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라 기요시 일본 스시 잔마이 사장, 9년째 가장 비싼 참다랑어 낙찰 받은 이 남자

입력 2020-02-27 15:32   수정 2020-02-27 15:34


지난 1월 5일 세계 최대 수산시장인 일본 도쿄 도요스시장의 새해 첫 참치 경매에서 참다랑어 한 마리가 1억9320만엔(약 20억8000만원)에 팔렸다. 2019년 새해 첫 경매에서 3억3360만엔(약 34억7000만원)에 팔린 참다랑어 다음으로 높은 금액이다.

두 마리 모두 같은 사람에게 넘어갔다. 일본 초밥 체인인 스시 잔마이(법인명: 기요무라)의 기무라 기요시 사장이 주인공이다.

○고가 경매로 홍보 효과 노려

경매에 나온 참다랑어는 일본 본토인 혼슈와 홋카이도를 가로지르는 쓰가루해협에서 외줄낚시로 잡은 것들이다. 일본인들이 세계 최고의 참치로 치긴 하지만, 기무라 사장이 등장하기 전까지 가격이 수십억원대는 아니었다. 그가 새해 첫 경매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건 2012년. 홍콩의 초밥 사업가인 리키 첸 대표가 4년 연속 경매를 제패하던 때였다. 기무라 사장은 “참치의 자존심을 외국 자본에 빼앗길 수 없다”며 5649만엔을 써내 낙찰받았다. 이듬해 설욕전에 나선 첸 대표가 다른 초밥집과 연합해 입찰에 참여하자 기무라 사장은 2012년보다 무려 1억엔을 더 써냈고(1억5540만엔), 그때부터 새해 첫 참치 경매는 그의 독무대가 됐다.

35억원가량을 주고 산 참치로 본전을 뽑으려면 초밥 한 점에 20만원 이상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스시 잔마이는 이날도 평소와 같은 가격(대뱃살 398엔, 중뱃살 298엔)을 받는다. 1인당 한 점만 주문할 수 있다는 점만 평소와 달랐다.

기무라 사장의 기행은 실은 고도의 홍보전략이다. 그는 참치가 경매대에 오르는 순간부터 마지막 초밥 한 점이 팔릴 때까지 모든 과정을 스시 잔마이의 홍보무대로 활용한다.

참치 장인이 150㎝ 길이의 특제 회칼 등 6~7개 종류의 칼을 사용해 10여분 만에 수백㎏짜리 참치 한 마리를 횟감으로 만드는 참치 해체쇼는 일본 식문화를 대표하는 볼거리가 됐다. 이 참치는 즉석에서 스시 잔마이 본점과 주변 체인 고객에게 판다. 참치 한 마리로 1만5000개의 초밥을 만들 수 있으니 최소 1만5000명의 미각에 스시 잔마이를 각인시키는 셈이다. 한술 더 떠 일본 총리관저에 참치를 택배로 보내는 것으로 일본 최대 수산시장을 활용한 홍보전을 마무리한다.

올해 경매에서 쓴 돈(1억9000만엔)은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296억엔)의 1%도 안되는 액수다. ‘수십억원짜리 참치를 한 점에 3000~4000원만 받고 파는 초밥집’이라는 홍보 효과는 그 이상이다.

○시행착오와 실패 딛고 성공

기무라 사장은 ‘참치대왕’으로 불리지만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실패의 대왕’이 더 어울린다. 지금까지 실패한 사업만 90개 이상이다. 1952년생인 그의 첫 직장은 전투기 파일럿을 동경해서 지원한 항공자위대였다. 백과사전 판매원을 했고, 사법고시에 도전한 적도 있다. 컨테이너 스낵바, 수산시장 도시락 가게 등도 해봤다.

교통사고로 눈을 다쳐 파일럿의 꿈을 접은 그는 사법시험에 도전하기 위해 1979년 주오대 법학부를 졸업했다. 학비를 벌고자 아르바이트로 근무한 다이요어업(현 마루하주식회사)의 자회사 신요상사에서 인생이 바뀐다. 신요상사의 생선중개인으로 쓰키지시장에 처음 발을 들였고, 거기서 쌓은 쓰키지 상인들과의 인연이 22년 뒤 스시 잔마이의 밑거름이 됐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일에서도 사업가 기질은 여지없이 드러났다. ‘상품 가치가 없다’고 버려졌던 작은 생선 토막들이나 오징어의 귀 부분을 재처리해 냉동식품으로 팔았다. 그는 신요상사 입사 2년9개월 만인 27세 때 독립해 기요무라의 전신인 기무라상점을 창업했다. 수산물 판매, 당구장, 가라오케, 비디오대여점 등 수십 개 사업을 벌였다. 승승장구하던 사업은 1990년대 일본의 버블경제가 붕괴하면서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재기를 꿈꾼 그가 손댄 사업이 초밥집. 빈털터리가 된 그를 지탱한 게 쓰키지 시절 쌓은 인맥이었다. 1997년 남은 돈 200만엔으로 히요스시를 개업했다. 10평(33㎡)에 18석을 갖춘 초밥집이었지만 ‘회전초밥집보다 좋은 품질의 초밥을 저렴한 가격에’라는 콘셉트가 제대로 먹혀들었다.

히요스시를 체인점으로 키운 게 2001년 4월 문을 연 스시 잔마이다. 기왕 할 거면 제대로 하자 해서 쓰키지장외시장 한가운데 1호점을 냈고 이름도 ‘초밥 삼매경’이라는 뜻의 스시 잔마이로 붙였다. 기무라 사장은 일본 최초로 ‘연중무휴, 24시간 영업’을 내걸었다. 결과는 대성공으로 35평(115㎡), 40석의 가게가 연간 10억엔의 매상을 올리게 됐다. 지금은 60개 지점에 1600명의 직원을 거느린 전국 체인이 됐다.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 도전

난다긴다하는 초밥집이 즐비한 일본에서 스시 잔마이의 경쟁력은 역설적으로 일본 전통을 고수하지 않는 데 있다. 일본 고급 초밥집들은 쓰키지시장의 경매를 통해 재료를 매입하는 방식을 고수한다. 참치는 특히 더 그렇다.

기무라 사장은 쓰가루해협의 참다랑어가 1년에 3000~5000㎞를 이동하는 회유어라는 점에 주목했다. 쓰가루해협의 참치가 그렇게 맛있다면 이 참치의 회유 포인트에 가서 대량으로 잡아오면 될 것 아니냐는 발상이었다. 스시 잔마이가 파푸아뉴기니, 소말리아, 케냐까지 선단을 보내고 미국 보스턴, 스페인, 남아프리카 등 전 세계 현지 수출상으로부터 최고급 참치를 구매하는 이유다. 독자적인 매입 시스템을 구축해 가격을 낮췄다.

2014년 11월 국제자연보호연합(IUCN)이 일본인이 80% 이상을 소비하는 태평양의 참치를 ‘멸종 위기종’에 올렸다. 기무라 사장은 참치를 활어조에서 번식시켜 위기에 대응했다. 수산업자들은 회유성 어종인 참치를 수족관에서 양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숱한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아일랜드 어업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거대한 해상 활어조에서 양식에 성공했다. 갓 잡은 참치를 가장 천연에 가까운 환경에서 수정, 산란, 양식해 생산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그가 ‘비축’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 기법 덕분에 스시 잔마이는 저렴한 가격에 최상급 참치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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