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군용기 독도 영공 2차례 침범…靑, 러시아에 강력 항의

입력 2019-07-23 17:54   수정 2019-07-24 00:54

전투기 출격해 360발 '경고사격'
中·러 폭격기 KADIZ 동시진입
日도 "우리 영토에서 사격" 억지



[ 임락근/박재원 기자 ]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 한 대가 23일 독도 영공을 두 차례에 걸쳐 7분간 무단 침범했다. 중국 폭격기 두 대도 러시아 폭격기 두 대와 연합훈련하는 과정에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했다. 우리 군은 F-15K와 KF-16을 출격시켜 경고사격으로 대응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중국 H-6 폭격기 두 대, 러시아 TU-95 폭격기 두 대와 A-50 조기경보통제기 한 대가 23일 오전 동해 KADIZ를 침범했다”고 발표했다. 또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는 독도 인근 영공까지 두 차례 침범해 우리 군이 전투기를 출격해 360여 발의 대응 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다른 나라 군용기의 한국 영공 무단 침범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이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동시에 KADIZ에 진입한 것도 최초다.

청와대는 러시아에 강력히 항의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FSC) 서기에게 “이번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되풀이될 경우 훨씬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외교부도 이날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와 막심 볼코프 주한 러시아대사대리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항의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에 “우리(일본) 영공에서 이런 행위(경고사격)를 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억지 주장을 펼쳤다.

러·中 군용기 韓영공 '제집 드나들 듯'…한·미 연합훈련 겨냥한 도발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들은 23일 새벽부터 한국방공식별구역(카디즈·KADIZ)과 한국의 영공을 3시간12분가량 무단으로 침범해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동북아 안보지형을 뒤흔들 갈등의 불씨가 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중·러가 한·미 연합 대비태세를 시험하기 위해 군사도발을 벌인 데다 이번 사건이 독도 영공에서 벌어졌다는 이유로 일본 측이 개입하면서 한·일 간 군사 갈등으로도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4대가 동시에 침범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44분께 중국 폭격기 2대가 한반도 남서쪽 이어도 북서방에서 카디즈로 최초 진입해 7시14분께 이어도 동쪽으로 이탈했다. 이후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 안쪽으로 비행하다가 오전 7시49분께 울릉도 남방 약 76마일(140㎞) 근방에서 카디즈로 재진입했다. 북쪽으로 향하던 중국 폭격기는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지나 오전 8시20분께 카디즈를 이탈했다.

이후 이들은 오전 8시33분 동해 북방한계선(NLL) 북방에서 러시아 폭격기 2대와 합류해 기수를 남쪽으로 돌렸다. 오전 8시40분께엔 울릉도 북방 약 76마일 근방에서 카디즈에 재진입했다.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 4대가 다 같이 카디즈를 침범한 것이다. 이들은 오전 9시4분께 울릉도 남방에서 카디즈를 완전히 벗어났다.

우리 영공을 침범한 건 이들 4기의 폭격기와는 별도로 기동한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였다. 이 정찰기는 오전 9시9분 독도 영공을 침범했다. 차단 기동을 하던 한국군은 즉각 강한 열과 빛을 내뿜는 플레어를 투하하고, 정찰기의 전방에 경고사격을 하는 등 전술 조치를 했다. 러시아 군용기는 오전 9시12분 독도 영공을 벗어났다. 이후 이 정찰기는 오전 9시28분 카디즈에 재진입했고, 9시33분 독도 영공을 2차 침범했다. 이에 공군 전투기가 재차 경고사격을 하자 오전 9시37분 독도 영공을 이탈해 북상했다. 이후 비행을 이어가다 최종적으로 오전 9시56분 카디즈를 빠져나갔다.

이날 한국 공군 전투기들이 무선통신으로 경고했지만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들은 응답하지 않았다. 합참 관계자는 “제주도 서남방 및 동해 NLL 북방에서 미상 항적의 군용기들을 포착했을 때부터 공군 전투기를 긴급 투입해 추적 및 감시 비행, 차단 기동, 경고사격 등 정상적인 대응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군은 경고사격은 1차 80여 발, 2차 280여 발을 쐈으며, 러시아 군용기보다 1㎞ 정도 앞쪽에 사격했다고 설명했다. 플레어는 1차로 15발, 2차로 10발이 투하됐다.

“한·미 연합훈련 겨냥”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다음달 5일부터 3주가량 실시되는 한·미 연합훈련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이번 훈련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쾌함을 드러낸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대신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김형철 전 공군참모차장은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동해 상공에서 합류해 비행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러뿐만 아니라 북한과도 사전에 협의해 연합훈련을 앞둔 한·미 동맹을 시험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여전히 꼬여 있고, 미국을 필두로 한 국제사회의 대 러시아 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중·러가 안보 갈등을 일으켜 외교적 카드를 확보하기 위한 시도라는 설명도 나온다.

이번 사건으로 비롯된 갈등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측이 영공 침범을 부인하고 있어서다. 이날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러시아 군용기가 동해를 비행하는 동안 타국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한국이 비전문적으로 대응했다”고 주장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방공식별구역은 영공이 아니며 국제법에 따라 각국은 비행의 자유를 누린다”며 “중국과 한국은 좋은 이웃으로 ‘침범’이라는 용어는 조심히 써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유사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외교가의 전반적 전망이다.

임락근/박재원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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