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빅데이터 플랫폼 '반쪽 사업' 전락 우려

입력 2019-08-27 18:10   수정 2019-08-28 03:11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공·민간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의미 없는 데이터만 제공하는 ‘깡통 플랫폼’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비식별 조치한 ‘가명정보’를 동의 없이 산업적 연구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데이터를 제공하고 결합하는 과정에서 소송전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법 개정 안 돼 소송 리스크 여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약 1516억원을 들여 3년간 빅데이터 플랫폼 10곳과 이와 연계한 센터 100곳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서울시 경기도 경상남도 등 지자체들도 자체적으로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

기관과 기업이 보유한 빅데이터를 융합해 정책 및 사업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기업들의 데이터 결합을 허용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식별 정보를 활용하더라도 개인의 동의를 받지 않으면 소송을 당할 위험이 있다.

2017년 11월 시민단체들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비식별 조치를 한 기업과 기관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이후 공공과 민간의 빅데이터 활용은 크게 위축됐다. 빅데이터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소송이 진행되면서 전문가들조차 비식별화 적정성 평가에 참여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평가단을 구성하고, 비식별 적정성 평가를 받더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법적 책임은 기업이 져야 하는 구조다.

올 3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데 이어 지난 6월 서울고등검찰청이 시민단체의 항고를 기각했다. 하지만 진보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는 지난달 30일 대검찰청에 재항고했다. 시민단체들은 가명정보도 동의 없이 활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의미한 정보 제공 어려워”

정부가 추진하는 빅데이터 활용 과제도 수요자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지역 단위의 요약 데이터를 만드는 데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단위를 얼마나 세밀하게 나누느냐에 따라 데이터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행정동 단위의 상권 분석은 범위가 너무 넓기 때문에 소상공인 등 수요자에게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예를 들어 2500㎡ 규모의 블록 단위로 쪼개면, 정보는 구체적이지만 특정 상품을 구매한 소수의 사람이 누군지 알아낼 수 있는 가능성을 모두 제거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시범 과제 선정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외부 기관과 업무협약을 맺더라도 데이터 결합이 어디까지 가능할지 법적 기준도, 경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여러 기업이 가진 개인정보를 결합하려면 비식별 조치를 거쳐야 하는데 법제화가 안 돼 있으니 각 기업의 내부 규정에 따라 데이터 제공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박춘식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향후 플랫폼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빅데이터 활용을 우선 허용한 뒤 데이터 유출 등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비식별 정보

이름, 주민등록번호처럼 특정한 개인을 구분할 수 있는 식별자를 삭제한 데이터. 예를 들어 가명처리(홍길동, 35세→임꺽정, 30대), 데이터 마스킹(홍길동, 35세→홍○○, 35세) 등의 처리기법을 활용해 개인정보를 비식별화한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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