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롬의 '변신'…건강가전 만들고 인도 공략

입력 2019-08-15 17:07   수정 2019-08-16 01:08

실적 부진에 포트폴리오 변화
새 원액기 '디바S' 홈쇼핑 대박
유럽과 미국·중국도 영업 강화



[ 김정은 기자 ]
1980년대 부엌에선 찧거나 빻고 싶은 식재료를 만능 믹서기에 넣고 돌렸다. 1990년대 믹서기 바통을 이어받은 건 녹즙기였다. 하지만 중금속이 나온다는 연구 결과 때문에 녹즙기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08년 휴롬의 원액기가 등장했다. 재료를 지그시 눌러서 짜는 저속 착즙 방식이어서 영양소를 보존할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웰빙 열풍을 타고 원액기는 세계에서 980만 대가량 팔렸다. 이때만 해도 휴롬은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매출의 대부분이 발생하던 중국 시장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영향으로 초토화됐다. 게다가 소비자 관심이 초고속 블렌더(분쇄기)로 옮겨갔다. 몇 년간 실적 부진을 겪던 휴롬이 올 들어 변화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를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고, 신규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등 대대적인 정비에 나섰다. 야심차게 내놓은 원액기 신제품의 반응도 기대 이상이다.

‘선택과 집중’으로 재도약

휴롬의 위기 탈출 전략은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된다. 차별화된 기술력을 활용하되 무분별한 영역 확장은 지양한다. 원액기 위주였던 기존 제품을 ‘건강가전’으로 넓히는 방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짰다. 트렌드를 선도하는 제품을 통해 ‘글로벌 건강가전 브랜드’로 재도약하기 위해서다.

지난 5월 출시한 차세대 원액기 ‘디바S’는 홈쇼핑에서 12회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 신개념 주스 필터를 탑재해 착즙력을 강화했고 30초 만에 세척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젊은 소비자를 겨냥해 빨강 등 원색을 입혔다. 전기 티포트인 ‘티마스터’는 차(茶) 재료별로 온도와 시간을 자동 설정할 수 있다. 최적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부진은 인도 시장에서 만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도를 ‘제2의 중국’으로 키우기 위해 몇 년 전부터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인도 전역에 최대 유통망을 갖춘 가전제품 판매점 크로마 9개 매장에 입점하는 등 6개 도시, 19개 대형 양판점에 공급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는 유럽과 미국 시장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은 현지 영업을 강화하고 온라인 유통망을 확대하는 등 재정비 작업을 마쳤다.

‘세계인 건강 도우미’ 회사로

2세인 김재원 대표가 자주 하는 말은 “위기는 곧 기회다. 즐겁게 극복하자”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말 차세대 먹거리를 발굴하고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경영혁신팀’을 신설했다. ‘즐거운 도전, 행복한 휴롬’이라는 기치 아래 모든 시스템을 꼼꼼히 손봤다. 김 대표는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올 상반기 흑자전환을 이뤄냈다”며 “판매 실적이 좋아 올해 매출 100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1974년 설립된 휴롬은 초기엔 TV 부품을 제조했다. 1990년대 중반 녹즙기를 팔던 창업자 김영기 회장은 세상에 없던 걸 만들기로 결심, 2008년 세계 처음으로 원액기를 출시했다. 과일을 갈아먹는 것을 좋아하는 서양인의 식습관을 고려해 스크루(압축기)를 개발했다. 과일과 채소의 영양소를 덜 파괴하고, 재료 특유의 색도 온전히 보전하는 게 장점이었다. 회사명 휴롬은 ‘휴먼(사람)’과 ‘이로움’의 합성어로 건강에 기여하겠다는 뜻이다.

휴롬은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인당 150만원 이상인 고급 건강검진을 시행한다. 본사(경남 김해시) 직원의 서울 체류비 등 제반 비용과 재검 비용도 회사에서 낸다. ‘통 큰 복지’ 혜택은 ‘휴롬은 건강을 파는 기업이기 때문에 우리부터 건강해야 한다’는 김 대표의 경영철학 덕분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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