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투자손실' 中 고섬사태…大法 "증권사 과징금 부과 적법"

입력 2020-02-27 17:34   수정 2020-02-28 01:42

투자자에게 2000억원대 손실을 안겼던 2011년 ‘중국 고섬사태’와 관련해 당시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에도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증권신고서상 허위 기재에 대해 증권사의 책임을 물은 첫 대법원 판결이다.

27일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한화투자증권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과징금 20억원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중국 섬유업체인 중국고섬은 2011년 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으나 2개월 만에 1000억원대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 거래가 정지됐다. 결국 2013년 상장폐지돼 투자자들은 21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봤다. 당시 상장주관사였던 한화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을 상대로 부실한 외국 기업을 제대로 실사하지 않고 상장을 주관해 수천억원대 피해를 끼쳤다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금융당국은 두 증권사에 각각 법정 최대 규모인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한화투자증권 등은 “회계법인의 감사 의견을 따랐을 뿐”이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1·2심은 증권사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발행인이 증권신고서의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으로 기재했다면 발행인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맞다”며 “증권 상장을 위한 인수가격 결정 등은 대표 주관회사인 대우증권이 수행했고, 한화투자증권은 대우증권으로부터 증권을 배정받은 인수인에 불과하므로 과징금 부과 대상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고 금융위의 과징금 부과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투자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증권시장의 ‘게이트키퍼(문지기)’ 역할을 하는 증권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발행시장은 최초로 시장에 증권이 등장하는 공모 발행이라는 점에서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이 인수인(증권사)의 평판을 신뢰하고 투자하는 것”이라고 봤다. 이어 “자본시장법은 인수인이 증권신고서의 직접적인 작성 주체가 아니더라도 증권신고서, 투자설명서 중 중요사항에 대해 거짓 기재 및 기재 누락을 방지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며 증권사의 ‘중대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증권신고서의 거짓기재 등에 관해 주관사인 증권사에 책임을 부과할 수 있다고 판단한 첫 대법원 판단이다. 한화투자증권과 마찬가지로 소송을 제기해 1·2심에서 승소하고 상고심을 진행 중인 대우증권도 패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고섬 투자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증권사를 상대로 추가적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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