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서 고래가 '풀쩍'…쿡 아일랜드에 푹 빠지다

입력 2019-07-28 15:39  

여행의 향기

조은영의 '무브무브' - 천국의 조각 쿡 아일랜드

라로통가, 새하얀 산호초 천국…아이투타키, 인생 최고의 바다



천국의 조각 (Slice of Heaven). 꼭꼭 숨겨 놓고 나만 알고 싶은 곳이 생겼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곳! 마치 여행사 브로슈어에 나오는 ‘남태평양의 파라다이스!’란 홍보 문구처럼 영혼 없는 단어들의 나열군이라 생각할지 모른다. 나도 그랬다. 그곳, 쿡 아일랜드에 직접 가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쿡 아일랜드

구글지도에 쿡 아일랜드를 검색하면 망망대해에 빨간 점이 찍힌다. 잠시 당황스러움을 수습하고 손가락을 화면에 대고 힘껏 늘려 확대에 확대를 거듭하면 겨우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타히티와 아메리칸 사모아 사이에 15개의 작은 섬들로 이뤄진 나라, 쿡 아일랜드의 면적은 240㎢, 어느 통계에 보니 우리나라의 통영시 면적과 같다고 하는데 대부분은 전혀 감이 오지 않을 테니 서울의 40% 크기라고 해 두자. 참고로 서울의 면적은 605.2㎢다.

쿡 아일랜드는 모두가 상상할 수 있듯, 제임스 쿡 선장과 관계가 있다. 그는 1773년, 1774년, 1777년 세 차례에 걸쳐 이 일대를 탐험하면서 섬을 쿡 아일랜드로 명명했다 한다. 물론 쿡 선장 이전에도 여럿이 섬을 다녀갔다. 1595년 스페인의 알바로 데 멘다냐 데 네이라, 그 이후 러시아, 프랑스 등의 항해사들도 이 제도의 몇몇 섬을 방문했다. 필자는 방문 기간에 제임스 쿡의 흔적을 찾으려고 해보았으나, 그가 이 땅에 실제로 발을 들였는지에 대한 기록은 찾기 힘들었다.

쿡 아일랜드는 뉴질랜드와 자유연합 관계에 있는 국가다. 1888년에 영국령, 1901년부터는 뉴질랜드령이었다가 현재의 자치정부가 세워진 것은 비교적 근래인 1965년이다. 정부의 독립권은 인정하고 있으나, 뉴질랜드달러가 그대로 통용될 만큼 뉴질랜드화된 섬이다. 물론 쿡 화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구가 워낙 적다 보니 사용빈도가 적다. 세모 모양의 재미있는 쿡 동전은 관광객들의 기념품 목록에 들어있을 정도로 일부러 찾지 않으면 만나기 힘들다.


이상한 것은 이것 말고도 몇 개가 더 있다. 이 나라 사람들은 뉴질랜드 여권을 사용하며, 국가 원수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란다. 그래서 쿡 아일랜더들은 뉴질랜드와 영국을 자유롭게 드나든다. 인구는 2019년 기준 1만7000명 정도로 매우 적지만, 섬을 벗어나 살고 있는 재외동포가 더 많다. 뉴질랜드와 호주에 살고 있는 쿡 아일랜더들의 숫자만 합치도 10만 명에 육박한다고. 섬에선 영어와 마오리어를 함께 사용한다.

안녕하세요? 키아 오라나(Kia Orana)!

작년 기준 쿡 아일랜드를 방문한 한국인은 총 28명밖에 없었단다. 예상대로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에서 출발하는 작은 비행기 안에 우리 일행을 제외한 한국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키위(뉴질랜드인)들을 쿡 아일랜드로 실어 나르는 에어 뉴질랜드 비행기는 오늘도 만석이다. 상기된 표정의 도시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호초 지역’이라는 쿡 아일랜드에 가까이 가자 목을 길게 빼고 창문을 통해 아래를 내려다본다.


섬을 띠처럼 두르고 있는 화관 모양의 환초 안에 동그랗게 자리한 남섬의 중심인 라로통가섬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라로통가 공항에 마중 나온 이는 ‘키아 오라나!’라고 큰 소리로 인사하며 꽃목걸이를 걸어준다. 화관을 쓰고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후덕한 폴리네시안들은 초록의 녹지와 에메랄드빛 바다에 꼭 어울리는 천생의 그림이다. 이런 곳에 빼빼 마른 여인들이 어울리겠는가? 그래, 천국은 이렇게 여유롭고, 느리고, 천천히 가고, 뭔가 헐렁한 게 맞는 거지.

여긴 천국의 조각, 라로통가섬이다. 라로통가섬을 차나 스쿠터로 한 바퀴 도는 데는 고작 40분 정도 걸린다.(총 32㎞). 섬의 도로는 단 하나, 시계 방향, 시계 반대 방향 오직 두 가지 길밖엔 없어서 내비게이션도 필요 없다.

대중교통인 버스도 아무 데나 손을 들면 태워주고 아무 데나 내려준다. 버스도 시계방향, 시계 반대 방향 딱 두 가지 노선이다. 섬의 크기가 작고 분위기도 만만하니 스쿠터로 돌아다니기 딱 좋지만 하루 이틀 머무는 여행자라면 면허 따는 과정이 살짝 복잡하니 버스를 타는 게 낫다. 레스토랑, 호텔, 슈퍼마켓, 주유소 등 거리의 모습을 보면 뭔가 익숙한 느낌이다. 사이판이나 괌의 20년 전 모습이 이랬을까 싶다.

