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장 김창수’ 조진웅의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입력 2017-10-20 09:00   수정 2017-11-25 22:04


[김영재 기자] “또 다른 할아버지가 생겼다”

배우 조진웅을 다시 한번 만났다. 과거 영화 ‘해빙(감독 이수연)’ 홍보를 위해 진행된 인터뷰 자리에서 만났던 그는 덥수룩한 수염과 마치 보헤미안을 연상케 하는 복장으로 기자를 놀라게 만들었던 바 있다. 외양의 불량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배우는 수 시간 동안 지속되는 고된 인터뷰에 적합한 복장으로 취재진을 맞이하곤 한다. 다만 언제나 멀끔한 스크린 속 겉모습 아닌 배우의 이면을 만나게 된 것이 새롭게 다가왔다.

‘해빙’은 그의 첫 단독 주연작이었다. 더불어 ‘해빙’은 누적 관객수 120만 4천600명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어 조진웅에게 흥행의 금빛을 안겼다. 금빛은 계속됐다. 3월 개봉작 ‘해빙’에 이어 5월 개봉작 영화 ‘보안관(감독 김형주)’ 역시 손익분기점 220만 명을 넘으며 다시 한번 조진웅의 흥행 배우 입지를 지속시켰다.

‘해빙’의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크”라며 감탄사를 뱉은 뒤, “아직도 기억난다. 자고 있는데 아내가 BEP(손익분기점) 120 넘었다고 기뻐하더라”라고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나, BEP 넘은 배우다”라는 말로 밉지 않은 허세를 드러냈다.

조진웅은 ‘해빙’과 ‘보안관’으로 대중의 선택을 받은 남자다. 허투루 영화관에 가는 이는 없다.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은 함께 소비되는 부대 비용을 감내한다는 뜻이다. 사실 ‘해빙’ ‘보안관’은 유명 감독도,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청춘 스타도, 원작 소설도 없기에 흥행을 의심케 만드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성공했다. 이유는 작품의 만듦새가 좋았던 것이 우선일 테지만, 더불어 두 작품의 한가운데에는 배우 조진웅이 있었다.

충무로의 흥행 배우로 우뚝 선 조진웅. 그가 또 한 편의 영화와 함께 2017년 가을 관객 곁을 찾아왔다. 영화 ‘대장 김창수(감독 이원태)’다. 가을은 멜로가 어울리는 계절 가을이지만, 조진웅은 ‘감동 실화’를 표방하는 신작으로 관객의 심금을 울리고자 한다. 2017년에만 세 편의 영화를 관객에 품에 안기는 배우 조진웅을 10월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길 한 카페에서 만났다. 과거 조진웅은 보헤미안을 추구했고, 시월의 조진웅은 캐주얼 의상에 안경을 쓰고 나타나 취재진에게 젋게 보인다는 칭찬을 받았다. 그는 멋쩍어했다.


‘대장 김창수’는 명성황후 시해범을 죽이고 사형 선고를 받은 청년 김창수가 인천 감옥소에서 대장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다. 명성황후, 사형, 청년 그리고 대장. 나열된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듯 김창수는 역사에 바탕을 둔 인물이고, 그는 백범 김구다. 독립 운동가이자, 정치인인 김구는 대한민국 임시 정부 수립에 참여한 말 그대로 위인(偉人)이다.

조진웅은 위인 김구 이전의 청년 김창수를 연기했다. 위인의 재현이 부담으로 다가왔을 법하다. “보통의 작품은 고쳐나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 작품은 그럴 수 없었다. 옷이 있다면 그 옷을 무조건 입어야 했다. 김구 할아버지가 하셨던 말씀 그대로 전달해야 됐다.”

