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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고야는 궁정 화가였지만 왕가에 반감이 커서 모델들을 미화하기는커녕 대놓고 조롱하고 비판하는 식의 초상화들을 제법 그렸다. 하지만 당시 왕족들은 그 그림이 무엇을 뜻하는 건지도 분간 못할 정도로 멍청했으며 심지어 결과물에 몹시 만족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다들 화려한 옷에 번쩍번쩍하는 것은 모두 꺼내와서 매달고 선 모습인데 인물들은 왠지 멍청하고 뚱한 표정이다. 뒤쪽에 서 있는 왕의 누나(관자놀이에 커다란 점이 있는 여인)는 거의 마귀할멈의 모습. 캔버스 중앙에서 왕은 밀려났고 왕비가 중앙을 차지했는데 이 것은 당시 허수아비같았던 왕과 모든 것을 좌지우지했던 왕비를 풍자한 것이다. 또한 당시 왕비에겐 공공연한 애인이 있었는데 왕비와 왕 사이를 갈라놓고 서있는 빨간 옷의 남자아이는 애인의 아이라는 소문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점을 비꼬려고 일부러 고야가 왕비와 왕 사이에 이 아이를 배치한 것 같다는 해석이 있다. (왕비 왼쪽의 딸도 사실은 애인의 아이라는 소문이 있었는데 그 부분은 확실하지 않다고. 대신 남자아이는 애인과 몹시 닮아서 왕의 아이가 아니라는 점이 거의 확실시 되었다고 한다) 그림 왼쪽 뒤쪽에는 화가의 모습이 그려져있는데 이는 고야 자신을 표현한 것이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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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이번엔 "안쓰러움"이 물씬 풍겨나는 초상화를 소개한다. <친촌백작부인>이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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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표독스러운 고집쟁이처럼 보였던 왕비의 얼굴과는 사뭇 다르다. 모델인 백작부인은 `왕비의 애인`의 정식 부인(?)인데 나이도 어린데다가 순진하게도 남편을 무척이나 좋아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연히 남편은 왕비와 놀아나느라 집에 거의 붙어있지 않았다고. 그래서인지 작품 속 부인은 청순하고 가냘프다못해 안쓰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몸을 살짝 돌린게 마치 남편을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다. 이미지파일로는 잘 표시가 나지 않지만 실제 맨눈으로 이 그림을 보면 옷감 등의 질감이 아주 잘 표현되어있다. 드레스는 사각사각 소리를 낼 것 같아보이는게 아주 "소녀소녀"스러운 쉬폰 재질이었던 것 같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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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이제 <옷을 벗은 마하>와 <옷을 입은 마하>를 만나보자. 친촌 백작 부인의 남편이자, 왕비의 애인이었던 그 남자에겐 당연히 왕비가 아닌 다른 애인(??)도 있었다고 한다. 그림 속 여인이 누구인가 에 대해 이런 저런 썰들이 많기에 정확한 답을 내는 것은 어렵지만 요즘은 거의 그 "다른 애인" 으로 보는 분위기이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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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똑같은 여인이 똑같은 포즈를 취하고있는데 한쪽은 누드고 한쪽은 옷을 입고 있어서 이 두 작품들이 바로 <옷을 벗은 마하>, <옷을 입은 마하>로 불린다. 이 두 작품은 옆에 나란히 걸려있는데 때문에 마치 옷을 입었던 여자가 갑자기 옷을 벗어 제낀 것 같은 느낌을 줘서 더 자극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옷을 벗은 마하>는 신이 아닌 인간을, 그리고 누구인지 모르는 인간(정확히는 성경이나 신화에 등장하지 않는 인간)의 누드를 적나라하게 그렸다는 점, 심지어 모델이 부끄러워 하지도 않고 관객을 똑바로 쳐다보고있는 점 때문에 종교 재판에도 회부되었던 뒷이야기가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림 속 여인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과학적으로 따져보면 인체가 자연스럽지는 못하다. 목은 거의 없다시피 해서 마치 남의 몸에 얼굴만 오려서 붙인것 같기도 하고 중력의 영향 때문에 가슴은 아래로 처져야하는데 하늘로 솟구쳐있어 전반적으로 좀 어색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고야가 그림을 잘 못그려서` 그렇다고 이해하자니 베개나 깔개를 묘사한 부분은 매우 완벽한 수준이라 더욱 아리송하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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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날이 추울 땐 역시 미술관이 제격이다. 많은 이야기들을 품고있는 고야의 그림들을 프라도 미술관에서 꼭 한 번 만나보셨으면 좋겠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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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현지명 : Museo del Prado</p>
<p>- 주소 : Calle Ruiz de Alarcon 23, 28014 Madrid</p>
<p>- 홈페이지 : https://www.museodelprado.es</p>
<p>- 오픈시간 : 월요일부터 토요일 10시~20시 / 일요일과공휴일 10시~19시 / 1월 6일과 12월 24일, 12월 31일 10시~14시</p>
<p>- 휴무일 : 1/1, 5/1, 12/25 </p>
<p>- 입장료 : 15유로</p>
<p>- 참고 : 월요일부터 토요일의 18시~20시 /일요일과 공휴일의 17시~19시 / 무료 입장 가능</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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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