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계소문|편 가르고, 돌 던지고…지독했던 악플, '댓글 폐지'로 사라질까

입력 2020-02-22 08:33  



"멋진 파도처럼 살다가 방파제가 되어준 아이."

그룹 소녀시대 출신 배우 수영은 지난 19일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가 연예 기사의 댓글 서비스를 잠정 폐지하기로 하자 이 같은 글을 SNS에 남겼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故) 설리를 떠올리며 적은 글이었다.

다음에 이어 네이버까지 국내 포털 사이트들이 '댓글 없애기'에 뜻을 모으고 있다. 그간 꾸준히 연예인들의 사적 영역을 침범하며 정신적 고통을 가해오던 '악플'에 대해 대한민국 사회가 이전보다 더 무겁게 심각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다.

연예 기사에서 댓글이 사라지면서 매섭게 몰아치던 악플도 함께 사라질 것이란 기대감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오기까지 고 설리와 같은 방파제가 존재해야만 했다. 이미 악플 피해자들이 수두룩하게 발생한 지경에 이르러서야 시행된 폐지 조치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이유다. 물론 그간 수차례의 개편을 거듭하며 보고 싶지 않은 댓글을 수동으로 접거나 악성 댓글을 탐지하는 인공지능 기술(AI) 등이 적용됐지만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10월 고 설리가 세상을 떠난 후 악플은 '보이지 않는 살인'으로 불리며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이에 카카오는 그해 즉각 연예 섹션의 뉴스 댓글 서비스를 중단했다. '댓글 폐지' 여론 분위기를 감지하고 한 발 먼저 앞서나간 것이다.

지난해 12월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20대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80.8%가 '다음의 연예 뉴스 댓글 폐지'를 지지한다고 했다. 또 '네이버 등 다른 인터넷 포털에서도 연예뉴스에 대한 댓글란 폐지가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지'에 대해서도 전체 응답자의 85.0%가 "그렇다"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서비스 이용자들이 악플로 점철된 공론장 자체를 원치 않고 있는 것이었다. 실제로 연예 기사의 댓글란에는 사생활 침해, 인격 모독 등을 불러 일으키는 댓글이 상당수 있다. 여기에 성별, 연령대까지 확인할 수 있는 댓글 통계는 이분법적 사고를 더욱 견고하게 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댓글 문화를 개인의 의사를 드러내는 수단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표현의 자유'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인격권을 침해하는 수준에 이른다면 문제제기가 가능해진다.

연예 기사 댓글과 함께 같은 맥락에서 실시간 이슈 검색어(실검) 서비스와 인물명 연관검색어도 화두가 되고 있는데, 다음은 이를 완전 폐지했다. 네이버는 3월 중 연예 기사 댓글을 잠정 폐지하고, 인물명 연관검색어 서비스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급상승 검색어는 선거 기간에만 한해 보이지 않는다.


어느덧 포털 연예면의 댓글창은 온라인 상에서 이용자들을 단기간에 불러모으는 확실한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개인의 사생활을 논하는 자칫 무의미해 보이는 공론장이 사업의 득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갖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이 불쏘시개 같은 작은 창을 없애기로 결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음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방침이 '잠정 폐지'라는 말로 일시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물론 포털에서 연예 댓글이 사라진다 하더라도 SNS, 커뮤니티, 카페 등 연예인들이 무분별한 악플에 노출될 가능성은 잔존한다. 그럼에도 여론과 업계는 이러한 작지만 큰 변화를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분위기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중 앞에 서는 직업의 특성 상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어쩔 수 없이 피드백에 민감하다. 아무리 댓글에 연연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할지라도 악플에 상처를 받고, 이로 인해 활동에 지장이 올 정도의 감정 기복을 겪기도 한다. 이건 연차가 많고 적음과 관계없이 모두가 받는 고통"이라면서 "연예 기사 댓글 폐지는 정말 긍정적인 변화의 시작이라고 본다. 다소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그만큼 의미 있는 결과가 나타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꾸준히 악플을 근절하기 위한 댓글 정책 개편이 있긴 했지만 사실 상 본인들이 체감하기는 쉽지 않았다. 고통을 호소하는 연예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 않느냐. 악플로 입는 상처나 피해가 총량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라며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붓는 악플러들과의 싸움에도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하루 빨리 댓글 논쟁이 또 다른 논쟁을 양상하는 환경이 개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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