쿡 아일랜드 방문자에게 행복한 프로그램

토요일 오전부터 열리는 푸낭가 마켓(Punanga Nui Markets)엔 볼거리가 가득하다. 음식, 수공예제품, 옷, 가방, 유명한 남태평양 흑진주까지 없는 게 없다. 무리 해변(Muri Beach)에서 열리는 나이트 마켓은 화, 수, 목, 일요일에 열리는데 주로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는 먹거리 위주다. 호텔에서 시간을 보내던 휴양객들이 쏟아져 나와 테이크 아웃을 해가거나 간단하게 외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라로통가에서 3일 정도 지낸다면 두 개의 시장을 모두 돌아보기를 바란다. 전통 춤을 즐기며 뷔페식 식사를 할 수 있는 투어는 쿡 아일랜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관심이 있는 첫 방문자에게 좋은 프로그램이다. 쿡 아일랜더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을 하고 신나게 춤을 춘다. 여자 춤은 타히티나 하와이의 전통 춤과 비슷하고, 근육질의 남자들은 연신 눈웃음을 날리며 개다리춤 비슷한 동작을 하는데 허벅지가 여간 아프지 싶었다. 연신 앉았다 일어났다 하고, 반쯤 앉아서 무릎을 벌렸다 좁혔다 하며 동작을 한다.

라로통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리조트 지역은 무리 해변(Muri Beach) 부근이다. 이곳은 환초로 둘러싸여 있어, 1㎞ 넘도록 바다로 걸어 들어가도 깊어지거나 파도가 치지 않는다. 이것이 쿡 아일랜드 바다의 매력이다. 무리 해변에서 가장 유명한 리조트는 퍼시픽 리조트다. 열대의 순수한 매력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이고 편리한 시설을 구비했다. 서비스도 흠잡을 데 없이 일품이라 신혼 여행객들이나 럭셔리 휴양객들에게 소개하면 좋겠다.

말문이 막히는 아름다운 바다, 아이투타키(Aitutaki)

라로통가섬을 뒤로하고, 아이투타키로 가는 작은 소형 비행기에 올랐다. 쿡 아일랜드의 15개 섬 중 꼭 방문해야 하는 섬 한 개만 꼽으라면 당연 아이투타키지만, 라로통가를 거치지 않고서는 갈 방법이 없다. 오직 에어 라로통가만 운행하는 이 구간은 40분의 짧은 비행이지만 항공료가 비싸 악명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투타키에 도착하면 그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올 만한 가치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겨우 10여 명이 탈 수 있는 작은 프로펠러 비행기가 우리를 내려놓은 곳, 아이투타키는 여행 좀 해 봤다 하는 이들조차 ‘지금껏 보았던 바다 중 최고’라고 꼽았던 곳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라는 말이 허세가 아님이 증명되는 순간이다.

아이투타키는 해저에서 4000m나 솟아 있는 삼각형 모양의 산호섬이다. 에덴동산의 풍광이 이랬을까? 원풋아일랜드, 허니문 아일랜드를 돌아보는 라군 투어를 하는 도중 눈으로 보고도 믿어지지 않는 맑고 잔잔하고 투명한 바다를 보며 드는 생각이었다. 해변을 거닐면서도 맨눈으로 1m가 넘는 큰 고기들이 유영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고, 스노클링 기어만 끼고 바로 바다로 뛰어들면 산호군으로 둘러싸인 언더워터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다.

식사와 맥주를 마시며 잠시 쉬어가는 원풋아일랜드에 갈 때엔 여권을 잊지 않아야 한다. 여권에 찍어주는 귀여운 발자국 스탬프가 아이투타키의 가장 고전적이면서 유니크한 기념품이기 때문이다. 여권에 이렇게 함부로 도장을 찍어도 되나?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매력적인 선물이었다.

글= 조은영 MOVE 편집장/ 여행작가 movemagazine01@gmail.com
사진 조은영, 셔터스톡, 남태평양관광기구

여행메모

인천~오클랜드는 최소 11시간10분 이상 걸린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에어뉴질랜드가 운항한다. 오클랜드~라로통가는 에어뉴질랜드 외 다수의 현지 저비용항공이 운항하고 있으며 4시간 정도 소요된다. 라로통가~아이투타키는 오직 에어 라로통가만 운항한다. 소요 시간은 30~45분. 쿡 아일랜드 기후는 열대 해양성 기후로 1년 내내 여름 날씨다. 12~3월은 대체로 고온다습하고 4~11월은 온화하다. 5월부터 10월이 사이클론 시즌이면서 남반구의 겨울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원해 방문하기 좋다.

숙소는 동남아의 럭셔리 빌라에 비교하면 가격대가 좀 있는 편이다. 숙소 자체의 화려함보다 자연의 화려함을 즐겨야 하는 곳이다. 아이투타키와 라로통가 두 군데 모두 리조트를 운영하는 퍼시픽 리조트(Pacific Resort)가 허니문 및 아시아 여행객들에게 무난하다. 전통음식 중 기억해야 할 것은 이카 마타(Ika Mata: 참치 회를 코코넛 밀크에 넣어 야채와 함께 먹는 것), 그리고 루카우(Rukau: 시금치류와 비슷한 야채를 치킨과 함께 오래도록 익혀 부드럽게 한 요리) 등이다.

한국 기준 쿡 아일랜드가 19시간 느리다. 날짜 변경선을 지나는 곳이라 뉴질랜드보다 하루 늦다. 뉴질랜드달러, 쿡달러 둘 다 통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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