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기자 칼럼] 그대 어느 별에서 오셨는가

입력 2020-02-26 18:19   수정 2020-02-27 00:2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에 대한 경고가 지난주 잇따라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9일 ‘주요 20개국(G20) 조망 보고서’를 통해 발병이 지속되면 공급사슬이 붕괴돼 글로벌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 신용평가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내수 침체와 공급망 차질 등이 우려된다며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6%로 낮췄다. 노무라증권은 최악의 경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5%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봤다. 중국 내 부품공장 가동 중단으로 완성품 생산에 차질을 빚던 터에 이런 잿빛 전망까지 겹치면서 산업계는 말 그대로 전전긍긍이다.

양 노총 코로나 위기 '모르쇠'

‘코로나19발(發) 경제 충격’에 대한 경고가 나온 그즈음,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올해 임금 인상 요구율을 7.9%로 확정했다. 말 그대로 요구 수준으로, 산하 조직들이 임금협상 때 쓸 가이드라인쯤 된다. 한국노총 표준생계비, 도시노동자 평균 가구원, 노동소득으로 충당할 생계비, 물가 상승률, 임금 인상 타결률 등 현실적 측면을 고려했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그럼에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와 비교하면 터무니없다.

임금 인상 요구 며칠 전에는 ‘4·15 총선’과 관련해 ‘5·1플랜’이라는 정책 요구를 제시했다. △5명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적용 △1년 미만 근속 노동자 퇴직급여 보장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고용직·프리랜서에게 노조 할 권리 보장에서 앞 네 글자를 딴 것이다. 정책 요구란 자신들이 원하는 정책을 제시하고 이를 수용하는 정당을 지지하겠다는 의사 표시다. 임금 인상 요구와 정책 요구 모두 산업 현장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게 노동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산업계 전반에 엄청난 부담을 강요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영세기업들은 생사의 갈림길로 내몰릴 수도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9일 서울 수송동 대림산업 본사에서 ‘불법고용-어용노조 박살’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박살 대상인 어용노조는 다름 아닌 한국노총. “건설사와 결탁해 민주노총 조합원의 고용을 막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14일에는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민주노총이 밝힌 청구 사유는 노동3권 침해다. 그러나 ‘한국노총 산하 노조가 교섭을 주도하는 사업장에서 자신들의 지분을 챙기기 위한 것’임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경제 충격 극복에 동참해야

양 노총이 의견 일치를 본 사항도 있다. 특별연장근로 허용에 대한 반대다. 기업에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정부 허가를 받으면 주 52시간 근무에서 예외로 해주는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에 대해 근로기준법을 무력화한다며 취소 소송을 냈다. 그러나 시행 이후 허가 신청 업체를 보면 필요성이 충분하다. 마스크 등 방역용품 업체, 의료기관, 중국 공장 가동 중단으로 생산량이 늘어난 업체 등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노동계가 보인 행보는 현실 인식에서 일반적인 시각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드러낸다. 양보는 말할 것도 없고 적정선 유지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동참하려는 모습은 아직 찾기 힘들다. 경영여건 변화는 모르쇠, 내 몫 챙기기는 떼쓰기다. 자신의 울타리 안에만 존재하려는 외톨이에 다름 아니다. 코로나19발 경제 충격을 극복하는 데 함께하지 않는다면 이런 질문을 받지는 않을지. “양 노총 그대들은 도대체 어느 별에서 오셨는가.”

khp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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