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韓 기업 참여한 브로드웨이 무비컬 '물랑 루즈!'

입력 2019-07-25 17:56  

현란한 조명·볼거리 가득한 무대 '눈길'
주인공 캐릭터·이야기 변화도 인상적

원종원 <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 뮤지컬 평론가 >



요즘 세계 공연가를 뜨겁게 달구는 것은 단연 ‘무비컬’이다. ‘영화가 원작인 뮤지컬’이란 뜻이다. 아무리 특수효과로 치장했더라도 영화는 엄연히 영상물이다. 태생적으로 2차원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무대는 다르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존재하는 입체적 공간이다. 같은 이야기라도 또 다른 흥미로운 체험을 선사한다. 무비컬이 인기를 누리는 이유다.

‘뮤지컬의 메카’ 브로드웨이는 무비컬이 점령했다. 거대한 고릴라와 미녀의 순수한 사랑, 우정을 그린 영화 ‘킹콩’은 십여 명의 퍼페티어(puppeteer: 인형을 부리는 사람)가 커다란 인형을 조종하는 무대용 뮤지컬로 환생했다. 여장 남자의 배꼽 잡는 코미디 ‘투씨’도 인기몰이 중이다. 팀 버튼 히트작 ‘비틀주스’, 줄리아 로버츠를 세계의 연인으로 만든 ‘프리티 우먼’,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과 ‘라이언 킹’ ‘알라딘’도 빼놓을 수 없다.

브로드웨이 신흥 강자가 될 새로운 무비컬 한 편이 이번주 프리뷰를 마치고 공식 개막한다. 원작은 호주 영화감독 바즈 루어만이 메가폰을 잡고 니콜 키드먼, 이완 맥그리거가 등장해 글로벌 흥행을 기록했던 ‘물랑 루즈’다. 영화는 파리의 성인 카바레 물랑 루즈를 배경으로, 아름답지만 병에 걸린 쇼걸이자 창부 샤틴과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악한 부자 공작 그리고 가난하지만 꿈 많은 작가 지망생 크리스티앙의 이야기를 감미롭게 풀어냈다. 국내에서도 마니아 관객을 양산하며 사랑받았던 영화는 글로벌 박스오피스에서 1억8000만달러(제작비 5200만달러), 그러니까 한화 약 2000억원에 달하는 잭팟을 터뜨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무비컬로 제작된 ‘물랑 루즈!’는 화려한 무대가 압권이다. 마치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 듯 현란한 조명과 온갖 볼거리로 치장한 무대가 탄성을 자아낸다. 무대만이 아니다. 2층 박스석에는 물랑 루즈의 상징인 풍차가 돌고, 거대한 푸른 코끼리도 당당히 서 있다. 관객과 시선을 나누며 느린 걸음으로 무대를 오가는 무희들은 이국적인 정취를 극대화한다. 클리시 거리의 카바레가 눈앞에 구현된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이야기도 변화를 겪었다. 작가였던 주인공은 뮤지컬답게 작곡가로 변했고, 격정적이었던 사악한 공작은 차가운 옴 파탈로 옷을 갈아입었다. 물랑 루즈 하면 떠오르는 예술가 툴루즈 로트레크의 존재감도 꽤나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변화는 엄청난 수의 팝송이 차용된 주크박스 뮤지컬의 새로운 실험이다. 원래 영화에 등장했던 ‘유어 송’ ‘컴 왓 메이’ ‘레이디 마멀레이드’가 여전히 큰 박수를 받으며 등장하지만 추가로 비욘세, 레이디 가가, 아델, 리한나에 이르는 인기 팝싱어의 히트송까지 더해져 객석을 열광시킨다. 70여 곡에 이르는 인기 팝송의 활용은 성대한 대중음악 콘서트를 방불케 한다.

남다른 것은 한국 기업 CJ ENM의 참여다. 초기부터 공동제작자로 함께한 덕분에 매출과 수익 배분은 물론 국내 프로덕션에도 발 빠르게 소개될 전망이다. 예술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산업에선 국경을 초월하는 발상의 전환이 큰 부가가치를 낳기도 한다. 이래저래 흥미로운 글로벌 뮤지컬계의 반가운 핫 이슈다.

jwon@s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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