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고용 증가" 알고보니 노년·임시직…문 대통령 신년사 '팩트의 이면'

입력 2020-01-14 09:36   수정 2020-01-14 09:38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1월 7일 신년사를 발표했습니다. 2020년 임기 4년차에 접어들었고, 총선도 있는 만큼 2019년 국내 경제에서 이룬 성과를 크게 강조했죠.



뉴스래빗이 문 대통령 신년사 전체를 팩트체크합니다. 전문 중 통계 자료를 인용해 자평하거나 미래를 전망한 부분들을 꼽았습니다. 해당 내용의 근거가 되는 통계 자료 원본을 찾아 국민으로서 확인해봐야 할 내용이나, 더 깊게 살펴봐야 할 부분들을 찾았습니다. 검토에는 크게 두 가지, 해당 통계를 발표하는 각 정부부처 보고서와 통계청 자료를 활용했습니다.

뉴스래빗이 검토한 결과 데이터로 더 자세히 살펴봐야 할 부분은 크게 3가지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과라고 하기 어려운 부분,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설명 없이 긍정적인 측면만 밝힌 부분, 최신자를 확인하기 어려운 통계 자료가 인용된 부분입니다. 이 3가지 포인트를 기준으로 총 9건의 발언을 팩트체크합니다.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1월 7일 발표한 신년사 내용 중 통계가 포함된 부분의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청, 세계무역기구(WTO), 세계경제포럼(WEF), 한국환경공단, 한국경제연구원, CB인사이츠 등 다양한 사이트로부터 문 대통령이 언급한 통계나 발표자료를 수집해 분석했다. 총 12개 자료로 문 대통령 발언을 면밀하게 들여다봤다.

적게는 최신 2년치, 많게는 2010년부터 10년치 통계를 수집했다. 대부분 2018년과 2019년을 비교했지만 2017년, 2018년까지만 포함한 경우도 있다. 업데이트 주기에 따라 데이터마다 최신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문 대통령 발언을 크게 3가지 부분으로 나눠서 분석했다. 첫째는 명백히 문재인 정부의 성과가 아니지만 성과로 발표한 부분이다. 둘째는 부정적인 측면은 빼고 긍정적인 면만 밝힌 부분이다. 셋째는 2019년 통계치가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은 부분이다.
'팩트의 이면'
"지난해 신규 취업자가 28만 명 증가하여 역대 최고의 고용률을 기록했고, 청년 고용률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1. 청년 고용 통계를 살펴보니 2019년 고용률 증가는 60대 이상이 견인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9년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2019년 1~11월 청년(15~29세)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2018년 1~11월) 대비 31만9000명 늘어났습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28만명보다 증가폭이 큽니다. 매월 발표한 고용동향에서 누적치를 살펴보니, 문 대통령이 알고 있는 '28만명 증가'는 2019년 6월 기준일 가능성이 큽니다. 2020년 1월 14일 현재, 2019년 12월까지의 누적치는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고용 증가폭이 가장 높았던 건 60대 이상입니다. 2019년 1~11월에 전년 동기 36만7000명 많았죠. 30~40대 고용은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30대는 전년 동기 대비 5만8000명, 40대는 16만5000명 줄었습니다. '팩트의 이면'에서는 '경제의 허리' 30~40대 고용이 하락하고 있었습니다.

청년층 고용이 임시직 위주로 늘어나고 있는 점도 문제입니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산업별로 보면 노인일자리가 주로 가는 공공행정이나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아르바이트하는 학생, 시간제 강사 등이 있는 숙박음식업이나 교육서비스업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습니다. 여러모로 문 대통령 신년사처럼 고용 상황을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는 셈입니다.
"지난해 우리는 미중 무역갈등과 세계경기 하강 속에서도 수출 세계 7위를 지켰고, 3년 연속 무역 1조 불, 11년 연속 무역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2. 수출 세계 7위 세계무역기구(WTO)가 가장 최근 발표한 수출 성적표는 '세계 6위'입니다. 2019년 누적 수출액은 1~5월 7위, 1~7월 8위까지 밀렸다가 1~10월 6위로 2018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6위든, 7위든 반길 만한 분위기는 아닙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9년 연간 수출 증감률은 -10.3%. 2018년 5.4%에서 크게 하락했습니다. 특히 2019년 수출 증감률은 전년 동기 매달 마이너스 증감률을 기록했죠. 수출 감소율이 두 자릿수로 추락한 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13.9%) 이후 최악입니다.
"상용직이 크게 증가하면서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50만 명 이상 늘고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주는 등 고용의 질도 개선되었습니다."


