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노조, 눈치보며 하투 준비 돌입

입력 2019-08-19 10:14  

한국GM·르노삼성 노조 임단협 쟁의 수순
미중 무역분쟁·한일 경제전쟁에 여론은 싸늘
현대차·기아차 노조 숨고르기 들어가
극적 타결 쉽지 않은 여건




현대차·기아차·르노삼성·한국GM 노조가 파업 준비에 돌입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에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GM노조는 이미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노조는 지난 14일 인천시 부평구 한국GM 본사에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파업 각오를 다졌다. 노조가 기본급 12만3526원(5.65%)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한 가운데 사측이 수용 불가 의사를 밝힌 탓이다.

한국GM은 지난해 6148억원 적자를 냈다. 지난 5년간 적자만 2조7276억원 규모다. 때문에 임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올해 외국인 임원을 절반으로 줄였고 한국인 임원도 약 25% 규모를 줄일 예정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회사가 본인들의 경영실패로 판매시장을 반 토막 내고는 조합원들의 고통 분담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여러 상황과 시기적 상황이 만만치 않지만 이번 파업 투쟁으로 분명한 결과물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GM의 경영 위기는 어디까지나 경영진의 탓이고 노조는 파업을 통해 임금 인상을 확보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한국GM노조는 19일 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를 열고 구체적인 투쟁 일정을 잡을 예정이다.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임단협)을 올해 6월에야 마친 르노삼성 노조도 올해 임단협 준비에 나선다. 기본급 15만3335원(8%) 인상을 골자로 한 요구안을 이미 사측에 전달했다. 현대차·기아차·한국GM 노조를 뛰어넘는 인상폭을 요구한 것이다.

지난 6월 조인한 노사 상생선언 파기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생선언문에는 노사의 법과 원칙 준수, 화합을 통한 신차물량 확보, 이를 통한 고용안정 달성 등의 내용이 담겼다. 강경한 투쟁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노조 쟁의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우선 미중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침체되고 내수 판매도 감소하는 상황에서 제 잇속만 챙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일 경제전쟁 상황이란 점에서 노조의 파업이 비난을 받기도 한다.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수입차 시장 5분의 1을 차지하는 일본차 수요는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산차 점유율을 높이지는 못할망정 공급을 방해해 결과적으로 일본에 좋은 일만 한다는 시각이다. 현대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가 공급차질로 2만명 넘는 소비자를 떠나보낸 것이 이러한 시각을 더욱 키웠다.

정부도 이러한 우려에 동참하고 나섰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완성차 업계를 지목해 “노조는 파업을 자제하고 사측은 전향적으로 협상해 해결책을 찾아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쟁의권을 확보한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는 악화된 여론을 감안해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쟁의에 들어갔던 노조가 다시 협상장으로 나온 것. 다만 협상 타결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노조와 사측의 시각차가 크고 9월에 추석 명절과 노조 집행부 교체가 예정된 탓이다.

우선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은 임금인상과 정년연장이다. 금속노조의 공통 요구사항인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을 내걸었다. 당기순이익 또는 영업이익의 30% 성과금 지급, 현행 만 60세인 정년의 65세 연장 등도 핵심 요구사항이다.

노조가 목표로 내건 ‘추석 전 임단협 타결’까지 시간이 약 3주밖에 남지 않았다. 추석 연휴 직후에는 신임 집행부 구성을 위한 선거가 시작된다. 퇴진이 다가온 현 노조 집행부 입장에서는 임기 내 성과를 내기 위해 고강도 투쟁으로 돌아설 유인이 크다. 추석 전에 임단협을 마치지 못하면 다음 집행부가 처음부터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완성차 업체들은 임단협을 빨리 끝내고 싶지만,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팰리세이드는 적시에 공급을 늘리지 못한 탓에 2만명 넘는 소비자가 구매계약을 취소했다. 노조가 파업에 나서면 공급 차질로 다른 차종에서도 같은 영향이 예상된다. 브랜드 이미지 훼손과 이로 인한 신차효과 소멸도 우려된다.

다만 실적이 악화되고 차량 판매가 감소한 만큼 노조 요구를 수용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현대차와 기아차, 쌍용차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들 3사의 생산능력과 생산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 1.1% 감소했다. 지난 7월 국산차 내수판매도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한 12만9463대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기본금 인상은 가능하겠지만 노조가 요구하는 인상폭이나 정년 연장이 가능할 시장 상황은 아니다”라며 “노조의 눈높이 조절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올해 자동차 업계 임단협 파행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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