조진웅은 어쩔 수 없이 직구를 던질 수밖에 없는 영화였다고 부연했다. ‘어쩔 수 없다’라는 그의 말처럼 ‘대장 김창수’는 실화와 실존 인물에 기반을 둔 영화기 때문에 관객이 익히 예상할 수 있는 전개를 선사한다. 위인의 방황, 감화, 성장, 완성. 누군가에게는 고루할 수 있고, 한편으로 다른 이에게는 묵직하게 다가올 수 있는. 그러나 하나는 분명하다. 새로움이 없다. 새로움이 있다면 그것은 주인공이 청년 시절의 김구라는 점뿐이다.

조진웅은 “영화를 보고 났을 때의 평가가 어떻게 나올지 감히 짐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상대 팀에게 구종을 다 알려주고 던진 거니까 못 칠 이유가 없다. 많이 얻어 맞을 것이다”라는 말로 영화를 달갑게 여기지 않을 이들의 혹평을 예상했다. 이어 그는 영화의 평이성을 향한 지적은 출연진 모두가 이미 각오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영화의 포스터에는 다음의 문구가 보는 이를 반긴다. ‘천하고 평범한 사람’. 조진웅은 김창수라는 인물이 김구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조망한 이야기니까 가치가 있다고 말하며, 그 과정이 주는 메시지를 소개했다. “작품을 보면서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 ‘비천한 평범한 사람도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 뭔가를 해낼 수 있겠구나’라는. 우리가 하나의 영웅을 만들 수 있고, 또한 비천한 개인이 영웅으로 거듭나는 경우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앞서 기자는 ‘대장 김창수’에게 새롭지 않다는 꼬리표를 붙였던 바 있다. 하지만 새롭지 않은 것과 못 만든 것은 서로 다른 의미임을 명시하고 싶다. 못 만든 영화는 예를 들어 다음과 같다. 관객이 등장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전개를 따라가지 못하는 영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는지 파악하기 힘든 영화 등. 그러나 ‘대장 김창수’는 그렇지 않다.

물론 무거움을 덜기 위한 의도적 연출은 극을 해치지만 조연의 연기는 훌륭하고, 조진웅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며, 배우 송승헌의 악역 연기도 이만하면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럼에도 조진웅은 ‘대장 김창수’를 향한 대중의 혹평을 미리 염려하며 다시 한번 영화를 옹호했다. 그는 “김구 선생님 이야기, 그것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부분을 조망하기에 의미가 있다”라며, “이런 영화로써 의미도 느끼지 언제 또 느끼겠는가?”라고 목소리 높여 말했다. 부산 출신 조진웅은 롯데 자이언츠의 유명한 팬이다. 이어 조진웅은 인터뷰 당시 3차전을 몇 시간 앞둔 ‘2017 KBO 포스트 시즌’ 준 플레이오프를 화두로 데려왔다.

“롯데 (자이언츠)가 그날(8일) 졌다. 학수고대했던 준 플레이오프 아닌가. ‘내일도 파이팅!’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나는 팬으로서 정말 슬펐다. ‘우리 선수들 얼마나 낙담했을까’라는 생각도 했고. 졌다는 것에 대한 슬픔, 하루 정도는 느낄 수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조진웅은 영화의 의미 부여를 경계하는 관객이라도 수반되는 감정을 하루 정도는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해석이 맞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긍정을 표시했다. “나도 어떤 장르는 즐겨보지 않는다. 안 보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우연치 않게 봤다면, 최소한 본 것에 대해 30분이라도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

조진웅은 그 역시 장르를 편식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그는 KBS2 ‘솔약국집 아들들’을 통해 생각이 바뀌었다며 입을 열었다. “우리 엄마가 보는 드라마에 내가 왜 출연하는지 의문이 컸다. 하지만 얻은 것이 많았다. 많은 것이 변했다.”

