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게 보답" 장기기증 유가족과 미국인 이식인의 첫 만남...국내 유가족들은 눈물만

입력 2020-01-20 16:17   수정 2020-01-20 16:19

"안녕 킴벌리. 우리 유나랑 비슷한 나이라 딸 부르듯 불러봤어요."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재단법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기자회견에서 만난 뇌사 장기기증인 고(故) 김유나 양의 어머니 이성경 씨와 이식인 킴벌리(23)씨는 서로를 보자마자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2016년 장기기증 이후 첫 만남이었다.

김 양(당시 19세)는 미국에서 유학하던 중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가족의 결정으로 장기기증이 이뤄졌고 김 양은 미국인 6명에게 새 삶을 주고 세상을 떠났다. 킴벌리 씨는 2살 때부터 소아당뇨를 앓으며 합병증으로 신장이 망가졌지만, 19세 때 김 양의 신장과 췌장을 이식받아 건강을 찾았다.

4년 만에 김 양의 가족을 만나러 한국에 온 킴벌리 씨는 "유나는 내게 천사"라며 "항상 유나를 가슴에 간직하고 살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킴벌리가 편지에 '고통의 연속인 삶을 살다가 유나의 장기를 기증받고 건강을 되찾아 아몬드가 든 초콜릿도 먹을 수 있게 됐다'고 쓴 것을 보고 울컥했다”며 “유나가 남기고 간 선물이 존귀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답했다.

이날 참석한 다른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들은 이들의 만남을 부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서 장기기증이 이뤄진 김 양의 가족들은 이식인을 만날 수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유가족과 이식인의 교류가 금지돼 있다. 금전적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기자회견에서 장기기증인 유가족들과 운동본부는 담당기관의 중재를 통해 서신 교환을 허용하도록 제도를 개정해달라고 촉구했다. 10년 전 뇌사 판정을 받은 아들의 장기를 기증한 이대호 씨는 "같은 하늘 어딘가에서 살아갈 그들의 소식이 궁금할 뿐"이라며 "생명을 이어받아 건강히 살아줘 고맙다며 감사를 표현할 서신만이라도 전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미국은 기증 담당 기관을 통해 메뉴얼대로 편지를 써서 교류할 수 있고, 유가족이나 이식인이 원할 때 기관을 통해 만남을 허락한다"며 "우리나라도 기관 중재를 통해 최소한의 서류 교류라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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