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로 노래방? 이젠 옛날 얘기입니다!

입력 2019-07-28 17:43   수정 2019-07-29 11:41

'주 52시간제'로 회식 감소
작년 1400곳 폐업 '창업 2배'

KB금융연구소 '자영업 보고서'



[ 정소람 기자 ] “그래, 난 취했는지도 몰라. 실수인지도 몰라….”

전람회의 대표곡 ‘취중진담’이다. 3040 세대들이 꼽는 대표적인 ‘고백송’이다. 술자리 뒤 찾은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통해 이성에게 간접적으로 마음을 전하는 일이 잦았다. 회사 상사 앞에서는 “부장님을 향한 나의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야”라는 ‘아부송’을 부르고, 입사 동기들과는 크라잉넛의 ‘말달리자’를 미친 듯 열창하며 하나가 됐던 추억도 하나씩 있다.

하지만 최근엔 이런 노래방 문화를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직장인들이 노래방을 외면하면서 폐업이 늘고, 창업도 줄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28일 발표한 ‘KB 자영업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노래방 수는 지난 5월 현재 3만3000곳으로 나타났다. 2011년 3만5000여 곳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방탈출카페’ ‘스크린야구’처럼 노래방을 대체하는 놀이문화가 많아진 데다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으로 직장 내 회식도 줄고 있어서다. ‘미투 운동’과 더불어 직장 내 괴롭힘방지법이 시행되면서 노래방에서 진심을 전하는 일이 자칫 상대방에 대한 괴롭힘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노래방 창업 작년이 최저

‘KB 자영업 보고서’는 정부기관이 공개한 자료와 KB부동산 ‘리브온’의 상권 분석 서비스를 통해 조사한 결과를 담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5월 현재 전국에는 3만3000곳의 노래방이 영업 중이다. 인구 1581명당 1개꼴이다. 노래방에 종사하는 인구는 6만5000여 명에 달했다. 평균 연 매출은 4500만원(2017년 기준)으로 조사됐다.

전국 노래방 수는 2011년 3만5000여 곳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특히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기 시작한 지난해 한 해 동안 폐업·휴업·등록취소한 노래방은 1413곳에 달했다. 같은 기간 창업한 점포는 766곳으로, 국내에 노래방이 등장한 이래 가장 적었다. 1999년(약 8000곳)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올 들어서는 5월까지 295곳이 문을 여는 동안 657곳이 폐업했다.

‘혼코노(혼자 코인 노래방을 찾는 것) 붐’으로 인기를 끌었던 코인(동전) 노래방의 성장세도 한풀 꺾였다. 코인 노래방은 2015년 이후 1인 가구 밀집 지역과 번화가를 중심으로 급증했다. 혼자서도 즐길 수 있고 가격이 저렴해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2017년 전국 778곳까지 늘었지만 지난해에는 409곳으로 크게 줄었다.

창업 쉽지만 차별화 어려워 ‘주의’

노래방이 사양길로 접어든 것은 사회 분위기가 바뀐 탓이다. 노래방은 1990년대 초반 부산에서 처음 문을 연 이래 직장인들의 대표적인 회식 코스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확산으로 ‘저녁 있는 삶’이 보편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대기업에 다니는 한모 대리(33)는 “입사했을 때만 해도 술을 한잔 한 뒤 노래방에 가는 게 일상이었는데 요즘은 가자고 하는 사람을 비판하는 분위기”라며 “단체로 커피를 마시거나 스포츠펍에 가는 등 건전한 팀 활동으로 회식을 대체하곤 한다”고 전했다.

노래방 창업을 원하는 자영업자는 이 같은 트렌드 변화에 잘 대응해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노래방 업주들을 살펴보면 전통적으로 치킨집과 더불어 영세 사업자가 많다. 창업에 특별한 기술이나 경험이 필요하지 않아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노래방 ‘락휴노래연습장’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방 20개짜리(면적 132㎡ 기준) 노래방을 창업하는 데는 평균 1억6000만원(임차료 등 제외)이 든다.

창업한 점포의 상당수가 비슷한 이름을 상호로 사용했다. ‘스타’ ‘팡’ ‘짱’ ‘앵콜’ 등이 인기 상호였다. KB금융 관계자는 “노래방은 차별화가 어렵고 주변에 경쟁 사업자가 들어오면 타격을 쉽게 받을 수 있다”며 “주변 상권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활용해 개성있는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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