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원전 2년만에…한전·산업부, 전기요금 충돌

입력 2019-10-30 17:08   수정 2019-10-31 03:04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과 산업통상자원부가 정면으로 부딪치고 있다. 사실상의 전기요금 인상인 ‘특례 할인 폐지’를 놓고서다. 탈(脫)원전 정책 등으로 적자가 누적된 한전이 사회적 비용을 더 이상 감당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포문을 연 것은 김종갑 한전 사장이다. 작년 4월 취임한 김 사장은 30일 언론 인터뷰에서 “(한전이 시행하는) 온갖 할인 제도에 따라 전기요금이 누더기가 됐다”며 “운영 중인 특례 할인은 모두 중단하고, 새로운 할인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전이 운용하고 있는 할인 제도는 필수사용량 보장공제와 주택용 절전 할인, 전기차 충전 할인, 초·중·고교 및 전통시장 할인, 신재생에너지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충전 할인 등 다양하다. 사회적 약자 및 정책 지원 용도로 작년에만 1조1500억원 규모에 달했다.

김 사장은 “복지와 산업 정책 관련 비용은 정부 예산을 쓰는 게 맞다”며 “원가 이하로 판매하고 있는 용도별 전기요금도 전부 공개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탈원전과 관련해선 “적어도 2050년까지는 원전을 끌고가면서 지구 온난화 등 환경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달 중순 열린 국정감사에서 “전기요금을 지금 안 내면 언젠가 누군가는 내야 한다”며 요금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탈원전 2년 만에 부채가 123조원에 이를 만큼 경영이 악화해서다. 지난해 6년 만에 영업 손실(2080억원)을 낸 데 이어 올 상반기엔 928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특례 할인 폐지 및 원가 공개에 정부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회취약계층 등 국민이 직접적인 피해를 볼 수 있는 데다 사전 협의도 없었다는 점에서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와 한전이 전기요금 개편을 사전 협의한 적이 없고 검토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괄 할인 폐지 논의는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산업부는 이날 김 사장의 돌출 발언이 나온 경위를 따져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할인 폐지를 포함한 전기요금 조정은 정부 인가가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라며 “한전이 수익만 보고 단기간 내 결정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원가 공개와 관련해선 “기획재정부에서 전체 총괄원가를 동일한 양식으로 공시하고 있는데 세부 내역까지 밝히려면 법 규정을 바꿔야 한다”며 “공기업 사장이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규정을 따르지 않고 협의 절차를 무시해선 안 된다”며 “한전이 구멍가게냐”고도 했다.

한전이 추진하는 특례 할인 폐지는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에너지업계 관측이다. 정부가 수차례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공언해온 데다 내년 4월 총선까지 앞두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집권 3년차를 맞은 현 정권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기업 사장이 인사권을 쥐고 있는 정부의 핵심 정책을 반대하는 건 흔치 않아서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날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당은 “특례 할인 폐지는 앞으로 닥쳐올 전기요금 쓰나미의 예고편”이라며 “신한울 3·4호기 등 원전 가동을 정상화해 국민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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