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불황 대비 '금리 상한제' 검토…양적완화 수준 부양효과 기대

입력 2020-01-27 17:03   수정 2020-01-29 00:02


미국 중앙은행(Fed)이 향후 경기 침체에 대비해 마이너스금리 정책 대신 ‘금리 상한제(yield caps)’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국채를 대상으로 금리 상한을 설정한 뒤 그 목표를 맞추기 위해 시장에서 무제한으로 채권을 매입하는 제도다. 기준금리가 연 1%대 중반까지 낮아진 상태에서 경기 침체가 올 경우 큰 폭의 금리 인하가 불가능한 데 따른 궁여지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Fed가 다음 불황 때 경기 부양 도구로 양적완화(QE)와 금리 향방을 예고하는 ‘선제적 안내’ 외에 1942~1951년 시행한 금리 상한제를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세 번의 불황 때 Fed는 평균 5%포인트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하지만 현재 기준금리는 연 1.5~1.75%로 큰 폭의 금리 인하로 대응하기 어려워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활용한 QE는 또다시 쓸 수 있는 카드지만, Fed 자산이 크게 불어났다는 점은 부담이다. 리처드 클라리다 Fed 부의장은 이달 초 “수확체감의 법칙은 QE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다음 불황 때 어떻게 경기를 부양할지 연구하는 가운데 나온 게 금리 상한제다.

WSJ는 금리 상한제는 QE의 ‘사촌격’이라고 분석했다. QE가 금리 조정을 목표로 일정액의 채권 매입 규모를 발표한 뒤 시중에서 그만큼 채권을 사들이는 것이라면, 금리 상한제는 금리 상한을 먼저 발표하고 그 목표를 맞추기 위해 무제한 채권을 매입하는 식이다. 두 통화정책 모두 목표는 같다. 장기 금리를 떨어뜨려 소비와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다.

Fed는 이미 이런 제도를 시행한 적이 있다. 1942~1951년 장기금리에 2.55% 상한선을 뒀고, 1947년 7월까지는 단기금리에 대해서도 0.375%의 페그제를 적용했다. 제2차 세계대전 전쟁 비용 조달을 위해 미 행정부가 국채를 다량 발행해 금리가 오른 데 따른 조치였다. 또 1950년 6·25전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져 금리가 상한선 이상으로 상승하자 Fed는 시장에서 직접 채권을 사들여 상한선을 지켰다.

이는 현재 일본은행(BOJ)이 취하고 있는 금리 관리 중심의 통화정책과 비슷하다. BOJ는 2016년부터 장기금리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 부근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뒤 채권을 매입하고 있다.

Fed는 지난해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때 금리 상한제를 논의한 바 있다. 당시 제롬 파월 의장은 “단기 수익률 곡선을 제어하는 것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금리 상한제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다면 과거 QE 때보다 작은 규모의 채권 매입으로 원하는 금리를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높은 인플레가 예상될 땐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들이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할 경우 Fed는 금리 상한을 지키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채권을 매입해야 한다.

유럽 등에서는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떨어뜨린 상태다. WSJ는 “Fed 내부에서는 마이너스금리에 대한 반발이 많다”고 전했다. 유럽과 일본 사례를 볼 때 경기 부양 효과가 별로 없고, 미국 시장 구조가 유럽·일본과 달라 이 정책에 따른 손실이 혜택보다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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