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국내 외환시장 二重苦…원·달러 환율 급등할까

입력 2020-02-02 17:23   수정 2020-02-03 02:43

‘하나의 유럽’ 구상이 처음 나온 때부터 약 11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유럽연합(EU)에서 첫 탈퇴국이 나왔다. 바로 영국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회원국이 경기침체, 난민, 테러 등에 시달리고 있으나 해결책은 고사하고 대응조차 신속하게 못하는 ‘좀비 EU’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정치인을 비롯한 기득권층에 대한 환멸도 한몫 가세했다.

영국의 탈퇴로 EU 앞날이 불투명하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한다면 회원국 탈퇴 도미노, 즉 ‘포스트 영국’이 우려된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영국 경제권에 속해 있는 회원국은 벌써부터 이 조짐이 일고 있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PIGS 국가도 유로 랜드 탈퇴 요구가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회원국 내 분리 독립 운동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EU 탈퇴 직후 세계인의 이목이 스코틀랜드로 쏠리고 있다. 2014년 선거에서 ‘잔류’ 쪽으로 어렵게 봉합해 놓았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카탈루냐와 바스크, 네덜란드의 플랑드르 등도 후보 지역이다. 회원국 탈퇴가 잇따르고 분리 독립 운동이 일어난다면 EU는 붕괴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당장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개될 가능성은 적다. 영국이 EU 3대 핵심기구(집행위원회, 유럽 의회, 유럽 이사회)와 산하기구를 떠나지만 관세 동맹은 올해 말까지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영국과 EU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못할 경우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은 남아 있다.

EU 탈퇴가 당사국인 영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할 때 잘못된 선입견부터 짚어봐야 한다. 과연 ‘EU가 최선책이냐’ 하는 점이다. 최선책이 아니라면 영국의 탈퇴 충격을 과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영국이 EU의 공동 규제 구속 등으로부터 벗어날 경우 경제가 더 나아질 소지도 있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한 올해 말까지는 큰 충격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개별 국가별로는 차이가 예상된다. 가장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이는 국가가 일본이다. 2016년 6월 영국 국민이 브렉시트를 선택한 이후 안전통화를 선호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던 엔화 강세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엔화 강세가 재현되면 ‘엔고(高) 저주(배리 아이컨그린 미국 UC버클리 교수 주장, 경기침체→엔화 강세→수출 부진→경기 재침체)’라는 일본 경제 고질병이 다시 돋을 가능성이 높다. 이 상황이 발생하면 아베 정부 출범 이후 야심차게 추진해 왔던 아베노믹스(인위적으로 엔저를 유도해 일본 경제를 살리는 처방)의 근간이 무너진다.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도 완화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일하게 출구전략을 추진해 왔던 미국 중앙은행(Fed)도 올해만큼은 느슨하게 운용할 가능성이 높다. 영국의 EU 탈퇴를 계기로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올해 11월까지 Fed가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증시도 리먼 브러더스 사태처럼 ‘패닉’에 빠질 가능성은 적다. 최대 악재로 꼽았던 Fed의 추가 금리인상 부담이 완화되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도 영국 금융회사가 ‘마진 콜(margin call: 증거금 부족)’에 ‘디레버리지(deleverage: 기존 투자자산 회수)’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이탈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시장에서도 슈퍼 달러 시대 도래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일부 기관은 브렉시트 투표 직후 1500원 돌파 예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영국은 유로 랜드 회원국이 아니다. 영국의 EU 탈퇴로 안전통화 선호 경향이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달러보다 엔화가 더 선호될 가능성이 높다. 1990년대와 달리 엔화와 원화 간 상관계수는 ‘0.1’ 내외로 떨어졌다.

‘우한 폐렴’ 사태로 위안화 환율이 포치(破七), 즉 달러당 7위안 선이 다시 뚫림에 따라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위안화 약세는 미·중 간 1차 합의안 이행과 추가 협상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어 큰 폭으로 오랫동안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경제 입장에서도 영국의 EU 탈퇴를 어둡게만 볼 일은 아니다. 경제적으로 당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것은 없는 데다, 영국과 EU 간 FTA가 체결이 안 돼 ‘노딜 브렉시트’라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양측과 각각 FTA 협정을 체결해 놨기 때문이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상황이 어려울 때 더 어렵게 보는 ‘미네르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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