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계소문|불신 쌓는 '프로듀스X101', '국프'부터 엑스원까지 상처 입혔다

입력 2019-07-27 08:40  

[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프로듀스X101', 생방송 투표 조작 논란으로 몸살
일부 순위서 득표차 동일해 논란 발발
시청자들 "로우 데이터 공개하라" 요구
엠넷, 무대응 일관하다 두 차례 입장 표명
엠넷 "수사 기관에 의뢰" 데이터 끝내 공개 안해




평균 시청률 2%대를 전전하며 매주 고배를 마시던 '프로듀스X101'이 종영하고 나서 돌연 역대급 화제성을 자랑하고 있다. 긴 여정을 마무리하는 최종 단계에서 불거진 투표 조작 논란 때문이다. 방송 내내 빌보드 진출을 호언했던 제작진의 패기는 온 데 간 데 없고, 시청자들의 불신만이 남았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 19일 Mnet 예능프로그램 '프로듀스X101'은 생방송 파이널을 통해 새 그룹 엑스원(X1)의 최종 멤버 11인을 선발했다. 방식은 최종회 방송 전 7일 간의 사전 온라인 득표수에 생방송 실시간 문자 득표수를 합산하는 식이었다. 최종 득표수로 상위 10명의 연습생이 엑스원의 멤버로 뽑혔고, 추가로 지난 3개월 간의 누적 득표수가 높은 'X' 연습생 1명이 마지막으로 합류했다.

그 결과 최종 1위 김요한을 시작으로 김우석, 한승우, 송형준, 조승연, 손동표, 이한결, 남도현, 차준호, 강민희 그리고 마지막 X 멤버로 이은상까지 총 11명의 참가자가 엑스원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후 1위부터 20위까지 연습생들의 문자 득표수가 일정하게 반복되는 패턴을 보여 조작 의혹이 일었다. 1위 김요한과 2위 김우석의 표차는 2만 9978표. 이는 3위 한승우와 4위 송형준, 6위 손동표와 7위 이한결, 7위 이한결과 8위 남도현 등에서 동일하게 나타났다. 이 밖의 순위에서도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같은 표 차이가 반복된다.


이에 시청자들은 투표수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제작진을 향해 사실 확인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프로듀스X101' 측은 내내 "입장 없음"을 고수했고, 결국 분노한 일부 시청자들은 자발적인 펀딩을 통해 고소장 접수 비용을 모아 한 법무법인과 접촉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Mnet의 공식 입장'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로우 데이터'였다.

논란의 불씨는 사그라들 줄 모르고 더욱 거세졌다. 결국 입장이 없다던 제작진은 파이널 생방송 5일 만에 입을 열었다. '프로듀스X101' 측은 "방송 종료 이후 제작진은 최종득표수에서 일부 연습생 간 득표수 차이가 동일하다는 점을 인지하게 되었고, 확인 결과 X를 포함한 최종 순위는 이상이 없었으나 방송으로 발표된 개별 최종득표수를 집계 및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음을 발견하게 됐다"고 밝혔다.

동일한 득표수 차이에 대해서는 "생방송 중 투표 집계를 담당한 제작진이 득표수로 순위를 집계한 후 각 연습생의 득표율도 계산해 최종순위를 복수의 방법으로 검증했다"면서 "그러나 해당 제작진이 순위를 재차 검증하는 과정에서 득표율을 소수점 둘째 자리로 반올림하였고, 이 반올림된 득표율로 환산된 득표수가 생방송 현장에 전달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의 순위 변동은 없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입장 발표에도 투표 조작 논란은 멈추지 않았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기에 알맹이 없는 해명일 뿐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논란 초반에는 관련 입장이 없다고 했다가 사안이 심각해지자 그제서야 태도를 바꾼 것 역시 지적을 받았다.

사실 상 '프로듀스X101'이 시청자들로부터 반감을 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방송 초반부터 불균형한 출연자의 방송 비중으로 이른바 'PD픽'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가 하면, 반복되는 자막 실수, 기존 시즌과 동일한 코너 기획 등으로 비판을 면치 못했다. 이처럼 줄곧 쌓이던 불신은 투표 조작 논란으로 결국 회복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 모양새다. 생방송 과정에서 선발과 탈락의 경계에 있는 9~12위의 연습생들을 실시간으로 공개한 것 또한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불필요한 개입이자 과정이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프로듀스X101'이 쌓은 불신은 가령 프로그램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었다. 이를 통해 결성된 그룹 엑스원에게까지 찬물을 끼얹었다. 선발 과정에서 불거진 부정적 이슈가 팀에게까지 '조작' 꼬리표를 달아버린 것. 데뷔를 목표로 피, 땀 흘리며 열심히 매진했고, 마침내 데뷔의 영광까지 품에 안은 엑스원 멤버들에게도 민폐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조작 논란이 왜 이렇게 큰 문제가 되는 걸까. '프로듀스X101'은 수많은 연습생들의 성장과 경쟁을 통해 새 아이돌 그룹을 발굴한다는 목표를 지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권한은 오롯이 국민프로듀서(이하 국프), 즉 시청자들에게 부여된다. 매주 국프들은 자신이 원하는 연습생들에게 표를 던졌다. 이를 통해 연습생들은 순위가 매겨지고, 탈락의 기로에 서기도 한다. 달리 말해 '프로듀스X101'은 적극적인 참여도를 보이는 시청층 없이는 시즌제 프로그램의 수명을 이어갈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생방송 당일 진행된 실시간 문자 투표는 100원의 문자 이용료가 발생했다. 국프들의 참여도를 '유료' 투표로 측정한 것. 조작 의혹이 명확히 밝혀져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응원하는 연습생의 데뷔를 기원하며 유료표를 던진 '국프'들은 조작 논란에 허망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결국 엠넷은 지난 26일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했으나 사실관계 파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되어 공신력 있는 수사 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라며 "수사에 적극 협조해 사실 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책임을 질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겠다"라고 재차 입장을 전했다. 그럼에도 여론은 끝내 '로우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 엠넷에 등을 돌렸다.

엠넷의 대처법은 시청자들의 참여로 유지되는 프로그램임을 감안하면 의아하기 짝이 없다. 논란 발생 5일이 다 되도록 무대응으로 일관했고, 국프들이 원하는 '로우 데이터'를 공개할 수 없다면 그 이유라도 이야기해줬어야 했다. 시즌을 거듭하면서도 시청자들의 불만 사항은 쉽사리 개선되지 않았던 '프로듀스X101'이다. 비판 여론은 시즌제라는 프로그램 특성 상 치명타일 수밖에 없다. 이는 앞선 시즌 대비 시청률의 하락세를 보면 알 수 있다.

"국민프로듀서님들께 인사"라고 외치며 고개를 숙이던 '프로듀스X101'. 정말 국프들의 참여가 감사했다면 쓴 소리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소통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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