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우의 CEO 코칭] 협업의 출발은 경청

입력 2021-03-19 16:16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사진=게티이미지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이 말은 인류의 조상 아프리카의 호모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이기게 만든 결정적 계기를 만든 아프리카의 격언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하다 보면 혼자서 집중해야 일을 빨리 처리한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다 보면 시간도 많이 지체될 뿐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수준만큼 결과물이 나오지 못한다고 지레 짐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빨리 하는 것과 멀리 가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적어도 멀리 가려면 나와 동행하는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특히 조직의 규모가 클수록 개인의 능력보다 조직원들의 협력이 잘 이뤄져야 지속적인 성장을 꾀할 수 있다.



재미난 이야기가 하나 있다. 영국의 한 광고회사가 큰 상을 내걸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서 런던까지 가장 빠른 시간에 갈 수 있는 방법을 묻는 퀴즈를 낸 적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퀴즈에 응모했다. 비행기가 가장 빠르다는 사람도 있었고, 차가 잘 다니지 않는 시간에 지름길로 승용차를 운전하고 가면 가장 빠르다고 하는 이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실제 시간을 재어보면서까지 자기가 제시한 방법이 가장 빠르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상을 탄 사람의 답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간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아무리 먼 길이라도 무척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에서다. 이것 역시 멀리 가려면 결국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가야 목표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와 맞닿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물으면 어떻게 답할까. 아마 상당수는 그저 “아프리카의 격언 중 하나”라고 대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렇게 답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의미보다는 지식습득을 목적으로 하는 주입식 교육방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한참 바뀌었는데도 우리는 비슷한 방식으로 문제를 풀고 있다. '같은 일을 같은 방식으로 하면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 미친 짓이다.' 했던 아인슈타인의 통찰을 기억하면서도 문제를 푸는 방식은 크게 변하지 않는 것이다.



마상득지(馬上得之), 마상치지(馬上治之). 말위에서 천하를 얻었다고 어찌 말위에서 세상을 다스리려 하십니까? 라는 의미가 담긴 말이다. 유방의 가신인 육고의 이 질문처럼 모든 것이 바뀐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뉴 노멀(New Normal)'의 세상을 맞이하는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응축한 표현이다. 여기까지 온 방식으로 저곳으로 갈 수 없다는 의미가 담겼다.



뉴 노멀 시대를 헤쳐 나가려면 가장 필요한 것은 '협력적 혁신(Collaborative Innovation)'이다. 다가오는 세상은 협력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이런 변화는 이미 산업계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異) 업종 간 융합을 통해 상호 시너지를 내는 일들이 허다하다.



조직간 높은 벽을 뚫고 어떻게 협력적 혁신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 다른 사람의 얘기를 잘 듣는 경청(傾聽)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지혜롭다는 솔로몬 왕의 지혜는 히브리어로 '듣는 마음'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앨버트 메라비언이 주창한 '메라비언의 법칙'에 따르면 우리가 귀로 들을 수 있는 것은 7%에 불과하고, 눈으로 보는 것 38%, 몸짓 동작으로 55%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진심을 다하고 마음을 다하여 들을 때 제대로 경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듣는다는 한자 '청(聽)'은 임금의 귀로, 열 개의 눈으로, 한 가지 마음으로 듣는다는 의미다.



말 잘하는 사람이 되려면 먼저 잘 듣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상대방의 의견에 경청하다 보면 기대하지 않았던 질문과 대답이 오간다. 경청은 성공적인 대화의 중요한 요건 중 하나다. 여기에 호기심과 열정이 더해지면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내용들이 줄줄 흘러나오게 된다. 그러면서 내가 알고 있던 것 너머 새로운 눈으로 사물을 볼 수 있게 된다. 혼자 알고 있던 것이 확장되고 새로운 관점으로 사물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면 처음에 알던 것과 전혀 다른 것으로 볼 수 있게 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창조의 모티브다.



협업이 아니라 조직의 계층에 따라 따라오라고 하는 상명하복(上命下服) 방식으로는 더 이상 창조적인 조직으로 변환할 수 없다. 뉴 노멀 시대에는 협업하는 조직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협업의 핵심은 바로 경청이다.



☞ CEO에게 던지는 질문: “마음을 다해 임직원의 이야기를 경청한 적이 있습니까?”



김재우 前 한국코치협회 회장

<p>필자는 1944년생으로, 삼성중공업 부사장을 비롯해 벽산그룹과 아주그룹 부회장 등으로 다년간 CEO를 역임했다. 전문코치로 15년째 활동 중인데 이중 9년 간 한국코치협회장도 맡아왔다. 저서로 'Think big act fast', '지금,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누가 그래, 우리 회사 망한다고' 등이 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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