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쌍용차의 맨얼굴, 평택공장은 '함박웃음'

입력 2014-08-26 17:04   수정 2014-08-26 17:03


 "공장 분위기가 2009년 이전과 전혀 다릅니다. 파업사태 이후 직장의 소중함을 임직원 모두 너무나도 잘 알고, 경영 정상화를 위해 모두 구슬땀 흘리며 노력 중이죠. 판매도 점차 늘고, 경영상황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쌍용자동차는 업계 최초로 임단협을 마무리하면서 5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달성했다. 아직도 일부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노사협상을 진행 중인 걸 감안하면 지난 2009년 최악의 파업사태를 겪은 회사로선 말 그대로 '격세지감'을 느낄 법한 상황이다. 불신과 분노로 가득 찼던 평택공장이 정상적인 가동을 재개한 지 5년, 쌍용차의 얼굴이라 할 조립 1라인은 이 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자동화율 5% 남짓···여전히 사람 손이 필요한 조립라인
 평택공장 조립 1라인은 쌍용차의 베스트셀링카 '코란도C' 생산을 담당한다. 평택공장은 총 세 개의 생산 라인을 가동하는데, 단일 차종을 생산은 1라인이 유일하다. 2만4,000㎡ 규모의 공장 내 근로자는 260명 남짓. 판금이나 용접 작업은 대부분 로봇이 담당하지만, 차체와 부품을 조립하고 완성차를 점검하는 건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타임즈'의 한 장면처럼 컨베이어 벨트가 숨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삭막한 풍경은 아니다. 커다란 차체와 부품이 운반설비에 차분히 실려 오면 공정별로 작업자들이 나서 자신의 일을 꼼꼼히 수행할 뿐이다. 1조립라인의 최대 생산 능력은 시간 당 28대, 현재는 시간 당 24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코란도C는 없어서 못 팔 만큼 인기다. 국내에서도 계약 후 한 달 정도 기다려야 하고, 중국에서는 2-3개월 이상 주문이 밀렸을 정도다. 4만대 정도의 여유 생산 능력을 가졌지만 마냥 가동률을 높일 수는 없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특근이나 2교대 등은 노사 합의로 결정해야 하는데다 최근 자동차 시장이 한 분기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급변하고 있어서다. 그래서 수요일을 제외한 평일에는 항상 특근이 이어진다.

 1조립라인의 여력은 미래를 위한 준비이기도 하다. 내년에 출시할 소형 SUV X100이 이 곳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추세에 맞춰 오랜 시간 개발한 신차인 만큼 회사가 거는 기대도 크다. X100 양산이 시작되면 1공장도 주야간 2교대가 시행된다. 이미 생산라인에 설비들이 속속 들어오고, 생산 교육도 시작됐다. 공장 주변에는 위장막을 쓴 X100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컨베이어 벨트 따라 공정 '착착'···직진율 98%
 생산 공정에 따라 본격적으로 조립 라인을 살펴봤다. 벨트를 따라 도장을 마친 차체가 줄을 지어 라인에 들어온다. 색까지 입힌 온전한 차체지만 문은 떼어져 있고, 헤드램프 부근에는 플라스틱 재질의 덮개가 씌워져 있다. 시트, 와이어링(전선), 인스트루먼트 패널 등의 실내 조립 작업을 위해서다. '도어리스 공법'이라 부르는 방식이다. 덮개는 혹시나 작업자와 차가 부딪쳐 발생하는 흠집을 예방하는 조치다. 근로자들은 시계를 차거나 금속제 버클이 있는 벨트도 매지 않는다.

 공정에 따라 운반기기들이 차체를 '들었다 놨다' 한다. 받침대는 아코디언과 유사한 구조로 높낮이를 조절한다. 공정별로 근로자들이 편한 자세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위치를 맞춰 준다. 조립 부품도 작업 순서에 따라 작업대에 잘 정돈돼 있다. 각종 전선을 설치하고 시트까지 달면 슬슬 완성차에 가까운 모습이 나타난다.






