금에 대한 의무를 지는지는 그동안 논란이 됐다.

대법원은 임대차 기간이 5년을 넘어 옛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의 계약갱신요구권이 없는 임차인의 권리금도 보호돼야 한다는 판결을 지난 5월 내렸다. 임차인에게 10년의 계약갱신요구권이 인정되는 현재의 법 아래에서도 이 같은 결론은 동일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은 구체적인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되므로 임대인의 권리금 의무에 대해 일률적인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임대차 기간, 주변 시세 대비 임대료 수준, 특약사항, 후속임차인과의 협상 내용 등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통해 권리금 손해배상 의무가 판단된다. 손해배상액 역시 공평의 관념 등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상가임대차 관련 여러 법률 관계 중에서도 권리금은 특히 임대인임차인의 신뢰와 협조가 절실한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사회 통념에서 벗어나는 과도한 요구는 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으며 법률 분쟁의 시작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박현진 < 미래에셋대우 VIP컨설팅팀 변호사 hyunjin.park@miraeasse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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