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할머니 앞에 나타난 열두 살 손녀…유쾌하면서 감동적인 '가족본색'

입력 2019-11-19 17:17   수정 2019-11-20 03:29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존재로 인해 가족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가 있다. 한때 스타였던 남자 앞에 갑자기 등장한 딸의 이야기를 그린 ‘과속스캔들’, 한물간 전직 복서와 자폐증을 가진 동생이 만난 사연을 들려주는 ‘그것만이 내 세상’이 대표적이다.


다음달 4일 개봉하는 허인무 감독의 신작 ‘감쪽같은 그녀’도 그런 영화다. 독거 노인 말순(나문희 분)과 그 앞에 갑자기 나타난 열두 살 손녀 공주(김수안 분)가 만나 이루는 사랑의 하모니를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으로 전한다.

어느 날 말순에게 오래전에 집을 나갔던 딸의 여식이라는 공주가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공주는 갓난아기 동생 진주를 업고 있다. 말년을 즐기며 살아가던 말순은 충격을 받는다. 두 사람의 한집살이가 전개되지만, 서로 다른 성격 탓에 늘 티격태격한다. 말순은 동네를 주름잡으면서 욕설과 싸움을 서슴지 않는 ‘노인 아이’다. 반면 공주는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는 ‘아이 어른’이다. 그렇지만 타인과 언쟁이라도 일어나면 말순과 공주는 서로에게 ‘내 편’이 돼 준다. ‘가족본색’이 발동하는 것이다. 그러나 말순은 치매에 걸리고, 진주는 백혈병 진단을 받는다. 공주는 이제 그들과 헤어져야 하는 운명에 놓인다.

영화는 말순과 공주의 에피소드를 통해 관객들의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가다가 절정에 이르러 눈물로 터뜨린다. 눈물 뒤에 가족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란 메시지를 남긴다. 공주가 진주를 재울 때 부르는 자장가인 ‘나의 사람아’는 주제를 관통한다. “언제 보아도 웃음 띤 얼굴/ 언제 들어도 다정한 음성/ 언제까지나 함께 있어요~.” 치매에 걸린 말순이 공주를 알아보지 못한 채 이 노래를 흥얼거리는 장면이 압권이다.

노랫말은 보조 캐릭터들의 관계도 표현해 준다. 공주의 담임 선생을 향해 직진하는 동네 청년, 공주 학교 친구들의 ‘밀당 장면’은 가족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이다. 극중 악당은 등장하지 않는다. 연적도 나중에는 친구가 된다. 가족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본성은 착하다는 암시다.

그런데 가족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구성원들이 동시간에 애정과 사랑을 나눌 필요는 없다. 모든 인물이 단박에 마음을 일치시키지는 못한다. 한쪽이 손을 건넸을 때 다른 한쪽은 바로 잡아주지 않는다. 인물들의 마음이 일치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누군가 한 명이라도 애정의 끈을 놓지 않고 상대를 열망한다면 언젠가는 하나로 합쳐질 수 있다는 가르침을 영화는 전해준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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