 섀시 작업장은 오버헤드 행거로 이동시킨다. 연료탱크를 시작으로 하부에 장착될 부품들을 조립하기 위해서다. 보조 라인에서 미리 조립된 섀시들이 무인차에 실려 속속 라인에 합류한다. 차축과 서스펜션, 브레이크 등이 결합된 모듈은 크고 무거워 무인차가 운반을 담당한다. 앞뒤 간격은 센서로 감지하고, 이동 노선은 공장 바닥에 심어둔 자력선이 안내한다.

 섀시 조립이 끝나면 다시 지상으로 내려온다. 엔진을 장착하기 위해서다. 작업자들의 손길이 분주해질수록 비어 있던 엔진룸이 빼곡하게 찬다. 이후 앞뒤 범퍼와 램프까지 장착하면 생산 공정도 막바지에 접어든다.

 라인의 끝에서는 '파이널' 공정을 담당한다. 타이어를 끼우고 문을 단다. 각종 오일류를 주입하고 ECU 프로그램을 마친다. 이제부터 차에 시동이 걸리고, 도로를 달릴 준비가 끝났다. 도장 품질, 단차 점검, 품목 확인, 수밀테스트(방수 검사), 주행 등 수 많은 검차 과정이 남아있지만 마지막 공정을 마친 이 시점에서 차가 태어났다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신차 X100, 양산 준비 한창
 회사 관계자들은 신차에 대한 말을 아꼈지만 설비 곳곳에서 X100을 위한 준비를 엿볼 수 있었다. 코란도C 차체 전면부를 조립하는 라인에서 신규 설비와 시제품을 발견했다. X100의 프론트 엔드 모듈을 조립하기 위한 장비다. 상자 사이 사이에 X100용 부품들이 놓여있다. X100은 코란도C와 마찬가지로 모노코크 차체를 채택한 소형 SUV여서 1라인에서 생산을 담당할 예정이다. 

 X100의 출시가 가까워진 만큼 시험 생산도 한창이다. 지난주 3대, 이번주도 7대의 신차가 이미 조립을 마쳤다. 직접 생산해본 직원들 반응은 어떨까. 안두헌 조립1팀 섀시과 직장은 "내부 만족도가 높은 차일수록 판매가 잘 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코란도C도 그랬지만 X100도 마찬가지여서 생산하는 우리들도 신차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달라진 마음가짐, 생산환경도 변했다
 라인 곳곳에서 '직행율 98%'라는 표지판이 눈에 띈다. 언듯 의미가 다가오지 않아 관계자에게 물었다. 동행한 이정호 조립1팀 차장은 "구간 별 품질 점검율"이라며 "차가 완성된 후 별도의 품질검사를 진행하지만 매 공정마다 담당자들이 자신이 맡은 구간에서 얼마나 정확히 작업했는지 점검한다"고 말했다. 파업 직후 2010년에는 전체 공장의 직행율이 57%에 불과했는데, 설비 투자가 이뤄지면서 많이 개선됐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직원들의 마음가짐은 공장 환경까지 바꿨다. 칙칙하고 먼지 날리던 공장은 파업 이후 쾌적하고 깔끔하게 변모했다. 별도로 청소 인력을 배치하지 않고 작업자 스스로 주변을 청소한다. 더불어 작업자가 자기 설비를 직접 관리하는 '마이 머신 제도' 덕분에 설비 고장율도 적다. 피동적으로 주어진 일만 하겠다는 문화에서 벗어났다는 방증이다.






 쌍용차는 이제 막 기지개를 켜고 있다. 신차들의 인기몰이 덕분에 매달 판매 실적도 증가세다. 하지만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키 위해 즉각적으로 생산을 늘리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근로자들의 사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현장이 의욕적으로 돌아가고, 특근이나 2교대 시행 등에 적극 동참해야 생산이 원활히 늘 수 있어서다. 짧은 시간의 방문이었지만 평택 공장의 긍정적이면서도 진지한 분위기를 느끼기엔 충분했다.  

평택=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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