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마켓+] 올해 극장가, 디즈니에 먹혔다…위기의 한국 영화

입력 2019-12-22 08:37  



디즈니에 완전히 압도당했다.

올해 극장가에서는 역대 최초로 5편의 1000만 영화가 탄생했다. 이 중 '어벤져스:엔드게임', '알라딘', '겨울왕국2' 등 3편이 디즈니 영화였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한국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디즈니의 한국 지사인 월트디즈니코리아는 국내 관객 점유율 26.9%로 전체 배급사 중 1위를 차지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2008년 전국 단위 배급사별 점유율을 발표한 이래 외국 투자배급사가 1위를 차지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디즈니는 다양한 IP를 보유하고 있다. 자체 제작 애니메이션 뿐 아니라 '스타워즈' 시리즈를 제작한 루카스필름, '어벤져스' 시리즈의 마블스튜디오 등을 인수하면서 콘텐츠 괴물로 성장했다.

한국 뿐 아니라 글로벌 흥행 지표로 얘기되는 10억 달러 영화를 올해에만 5편이나 내놓았다.

지난 3월 '캡틴마블'이 11억2000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에 이어 4월 개봉한 '어벤져스:엔드게임'은 27억9000만 달러로 역대 흥행 수익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 5월엔 '알라딘'이 10억5000만 달러, 6월엔 '토이스토리4'가 10억70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7월에 개봉한 '라이온 킹'은 16억6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여기에 10억 달러 수익 돌파가 확실시 되는 '겨울왕국2'까지 포함하면 올해 개봉한 디즈니 영화 중 6편이 10억 수익을 넘긴게 된다.

◆ 비수기 사라지고..."재밌으면 본다"

디즈니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극장가는 성수기와 비수기의 경계가 붕괴됐다. 여름방학부터 추석까지 이어지는 대목 시즌에 한국 영화들이 흔들리면서 부진했고, 디즈니가 파고드는 무주공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

CGV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 관람객은 전년 대비 82% 수준인 약 2500만 명으로, 8월 관람객 수로는 201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추석 기간 일 평균 관람객 역시 128만 명에 머물며 지난해 대비 3% 이상 감소했다.

대신 흔히 보릿고개라 불리던 6월과 11월에 관람객이 전년 대비 각각 51%, 8%를 성장하며 비수기의 개념을 흔들었다. 최근 5년간 월별 전국 관람객 평균 기준으로 살펴볼 때 6월은 1500만 명 수준으로 연간 4번째로 관객이 적은 달이었는데, 올해는 230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올해 월별 2번째로 관객이 많은 달이 된 것이다. 11월 또한 연간 3번째로 적은 달이었는데, 올해는 5번째로 관객이 많은 달이 되었다. 6월엔 '알라딘', 11월엔 '겨울왕국2'가 박스오피스를 접수한 시기였다.

◆ 내년 어떨까? "덕심을 잡아라"

문제는 내년이다. 디즈니는 올해 올해엔 이십세기폭스까지 인수했다. 이십세기폭스는 '엑스맨', '킹스맨' 시리즈를 선보였던 곳. 디즈니의 위력이 더욱 강력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화 관계자들이 "내년에도 디즈니가 극장가를 점령하지 않겠냐"는 우려를 내놓는 이유다.

시작은 올해 1월 8일 국내 개봉이 확정된 '스타워즈: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세계적인 흥행작임에도 불구, 한국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내년 3월엔 애니메이션을 실사화 한 '뮬란'이 개봉한다. 유역비, 공리, 견자단, 이연결 등이 캐스팅돼 기대를 모으는 작품. 주인공 유역비가 홍콩 경찰을 지지하는 발언으로 논란이 되긴 했지만, 애니메이션 '뮬란'이 1998년 개봉 당시에도 큰 인기를 모았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쏠리는 상황이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이후 시리즈의 새 시작을 알리는 블랙 위도우 솔로 무비도 베일을 벗는다. 영화 '블랙 위도우'에서는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등에서 선보여진 블랙 위도우의 숨겨진 과거가 공개될 것으로 알려져 기대감이 쏠리고 있다.

국내 배우 마동석과 '연세대 학부모'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으로 참여한 '이터널스'도 내년 11월 개봉이 예고됐다. 또한 캐스팅 논란을 빚긴 했지만 OST 명곡들이 즐비한 '인어공주' 실사판 역시 2020년에 선보여 진다.

한국 영화 역시 '대작'이라 불리는 작품들은 준비되고 있다. '내부자들' 우민호 감독과 이병헌이 다시 뭉친 '남산의 부장들', '해운대'와 '국제시장'을 연이어 히트시킨 윤제균 감독의 뮤지컬 영화 '영웅', '강철비' 강우석 감독의 '정상회담', '쉬리'와 '태극기 휘날리며' 등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연 강제규 감독의 '1947, 보스턴' 등이 그것이다.

다만 최근 관객들의 영화 소비 행태는 배우, 감독이 아닌 '입소문'으로 바뀐 추세에 얼마만큼 만족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요즘 관객들은 SNS 등을 통해 콘텐츠를 수용하고, 집단과 경험을 공유하며 이슈를 재생산하는 방식을 택한다. 개봉 첫날 관람객이 7만3000명에 불과했던 '알라딘'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디즈니는 마니아층의 마음을 자극하는 일명 '덕심'을 자극하는 작품을 내놓으며 한국 극장가를 빠르게 장악했다는 평이다. 내년에도 거침없이 돌진할 디즈니의 공세에 한국 영화들이 방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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