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의 생생헬스] 금연성공 한달이 고비…주변에 '금연 선언'하고 치료제 도움 받아야

입력 2020-01-03 10:45   수정 2020-01-04 00:42

금연 계획을 세우는 흡연자가 늘어나는 때다. 매년 1월 1일이면 담배 판매량이 줄었다가 다시 회복하는 패턴을 보인다. 담배의 중독성 때문에 금연 계획이 작심삼일로 끝나는 흡연자가 많기 때문이다. 금단현상은 금연을 결심한 뒤 24시간 안에 시작되는데 3일째에 증상이 가장 심하다. 금단 스트레스는 3주 정도 지속된다. 금연을 위해 최소 한 달은 버텨야 하는 이유다. 새해 금연 계획을 세운 사람들을 위해 금연 성공 방법을 알아봤다.


흡연자 폐암 위험 15~80배 높아

담배 연기 속에는 4000종류의 독성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 담배에 가장 취약한 인체 기관은 폐다. 숨길이 좁아지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흡연이 가장 주된 원인이다. 폐암도 마찬가지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폐암 발생 위험이 15~80배 높다. 간접흡연에 노출돼도 폐암 위험이 1.2~2.0배 정도 높아진다.

담배 속 독성 화학물질은 혈액을 타고 온몸을 돌면서 모든 장기를 망가뜨린다. 담배는 췌장암과 구강암의 원인 중 하나다. 발암물질이 신장을 거쳐 방광에 모였다가 몸 밖으로 배출되면서 신장암과 방광암도 생긴다. 흡연자는 뇌졸중 사망 위험이 2~4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건선 백내장 난청 충치 골다공증 위궤양 난임 등의 원인이 된다. 팔, 다리에 피가 돌지 않아 절단하게 되는 버거씨병도 흡연이 원인인 환자가 많다. 남성 흡연자는 13.2년, 여성은 14.5년 수명이 단축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금연 기간이 길수록 이런 위험은 줄어든다. 정은진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2~12주 정도 금연하면 폐 기능이 회복되고 1~9개월까지 이어지면 면역력, 폐 섬모 기능이 정상화돼 기침, 코막힘, 피로 등이 크게 줄어든다”며 “5~10년 금연하면 심뇌혈관질환과 폐암 발병률을 비흡연자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했다.

6개월 금연 성공률 38%

국내 금연센터를 찾은 흡연자의 6개월 금연 성공률은 38%다. 많은 사람이 금연을 시도하고 도움받을 곳을 찾지만 상당수는 실패한다. 흡연은 뇌가 담배 니코틴에 중독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담배 한 개비에 1~2%의 니코틴이 함유돼 있다면 2~3㎎의 니코틴이 몸에 흡입되는 것”이라며 “폐를 거친 니코틴은 혈액으로 녹아들어가 뇌의 쾌락 중추까지 도달한다”고 했다.

니코틴을 흡입한 뒤 뇌의 쾌락 중추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7초다. 쾌락 중추에는 니코틴이 달라붙을 수 있는 니코틴 수용체가 있다. 수용체에 니코틴이 결합하면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상을 받거나 로또에 당첨되는 등 즐거움을 느낄 때 뇌에서 분비되는 물질이다. 술 담배 마약 등의 자극을 받았을 때에는 더 많은 양이 분비된다. 이들 물질이 중독되면 맛있는 음식, 화목한 가정, 연애 등의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으로는 쾌감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흡연 양이 많고 기간이 길수록 니코틴 수용체는 늘어난다. 쾌락을 느끼기 위해 더 많은 양의 니코틴이 필요하다. 금연하면 니코틴 수용체 숫자가 흡연 전으로 돌아간다. 이를 위해 적어도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흡연자들이 담배를 쉽게 끊지 못하는 이유다.

일상 속 스트레스도 금연 결심을 무너뜨린다. 담배를 스트레스 해소 도구로 사용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흡연은 스트레스를 더 심하게 하는 요인이다. 도파민이 분비돼 불안, 스트레스, 분노, 우울감 등이 개선되지만 20~40분 정도 지속된다. 이후 니코틴을 보충하기 위해 다시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내성이 생겨 흡연량이 늘면 담배 의존성 때문에 스트레스는 더 심해진다.

혼자 금연 시 성공률 3~7%

담배를 끊으면 살이 찐다는 이유로 금연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정 교수는 “금연하면 입이 허전해지고 공복감이 들기 때문에 칼로리가 높고 단 사탕, 초콜릿 등을 평소보다 많이 섭취해 체중이 증가한다”고 했다. 물 또는 열량이 적은 무가당 음료를 섭취하거나 양치질을 하는 등 생활습관을 바꿔 흡연 습관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니코틴 중독에서 벗어나면 금단 증상이 줄고 체중관리가 더 쉬워진다.

흡연자가 1년간 담배를 한 개비도 피우지 않으면 금연에 성공한 것으로 판단한다. 1년간 금연한 사람의 80~90% 정도가 장기간 금연에도 성공한다. 다만 개인 의지만으로 성공할 확률은 3~7% 정도다. 의사 및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 30%까지 올라간다.

금연 결심 후 병원 또는 보건소를 찾으면 금연 치료제를 이용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니코틴 중독이 심해 수차례 금연에 실패한 흡연자에게 도움이 된다. 금연 성공률은 30~40% 정도다. 항우울제인 부프로피온과 바레니클라인이 활용된다. 바레니클라인은 도파민 분비를 늘려 니코틴 보충이 없어도 기분을 좋게 한다. 흡연 욕구와 금단 증상을 함께 줄여준다. 니코틴 성분이 든 패치, 껌, 사탕도 있다. 뇌가 필요로 하는 니코틴만 서서히 공급해 금단증상과 흡연욕구를 완화한다. 대개 니코틴 용량을 줄여가면서 석 달 정도 사용한다.

전자담배를 대안으로 찾는 사람도 많다. 일반담배보다 해롭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다. 아직 논란이 있다. 전자담배도 각종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되는 데다 전자담배의 위해성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혜숙 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미국 실험논문에 따르면 일반담배 노출세포보다 전자담배에 노출된 호흡기 상피세포의 유전자 변형 정도가 높았다”며 “장기간 관찰을 통해 지켜봐야겠지만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안전하다는 인식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주변 도움 받고 흡연일지 써보세요”

금연을 결심했다면 1주일 정도만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심리적 부담을 줄이는 것이 좋다. 입소문을 내는 것도 중요하다. 최천웅 교수는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지 않고 금연을 지지해줄 서포터를 영입해야 한다”며 “조용히 금연을 시작한 사람은 다시 조용히 담배를 입에 물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금연 전 준비 단계에서 흡연일지를 쓰는 것도 도움이 된다. 흡연한 시간, 누구와 어디서 흡연했는지, 흡연 욕구가 높은 때가 언제인지 파악하면 금연을 시작할 때 위험 요소가 되는 걸 제거하기 쉽다.

식습관 생활습관도 바꿔야 한다. 과식, 고지방 음식, 카페인 섭취는 흡연 욕구를 높인다. 미국 암연구협회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주일에 두 번 넘게 충분한 양의 채소를 섭취하면 담배 독소 성분을 줄일 수 있다. 과도한 음주는 피하고 담배, 라이터, 재떨이 등 담배 흔적을 없애야 한다. 회식 자리에서 흡연자와 멀리 떨어져 앉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정은진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최혜숙 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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