지금의 조진웅은 모든 것을 챙겨본단다. 그는 “막장도 볼만하다”라는 말로 모두를 웃게 했다. 이유가 있으니까 보면서 욕하는 것이란다. “싫어하는 장르가 있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보고 나서 곱씹어보면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원태 감독은 언론시사회에서 영화의 무게감을 걱정했던 바 있다. 그러나 위인의 청년 시절을 다루는 영화가 무겁지 않다면 그것이 또 문제 아닐까. 위인을 스크린 위에 그려내는 영화답게 인터뷰 현장 역시 인터뷰어도 인터뷰이도 모두가 웃음기 없는 말을 건네는 시간이 수십 분 지속됐다. 이 가운데 취재진은 영화 ‘범죄도시’를 언급했다.

조진웅은 ‘범죄도시’에서 광역수사대 팀장 역으로 출연해 관객의 이목을 모았다. ‘범죄도시’ 출연 계기는 ‘대장 김창수’ 역시 제작을 맡은 제작자 장원석 대표와의 인연이 컸단다. 두 사람은 ‘퍼펙트 게임’ ‘끝까지 간다’ 등 다수의 작품으로 연을 맺었던 바 있다.

이어 조진웅은 ‘범죄도시’에 대해 “내가 볼 때 올해 후반기 위너(Winner)가 아닌가 싶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의 칭찬처럼 ‘범죄도시’는 경쟁작 영화 ‘남한산성’을 누르고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장 김창수’는 이에 대항하는 도전자의 입장인 상황. 우정 출연작과 주연작의 대결. 재미를 불러 모은다.

조진웅은 장원석 대표와의 이야기를 더하며 그를 주연 배우의 입지로 끌어올린 ‘끝까지 간다’를 언급했다. “첫날 스코어는 힘들었다. 할리우드 영화 여섯, 일곱 편이랑 싸웠다. 디즈니 ‘말레피센트’, ‘엣지 오브 투모로우’ 톰 크루즈 형부터 시작해서, 이선균 선배하고 둘이서 무대 인사를 다니면서 고군분투했다.”

시작은 크게 주목받지 못한 작품 ‘끝까지 간다’. 하지만 영화는 누적 관객수 약 345만 명을 모으며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그는 이선균과 함께 영화제 참석차 탑승한 국제선 안에서 경쟁작들을 시청했다고. “얘네랑 경쟁을 했다니”라며 감탄했단다.


할리우드도 무릎 꿇게 만들고, 2017년 개봉한 두 작품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BEP 넘은 배우’ 조진웅은 ‘대장 김창수’의 흥행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매일 집에 가서 정화수 떠놓고 기도해야겠다”라며 너스레를 떤 뒤 김구의 생묘를 언급했다. “효창공원에 김구 선생님의 생묘가 있다. 기념관도 있다. 또 다른 할아버지가 생겼다. 어제가 인터뷰 첫날이었다. 아침 일찍 가서 잘하고 오겠다고 인사드렸다. 영화가 나에게 많을 것을 줬다.”

김구는 대한민국의 위인이지만, 조진웅에게는 영화적 부담이었다. 극중 수감 생활을 거치며 김창수는 김구로 거듭났고, 부담을 이겨낸 조진웅에게 김구는 가족이 되었다. 역사적 사실이고, 조진웅의 행복한 엔딩이다. 새삼 조진웅의 주장 하나가 기자의 머릿속을 스친다. 그는 관람이나 시청 후 따라오는 여진(餘震)인 감정을 강조했다. 더불어 하찮은 무엇이라도 저마다의 가치를 담고 있다고도 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곱씹다는 행위다.

다음은 나태주 시인의 시(詩) ‘풀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무엇이든 자세히 본다면 좋은 점이 있다. 물론 상업 영화에 개인 간의 논리를 투영하는 것이 옳은지는 여부가 있다. 그럼에도 오래 보아야 한다. 나태주 시인과 배우 조진웅이 입을 모아서 이야기한다. 영화 ‘대장 김창수’는 10월19일부터 상영 중이다. 115분. 12세 관람가. 손익분기점 240만 명. 제작비 80억 원.(사진제공: 키위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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