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경제위기' 닥치는데 마스크에 손발 묶인 기재부

입력 2020-03-08 17:33   수정 2020-03-09 11:1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마스크 대책’ 마련에만 매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론 악화에 다급해진 청와대와 여당이 ‘마스크부터 해결하라’는 주문을 쏟아내자 경제부총리는 물론 기재부 1, 2차관까지 국내외 금융시장 현안 보고도 제대로 못 받고 마스크 현장 행보에 내몰리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8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최대 1%포인트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애초 전망치가 2%였던 점을 고려하면 1%에 그칠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위기 경고음이 커지고 있지만 기재부는 최근 부총리 주재 대책 회의도 제대로 열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등에게 “마스크 대책을 최우선으로 강구하라”고 지시한 이후 다른 현안은 모두 뒷전으로 밀렸다. 이달 들어 홍 부총리가 글로벌 위기 대응 관련 회의를 한 것은 6일의 대외경제장관회의가 사실상 유일하다.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마스크 관련 대책 마련에 할애했다. 김용범 1차관과 구윤철 2차관 등도 약국과 우체국, 마스크 생산업체 등 마스크 현장을 연일 돌고 있다. 3일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공동성명을 내고 같은 날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등 주요국이 발빠른 행보에 나서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 정부 부처 고위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위기가 갑자기 닥치면 제대로 된 대응도 못하고 금융시장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며 “기재부와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위기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마스크는 국조실에 넘기고…기재부, 경제위기 비상대책 짜야"
마스크에만 매달린 기재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달 이후 기획재정부는 부총리부터 말단 직원까지 ‘초주검’ 상태에 빠졌다. 기재부가 마스크 수급 대책을 도맡아 짜고 있어서다. 문재인 대통령의 “마스크 문제를 (관료들이) 과연 절실한 문제로 느꼈는지 의심스럽다”는 질타에 장차관은 매일같이 마스크 수급 대책을 발표하느라 바쁘고, 서기관과 사무관들은 담당 업무를 놓고 전국으로 흩어져 약국 등 현장을 돌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파고 다가오는데

문제는 기재부가 마스크 수급에만 골몰하느라 다른 업무가 사실상 ‘올스톱’됐다는 점이다. 8일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3일 미국 중앙은행(Fed)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자 기준금리를 연 1.00~1.25%로 0.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같은 날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화상회의를 열고 코로나19에 대응해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선언한 직후였다.

각국이 강력한 경기 부양을 약속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되레 더 커졌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되면서 미국 국채 금리는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한국의 타격은 더 컸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고, 국내 증시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6일 코스피지수는 45.04포인트(2.16%) 떨어진 2040.22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5643억원, 261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재부도 위기감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 점검회의를 열고 거시경제금융 관련 기재부 실·국장들에게 “비상 경제 시국이라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국내외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대해 빈틈없이 24시간 모니터링해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재부 실무 공무원들은 청와대와 여당의 강도 높은 마스크 대책 주문에 밀려 사실상 위기 대응 방안은 살펴볼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금융위기가 시시각각 닥쳐오는데 국내 최고 거시경제·국제금융 전문가 집단이 전선(戰線)을 비운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금 기재부의 역량 중 9할은 마스크 수급 대응에 투입되고 있다”며 “장차관이 밤 12시까지 마스크 수급 대책을 보고받느라 거시경제 동향과 관련된 보고는 챙겨볼 시간도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대응은 손도 못 대

그사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그림자는 짙어지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지금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되면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해도 팔리지 않고, 타격이 경제 전반으로 연쇄 확산되면서 유례없는 경제 위기가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관가에서는 마스크 수급 대책의 큰 틀이 마련된 만큼 후속 업무는 다른 부처가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감염병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나 마스크를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아니라 기재부가 마스크 수급 대책을 도맡은 게 문제의 근원”이라며 “부처별 조율을 전문으로 하는 국무조정실이나 산업통상자원부·중소기업부 등이 향후 마스크 대책을 책임지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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