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송금 실수 1兆…"예보, 100% 회수해도 손실 불가피"

입력 2019-10-20 17:45   수정 2019-10-21 01:52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착오송금 구제사업’이 국가 예산과 금융회사 출연금을 해마다 수백억원씩 축내는 ‘포퓰리즘 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사진)이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사업이 시행되면 예보는 연간 최소 9억원에서 최대 434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됐다.

금융위원회는 예보를 통해 5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 착오송금을 구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잘못 송금한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송금인에게 예보가 전체 금액의 80%를 우선 지급하고, 수취인에게 소송을 내 돌려받는 것이 핵심이다. 예보는 정부 출연금과 금융사 출연금으로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소송비용을 감안하면 예보는 회수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무조건 손해를 본다. 착오송금액이 10만원일 때 예보는 인지대, 송달료, 채권회수 위탁비용 등으로 총 8만2275원을 지출해야 한다. 착오송금액이 1000만원이면 소송비용은 총 172만7490원으로 불어난다.

금융위가 이 사업을 추진한 명분은 ‘금융소비자 보호’다. 인터넷·모바일뱅킹 확산으로 착오송금 사고가 해마다 늘고 있기 때문이다. 돈을 받은 사람이 동의하면 잘못 보냈더라도 쉽게 돌려받을 수 있지만 반환을 거부하면 소송 외에는 방법이 없다. 최근 5년간 송금 실수로 반환을 청구한 금액은 9562억원이었지만 실제 반환은 절반가량인 4778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개인 간 거래에서 발생한 실수에 대해 책임지는 것은 해외에서도 드문 일이다. 기획재정부도 “착오송금은 개인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사인 간 거래행위이기 때문에 정부 출연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은행 등 금융사가 출연금을 내도록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은행은 중개자일 뿐 착오송금에 대한 법적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있다. 김 의원은 “기존 민사상 절차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공적기관이 국민 세금과 은행 출연금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100%를 회수해도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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