3. 고용의 질 개선 수치상 상용직이 증가하고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고용의 질이 나아졌는지는 의문입니다. 늘어난 일자리는 주로 숙박음식점업과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 등입니다. 제조업과 도·소매업 등 하락세가 장기화하고 있는 업종도 있죠. 특히 제조업은 2019년 11월 기준 20개월째 마이너스 성장 중입니다.

임시직이 주를 이루는 주당 1~17시간 취업자 수가 38만6000명을 기록한 점도 '팩트의 이면'입니다. 2011년 9월 이후 최대 증가폭입니다.
"연간 노동시간이 2000시간 아래로 낮아졌고, 저임금근로자 비중도 20% 미만으로 줄었습니다."
4. 노동 시간 감소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연간 노동 시간이 처음으로 2000시간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일부 사업체에서는 처벌을 피해 초과근무를 강요하는 이른바 '공짜 야근' 논란이 일며 제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계속됐습니다. 또한 중소기업에는 52시간 근무제를 1년 이상 유예하기로 하면서 2019년에는 대기업 근로자만 혜택을 받았죠. 전체의 80%에 달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에 아직 적용이 되지 않았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아직 시기상조입니다.

고용노동부가 2019년 4월 발표한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저임금근로자 비중이 1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이 조사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상승 효과가 나타났을 뿐 실직이나 자영업자 폐업 등은 반영되지 않아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로 단말기와 장비시장에서 각각 세계 1위와 2위를 차지했고… ICT 분야 국가경쟁력이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등 혁신을 향한 우리의 노력이 하나하나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5. 5G 세계 최초 상용화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는 '비싼 가격에 더 낮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현재 5G 기지국은 LTE의 20%대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요금제는 LTE보다 비싸죠. 2019년 12월에는 참여연대가 소비자 분쟁 조정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2019년 4월 세계 최초 상용화 이후 어느새 8개월이 지났습니다.

ICT 분야에서 국가경쟁력 세계 1위를 차지한 점은 고무적입니다. 이는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평가'를 인용한 발언입니다. 한국은 ICT 보급 분야에서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이 평가가 한국에 내린 평가를 새겨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WEF가 한국이 ICT 분야 선두국임을 인정하면서도 "도전하는 기업가정신 고양, 국내경쟁 촉진, 노동시장 이중구조 및 경직성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기 때문입니다.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개선되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6. 미세먼지 문 대통령이 언급한 미세먼지 농도는 '전국 연평균'입니다.

지역별로 나눠보니 국민의 20%가 거주하는 서울은 오히려 미세먼지가 악화됐습니다. 2019년 서울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당 25㎍로 2018년 23㎍보다 다소 높습니다. 서울 미세먼지 농도를 365일로 쪼개봐도 상황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2019년 서울에서 초미세먼지가 일평균 76㎍/㎥ 이상(매우 나쁨)이었던 날은 총 9일로 2010년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 인식도 여전히 나쁩니다. 통계청이 2년 마다 실시하는 미세먼지 인식도 조사 결과를 살펴보니, 2018년 '매우 불안함'이 45.3%에 달해 이전 통계치인 2016년도의 34.6% 보다 크게 상승했습니다.
최신 통계 無…국민은 알 수 없는 사실들
뉴스래빗은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2019년 성과 중 최신 통계가 아직 공개되지 않은 부분만 따로 분류했습니다.

보통 정부 기관은 한 해가 끝나면 통계 작업을 시작해 이듬해 특정 시점에 공개합니다. 때문에 현재 대중에 공개된 최신자가 2018년 또는 2017년인 통계 자료들이 많죠. 국민이 확인할 수 있는 통계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을 한 데 모았습니다.


"지난해 기초연금 인상, 근로장려금 확대 등 포용정책의 성과로 지니계수, 5분위 배율, 상대적 빈곤율 등 3대 분배지표가 모두 개선되었습니다. 가계소득도 모든 계층에서 고르게 증가했고, 특히 저소득 1분위 계층의 소득이 증가세로 전환되었습니다."


