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같은 방엔 선풍기만…"버티기 힘들어요"

입력 2019-08-06 18:11   수정 2019-08-07 03:28

35도 넘는 폭염
서울 돈의동 쪽방촌 가보니



[ 배태웅 기자 ] 35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쪽방촌 주민이 더위에 허덕이고 있다. 서울시와 구호단체들이 매일 생수 수천 병을 지원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폭염을 막기엔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주민은 장마가 그치고 습도가 올라가면서 “지난해보다 버티기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다.

낮 최고기온이 37도를 찍은 6일 낮. 서울 돈의동 쪽방촌 길가에는 폭염을 피해 나온 주민들이 바닥에 삼삼오오 앉아 있었다. 방 안에서 여름을 나기엔 너무 더운 까닭이다. 이곳 주민인 김제환 씨(51)의 방에 들어가자 사우나 같은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6.6㎡짜리 방 안에서 더위를 식힐 수단은 중고로 구입한 선풍기가 전부다.

김씨는 “선풍기를 켜지 않으면 방 안 온도가 40도를 넘기 일쑤”라며 “지붕과 가까이 있는 집은 이보다 더욱 열악하다”고 했다.

이곳에서 30년 이상 거주해온 이석환 씨(84)는 “작년보다 올해가 더위를 버티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장마가 지난 뒤 습도가 높아지면서 쪽방에서 느끼는 체감온도가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열대야가 시작되면서 자다 깨는 일도 잦아졌다고 했다. 그는 “낮에는 쪽방삼담소에서 더위를 식히지만 잠까지 잘 순 없는 형편”이라고 했다.

쪽방촌 주민들은 밤이 되면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5일 밤 동자동 쪽방촌 인근에는 오후 6시께부터 주민들이 열대야를 피해 좌판을 깔고 바닥에 드러누워 있었다. 오후 7시가 지났지만 이곳 주민인 김만 씨(80)의 방은 실내 온도가 36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서울시는 더위 대책으로 쪽방촌에 설치한 각 쪽방상담소에 생수(아리수)를 매주 1000병 이상 지급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원하는 5대 쪽방촌(돈의동·창신동·남대문·동자동·영등포동)에 거주하는 주민은 2900여 명, 6월부터 지원한 생수만 1만7500병이 넘는다. 민간 구호단체도 식수 지원에 힘을 보태고 있지만 폭염을 달래기엔 부족하다는 게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열대야 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무더위쉼터도 이용률이 저조한 편이다. 연일 이어지는 더위로 일사병 등 온열질환이 발생할 우려도 늘고 있다. 작년 서울시에서 발생한 646명의 온열질환자 가운데 쪽방촌이 있는 용산구, 종로구, 영등포구의 발병자 수는 전체의 16%(100명)에 달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쪽방촌엔 더위에 취약한 노인과 중증 질환자가 많다”며 “올여름도 온열질환 발생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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