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시아나항공 새 주인 HDC현대산업개발 유력

입력 2019-11-08 00:32   수정 2019-11-08 08:55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으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7일 “현재 기준으로는 HDC 측이 우위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본입찰에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애경그룹·스톤브릿지 컨소시엄 △KCGI·뱅커스트릿 컨소시엄 등 세 곳이 입찰 제안서를 냈다.

HDC컨소시엄이 유력해진 건 매입 가격을 월등히 높게 적어냈기 때문이다. HDC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금액으로 2조5000억원 가까이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컨소시엄이 제시한 금액은 2조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KCGI컨소시엄은 전략적 투자자(SI) 없이 본 입찰에 참여해 두 후보군에 비해 경쟁력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번 입찰은 아시아나항공을 포함해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6개 자회사도 함께 넘기는 ‘통매각’ 방식이다. 이에 따라 건설과 면세점·호텔 등 유통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HDC가 항공업에 진출할 경우 적지 않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매각주체인 금호산업과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는 본 입찰 서류를 받은 뒤 1~2주간 심사를 거쳐 이달 우선인수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었다. 또 다음달 주식매매 계약을 맺어 매각 절차를 연내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인수전 윤곽이 당일 드러나면서 매각 일정은 계획보다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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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의 '통큰 베팅'
애경보다 최소 5000억 더 써냈다


아시아나항공 본입찰이 마감된 7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으로 유력해졌다. HDC의 인수제안 가격이 경쟁상대인 애경·스톤브릿지 컨소시엄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HDC컨소시엄은 매입 가격을 2조5000억원 가까이 써낸 반면 애경컨소시엄은 2조원에 못 미치는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HDC ‘베팅 금액’이 본입찰 성패 갈라

정부 관계자는 이날 본입찰 결과를 본 뒤 “가격 차이가 워낙 많이 나 다른 조건을 볼 필요성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제3후보인 사모펀드 KCGI(일명 강성부펀드)는 전략적 투자자(SI)를 찾지 못해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선 금호산업이 보유한 주식 31%(구주)의 가격과 유상증자를 통해 새로 발행할 주식(신주) 가격도 심사 대상에 들어 있었다. 구주를 사가면 인수자가 금호산업에 돈을 주는 것이고, 신주를 사면 투자한 돈이 모두 아시아나항공에 남게 된다. 이 때문에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은 구주 가격을 높게 받는 게 유리하고, 인수 후보자는 신주 가격을 높게 써내는 게 인수 후에도 부담을 더는 길이었다.

KDB산업은행과 채권단은 예비입찰에서 신주 가격을 최소 8000억원 이상 써낼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가치는 매각 발표 시점엔 2000억원 안팎이었다가 이후 매각 이슈로 떠올라 지금은 3500억원 정도가 됐다.

후보자들의 매입 가격이 서로 차이가 작았다면 구주를 얼마에 사갈지가 심사 관건이었다. 그러나 사실상 2파전으로 좁혀진 이번 인수전에서 HDC가 애경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을 써내 구주 인수 가격은 무의미해졌다는 설명이다.

HDC가 고액을 베팅할 수 있었던 배경엔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1조1773억원(작년 말 기준)에 이르는 등 자본이 넉넉한 데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움직이는 미래에셋대우가 컨소시엄 파트너사로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HDC의 현금성 자산은 애경 지주사인 AK홀딩스(2013억원)보다 여섯 배가량 많다. 박 회장은 인수의사가 확실할 때엔 높은 금액을 베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면세점에 항공까지 시너지 효과

이번 매각은 아시아나항공뿐 아니라 아시아나 자회사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6개 회사도 함께 이뤄지는 ‘통매각’ 방식이다. HDC가 본입찰 마감일 당일 이미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유력해지면서 새로운 사업에도 관심이 쏠린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이파크를 필두로 한 건설과 HDC신라면세점, 파크하얏트서울을 비롯한 호텔사업 등에 주력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국내 양대 대형 항공사(FSC)인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등을 한꺼번에 가져올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70여 개 국제선 노선을 보유한 아시아나뿐 아니라 에어서울은 근거리 해외 소도시에 집중한 노선을 보유하고 있고, 에어부산은 부산의 충성고객이 많다”며 “이를 활용하면 호텔과 면세점 사업에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HDC도 이날 본입찰 마감 후 “신성장동력을 다변화하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승자의 저주’ 우려도 제기

HDC가 자금력이 탄탄하다고 해도 아시아나항공을 품으면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9조6000억원(연결기준)이 넘는 부채를 떠안아야 하고, 항공기 노후화 등에 따라 추가로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660%나 된다. 아시아나항공이 빌린 비행기 비용인 리스 부채는 작년 말 1조4154억원에서 6월 말 4조2907억원으로 세 배로 급증했다. 지난 2분기 아시아나항공의 적자폭도 1241억원에 이른다.

항공산업이 전체적으로 불황을 맞은 데다 LCC 세 곳이 새로 시장에 진입해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진행 중인 소송 등을 통한 돌발채무 발생 가능성도 리스크로 꼽힌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선 아시아나 인수가 ‘승자의 저주’로 돌아올지 모른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이번 인수전에서 HDC에 사실상 밀려난 애경그룹은 아쉬운 표정이다. 애경그룹은 이날 본입찰 마감 시간인 오후 2시가 되자마자 낸 입장문에서 “(이번 입찰이) 한국 항공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관광산업 등 국가 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항공사 간 M&A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해외 사례가 많다”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었다.

이상은/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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