7. 자산 격차 문 대통령 발언대로 분배 지표는 개선되었습니다. 다만 다른 통계를 함께 보니 이 개선이 계층간 격차 감소로 이어졌는지는 의문입니다.

2019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18년 소득 상위 20%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하위 20%의 125.6배에 달했습니다. 2017년 106.3배보다 격차가 커졌죠. '팩트의 이면'입니다.

분배 지표 개선이 복지 정책 확대의 결과라는 점도 문제입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지속 확대돼온 복지 정책은 국가 부채 상승의 한 요인이 됐습니다. 그 결과 2019년 국가 채무가 70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2016년에 13만 원 수준이던 쌀값이 19만 원으로 회복되어, 농가소득 4천만 원, 어가소득 5천만 원을 돌파했습니다."


8. 농·어가 소득 문 대통령 발언대로 농가와 어가 소득이 모두 늘었지만, 2019년 한 해 자산은 줄고 부채는 늘었습니다. 농어촌 시설 투자 등에 정책 자금을 빌려 썼기 때문입니다.

최신자인 2018년 농가 및 어가 경제조사 결과, 2017년 대비 농가 소득은 10%, 어가 소득은 5.8%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농가와 어가의 부채 또한 각각 26.1%, 43.7% 늘었죠. 평균 자산은 농가 2%, 어가 0.7% 감소했습니다.

기초연금 수령액이 높아진 점과, 스마트팜 조성 등을 위해 정부가 농어민에게 빌려준 돈이 모두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실제 농가와 어가의 2018년 공적보조금은 2017년 대비 각각 12.4%, 73.9% 늘었습니다. 정부 정책으로 소득도 늘리고 부채도 늘린 상황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文정부 성과라 볼 수 있을까?
"지난해 혁신성장 관련 법안 통과가 지연되는 상황 속에서도, 신규 벤처투자가 4조 원을 돌파했고 다섯 개의 유니콘 기업이 새로 탄생했습니다."
9. 유니콘 기업 2019년 탄생한 유니콘 기업은 문재인 정부의 성과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2019년 유니콘 기업으로 등재된 5곳 중 한국 자본이 기여한 사례는 위메프와 에이프로젠 두 곳에 불과합니다. 위메프의 경우 2015년 넥슨 지주사 NXC에게 받은 투자가 매출 상승으로 이어져 유니콘이 될 수 있었습니다. 에이프로젠은 신약 개발과 공격적 인수합병(M&A)으로 사업을 확장해 유니콘 기업에 등재됐죠.

나머지 세 곳은 해외 자본이 투자해 유니콘이 된 셈입니다. 야놀자는 싱가포르 투자기업 GIC, 지피클럽과 무신사는 각각 GIC와 세쿼이아캐피탈이 투자했습니다. 최근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된 후 '게르만 민족'이라 불리며 여론의 반감을 사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해외 자본으로 탄생한 유니콘 기업이 정부의 성과란 데 여론이 공감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대통령 신년사 속 '통계의 이면'
국민 상세히 알 수 있어야



대통령의 신년사는 대부분 희망찬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지나간 한 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온 국민이 합심해서 새해를 만들어가자는 메시지 전달이 취지이기 때문이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신년사는 정부 행정의 한 해 공과를 국민에게 가감 없이 설명해야 한다고 뉴스래빗은 제안합니다. 무엇이 좋았는지 돌아보는 만큼, 그 이면에 어떤 한계와 과제가 남았는지 또한 국민은 알아야 합니다. 정부가 한 해 내내 공들여 작성하는 통계의 이모저모를 두루 이해해야 정부, 청와대, 국민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새해를 그려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뉴스래빗은 문 대통령 2020년 신년사에서 9가지 의문점을 꼽으며 모두 대중에 공개된 통계 자료를 활용했습니다. 원한다면 국민 누구나 면밀히 살펴보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2021년 신년사는 칭찬과 낙관의 메시지만큼 나라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




# 데이터 정책제안 ? 질 좋은 데이터저널리즘 콘텐츠는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할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뉴스래빗이 공공데이터 수집 및 정제, 분석 등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이나 애로사항을 바탕으로 데이터 관련 정책을 정부 및 지자체, 공기업 등 공공부문에 제안합니다.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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